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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죽어가는 재래시장

by 큰바위얼굴. 2014. 5. 19.

여러 목소리에 대해 들어보자.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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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재래시장 살리려면

 

이데일리 2014.5.18

 

 

[권영걸 한샘 사장] 백화점이며 대형마트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골목 어귀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기업형 수퍼마켓(SSM) 차지다. SSM은 대형마트와 달리 주거지에 가까이 위치하면서, 동네수퍼에 비해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기 때문에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영세상인들이 모여 있는 재래시장은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자체마다 재래시장 되살리기에 분주하지만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재래시장을 살릴 묘안은 없는 것일까.

어느 도시, 어느 동네에나 똑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대형 할인매장이나 백화점과 달리, 재래시장은 그 도시, 그 지역의 역사적, 공간적 특수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컨텍스트이다. 재래시장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장소인 이유다. 따라서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뭔가 재래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토적 이미지, 차별화된 분위기, 그 장소 특유의 서사적 구조를 살려내는 것이 필요하다.

터키 이스탄불에 가면 아치형 돔 지붕으로 덮인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를 만난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실내 시장이다. 미로처럼 생긴 60여 개의 통로에 5000여 개의 상점이 모여 있다. 금, 은 세공품을 포함한 각종 보석류, 피혁, 카펫, 향신료, 도자기 그리고 형형색색의 공예품과 특산품 등이 판매된다. 비잔틴 시대부터 동서양 교역의 중심지였던 이 전통시장에는 하루 평균 25만 명에서 최대 4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다.

재래시장이 활력을 갖기 위해서는 대형 상업시설이 제공하지 못하는 전통시장 고유의 생태성과 문화적 가치를 돋보이게 할 공간디자인이 필요하다. 화장실, 주차장, 휴게시설 같은 고객 편의시설을 보완하되, 자칫 시설의 현대화와 디자인 개선이 지역의 맥락과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화된 점포의 나열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백화점 닮아가기가 아닌 재래시장만의 특화된 서비스 개발도 필요하다. 재래시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들, 이를테면 중고제품, 장인정신이 깃든 생활용품, 지역 예술가들의 공예품 등이 저자거리 주변에서 서민들의 삶과 함께 하여온 전통공연 등과 어우러진다면, 재래시장은 시민의 삶 중심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재래시장이라고 상품을 저렴하게만 팔기보다는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정찰제로 팔겠다는 원칙도 있어야 한다. 일본의 지역 재래시장 상점들은 3~4대에 걸쳐 철저히 단골관리를 하고 있다. 일본 재래시장들은 최근에는 현대적 마케팅 요소들을 도입해 각종 할인행사, 포인트 적립,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해오고 있다. 이러한 일본 재래시장 뒤에는 지역 자치단체의 든든한 지원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재래시장은 단순히 식재료와 생필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전통과 문화가 피부로 느껴지는 접점이다. 그곳은 반지르르한 진열장에 박제화된 제품이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상점이 아니라, 살아 있는 농수산물이 자연스럽게 놓여있는 싱그럽고 풋풋한 공간이다.

재래시장의 르네상스를 위해 민-관-산-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자체들과 기업이 연중 시상하는 각종 상을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주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다. 또 재래시장에 청년지도자들이 나타날 수 있도록정부 관계 부처의 환경조성도 필요하다.

건축가, 도시설계가, 문화기획가들이 재래시장 상인과 지자체 관계 공무원과 함께 재래시장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전통시장의 신세기적 모형을 개발하는 것도 추진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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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판 옥션,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사회적 기업 'For民' 재래시장 오픈마켓 출사표

오마이뉴스 2012.11.1

 

"대형마트와 맞짱 뜰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마트, 홈플러스 벌벌 떨게 하겠습니다."

사회적 기업 'For民(포민)'의 김수환(서강대 2학년) 팀장과 강요셉(서강대 2학년), 이그림(서울시립대 2학년) 팀원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포민이 어떤 기업이냐는 질문에 이마트, 홈플러스와 맞짱을 뜨겠단다. 20대의 패기인지, 겁 없는 도전인지 언뜻 무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동갑내기 대학생 3명이 무엇을 하길래 대형마트와 일대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사회적 기업 포민이 있는 서울 관악구 조원동 창업보육센터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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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래시장 활성화 맡겨주세요!" 사회적 기업 포민에서 창업을 준비중인 강요셉(좌측), 이그림, 김수환, 박형영 멘토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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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오후 2시 창업보육센터 내에 있는 새싹작은도서관에서 만난 스물한 살 동갑내기 창업자 3명은 약간 긴장된 모습이었다. 창업에 나서고 처음 하는 인터뷰여서 그런지 창업 과정을 도와주고 있는 사회적 기업 지원네트워크 박형영 멘토까지 대동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포민이 어떤 기업인지 소개해 달라고 하자 눈빛이 빛났다. 김수환 대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대형마트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재래시장이 죽어가고 있잖아요. 동네상권도 무너지고 있고요. 이대로 놔두면 이 분들 모두 실업자로 전락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포민은 죽어가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사회적 기업입니다. 이미 대형마트와 맞짱 뜰 준비를 마쳤습니다.(웃음)"

포민은 이를 위해 재래시장 상품을 온라인상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재래시장 오픈마켓인 '타운스토어(www.townstore.co.kr)'를 오는 12월 문을 연다. 일종의 '재래시장 옥션', '동네점포 지마켓'이라고 보면 된다. 포민은 현재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신원시장 상인들의 상품을 입점 중이다. 오픈마켓이 열리고 홍보가 이뤄지면 다른 시장상인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타운스토어의 전략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재래시장의 신선한 제품, 저렴한 가격, 신속한 배송, 그리고 시장상인의 넉넉한 인심이다. 네 박자가 맞아떨어지고 신뢰가 쌓이면 이마트, 홈플러스와 당당히 어깨를 맞대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지난 학기 방학을 맞아 신원시장 상인들과 토론도 벌이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상품 입점 방법을 교육하는 등 포민이라는 기업이 하려는 일을 알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상인들을 일일이 만나고 설문을 작성하고 이 사업을 알리는 데 쉽지가 않았다. 다행히 상인연합회 진병호 회장의 도움으로 상인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오는 12월 재래시장 오픈마켓 타운스토어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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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민은 오는 12월 중순 경 재래시장 상품을 온라인상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재래시장 오픈마켓인 '타운스토어(www.townstore.co.kr)'를 오픈할 예정이다. 사진은 메인화면 모습.
ⓒ 타운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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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오픈마켓 개시를 한 달여 앞두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사회적 기업의 경우 목적은 분명한데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포민도 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공익을 위한 사업이라도 운영자금조차 없다면 사업진행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재무를 담당하고 있는 강요셉 CFO는 마켓이 열리고 상인과 소비자들에게 신뢰가 쌓이면 수익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은 수익을 낸다기보다는 상인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신원시장을 먼저 성공시켜 롤모델로 만든다면 다른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 다음 관악구 재래시장 전체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포민은 이런 수익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박형영 멘토에게 마케팅과 비즈니스 모델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포민의 경우 모델이 단순하고 명확해 상인들을 잘 설득해서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한다면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박형영 멘토의 생각이다.

주민참여 이끌어 내는 게 관건

포민이 하는 사업은 재래시장을 살리는 일이다. 너도나도 스펙 쌓기에 바쁜 요즘 대학생들 같지 않게 공익사업을 한다니 주변 반응이 궁금했다.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이그림 CMO는 경험 삼아 해보라는 남자친구의 농담 섞인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남자친구한테 이야기하니까 그러더라고요. '이거 해봤자 아무것도 안 된다. 사회적 기업 좋기는 한데 전통시장만 가지고는 경쟁이 되겠느냐. 그냥 경험이나 한 번 해봐라.' 이런 반응이었어요. 저도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건 사실이에요. 수수료 부분이 아직 명확하게 결정된 건 아니니까요."

이그림씨는 그러나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이 일이 내 인생에 스펙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야기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환씨는 이 일을 위해 휴학까지 불사했다.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지만, 시작한 일을 끝을 봐야겠다는 집념이 남달랐다.

"처음에는 사업한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우와 너 사업한다며' 그랬거든요. 근데 최근에 힘들어하니까 그만 때려 치고 학교로 돌아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오기가 생겨서 휴학까지 했어요. 휴학한 건 어머니만 알고 계시거든요. 어머니도 제 풀에 지쳐서 그만둘 거라고 그냥 보고 계신 것 같아요."

주변 반응 냉담... "스펙은 되지 않겠지만 이야기는 될 것 같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우여곡절도 있었다. 주변의 냉담한 반응이야 참고 넘어갈 수 있지만, 부족한 창업자금은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했다. 김수환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5월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에 참여해 창업지원자금을 받고 지금의 창업보육센터에 들어온 후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부족한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얼토당토않은 생각까지 했다.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야 했다. 한 번은 같이 일하던 누나에게 이석채 KT 회장의 전화번호를 알아오라고 시켰다. 대표라는 직함을 내세워 지시를 내렸다.

"전화번호를 알아오면 전화를 해서 만나든, 집으로 찾아가든 어떻게든 해낼 자신이 있었어요. 그것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뒤로 누나가 나오지 않더라고요.(웃음)"

김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창업지원에 나서준 유종필 관악구청장에게 SNS를 통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도움도 요청했다. 내용을 보고 유 구청장이 포민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11월 6일 박원순 시장이 마련한 청년과의 만남 행사에도 참가신청을 냈다. 김 대표는 박 시장을 만나면 이런저런 넋두리를 할 생각이다.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만날 심사다. 그러는 사이 처음 4명으로 시작된 포민은 2명이 나가고 이그림씨가 들어오면서 현재 3명이 되었다.

포민이 하려는 일은 어떻게 보면 거창하고 무모해 보이지만,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오픈마켓 역시 경쟁이 심하고 대형화돼 있어 시장진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홍보부족과 관리부족 등으로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

2012년 5월 청소년사회적기중소기업청은 지난 2007년 재래시장 전용 온라인 쇼핑몰인 에브리마켓(www.everymarket.co.kr)을 설립, 운영했다가 상인들의 온라인 쇼핑몰 입점 부진 등의 이유로 폐쇄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포민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사업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두 번째 창업은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힘들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을 살리고자 하는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시장상인들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자금이 넉넉지 않다. 포민은 자구책으로 굿펀딩(http://www.goodfunding.net)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있다. 전국에 있는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홍보하려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최소의 비용으로 알릴 방법을 강구 중이다. 200만원을 모금하고 있지만, 아직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우리는 겁 없는 20대 '포기는 김장할 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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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민이 굿펀딩을 통해 홍보비용을 모금하고 있다.
ⓒ 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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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민의 세 창업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형영 멘트가 마지막 지원사격에 나섰다. 포민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냈다. 그중 하나는 20대의 열정이고 또 하나는 상대방을 귀찮게 하는 것이란다. 김수환 대표에게 명함 하나만 전달되도 그분은 밤이고 새벽이고 김 대표의 괴롭힘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인터뷰 일정을 잡은 뒤 기자에게도 수십 통의 카톡이 날아들었다고 거드니 박 멘토가 그것 보라는 시늉을 한다. 마지막 다른 이유를 박 멘토는 이렇게 풀어냈다.

"포민이 기획한 아이템이 소비자에게 어떠한 반응이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그렇지만, 마트보다 질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하는 게 소비자와 상인 모두에게 이익이라면, 역시 포민에게도 수익이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포민의 입장에서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멘토의 지원사격에 3명의 창업자들은 한편으론 긴장하고 다른 한편으론 자신감을 내보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수익까지 창출하는 멋진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각자 의견을 밝혔다.

언제 긴장했는지 모르게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창업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고 즐겁게 일하는 모습에서 학생들의 내일이 밝아 보였다. 이런 사회적 기업가들이 많아지면 규제가 아닌 선의의 경쟁을 통해 모두가 잘사는 그런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민이 내민 출사표가 대형마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재래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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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한번 안 오면서 무슨 경제민주화냐”

 

경향신문 2012.9.16

 

 

지난 토요일 어스름에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을 찾았다. 지난 1월 설 때 이곳 시장 상인들을 만나 인근 합정역 근처에 홈플러스가 입점하면 상권이 다 죽는다는 하소연을 들은 후 꼭 8개월 만이었다. 여전히 시장은 그 자리에 있었고, 오가는 주민들의 수도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시장을 훑어보고 난 뒤 시장 상인들에게 만나자고 연락했더니 찾아오라는 장소가 이전과 달랐다. 상인들은 인근 합정역에 마천루처럼 서 있는 메세나폴리스 앞 길거리 천막에 나앉아 있었다. 지난달 10일부터 시작한 농성이 한 달이 넘었다며 상인 대표 2명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상인 대표는 삭발한 게 영 어색한 듯 연신 머리를 매만졌다. 주변 예식장에서 쏟아져나온 결혼식 하객들과 주말을 즐기려는 행인들의 즐거운 표정과는 달리 상인들은 바람에 펄럭이는 천막 안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물론 그동안 투쟁의 성과물이 길거리 농성만은 아니었다. 홈플러스의 입주는 늦춰져 있고, 홈플러스와 시장 상인들 간 협상도 진행 중이다. 상인 측은 ‘채소, 과일, 육류, 어류 등 1차 식품은 팔지 않는 조건으로’ 입주하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홈플러스 측은 ‘입주한 뒤 시장 상인들과 지속적으로 상생방안을 협의하는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해놓고 있다. 시장 내 가판대 정리와 고객 센터 건립, 화장실 개·보수 등의 지원책을 내놨다. 하지만 협상은 딱 거기에서 멈춰 있다. 1차 식품은 그대로 팔면서 몇 가지 ‘시혜’를 내리겠다는 것이 홈플러스 제안이라고 상인들은 말했다. 부스러기 몇 개 던져주고 상생이라고 외치는 홈플러스 측의 요구를 절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얘기를 듣다 보니 상인들이 분노하고 섭섭하게 여기는 것은 홈플러스만이 아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아우성쳤지만 메아리조차 보내지 않는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 쌓인 게 아니었다. 그들은 허구한 날 외쳐도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의 구의원과 지역위원장, 그리고 이곳이 지역구인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 정도가 관심을 보이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여야 대선 후보 중에서는 유일하게 문재인 후보가 다녀갔는데, 그 역시 경제공약 발표 장소로 시장을 택했을 뿐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리고 경제민주화를 제1의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는 이 문제를 거론할 기회조차 없다고 분개했다. 국회에서 그것도 야당 의원을 앞세워 박 후보에게 전달하는 건의서를 낭독했는데, 전달됐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역의 당원협의회장에게 “마포를 지날 때 5분만 들러달라고 전해달라”고 호소했는데도 감감무소식이라고 했다. 상인 대표는 “재벌의 경제력 남용을 막자는 게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 아니냐”며 “그런 최일선의 현장인 이곳을 외면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들 상인의 말이 아니라도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초기에는 대대적인 반향을 얻었지만 지금은 그에게 과연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이한구 원내대표나 최근 여의도연구소 토론회에서 재벌 규제에 반대했던 사람들을 보면 경제민주화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골목상권을 지키자는 아이디어는 경제민주화에서 작지만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상징적인 부분이다. 더구나 홈플러스는 외국계 자본으로 국내 재벌들처럼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저항도 강한 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머뭇거리고 있으니 상인들로선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대선은 온갖 쟁점을 다 풀어놓고 의견을 모으고 다듬어 대안과 합의를 만들어내는 장이다. 국민의 살아 숨쉬는 모든 현안을 담고 녹여내 푸는 게 대선이다. 그러나 지금 대선판에는 그런 정책이 없다.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의제는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거의 유일하게 부각됐는데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일부러 각론 제시를 피하는 것 같고, 민주당은 아직 만들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대선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부지런히 정책을 다듬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지나친 낙관이다. 그는 이 시점에서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정성부터 확인해야 한다. 홈플러스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짓눌려 죽어가는 재래시장을 한번도 방문하지 않으면서 경제민주화를 외쳐대면 누가 믿겠는가. 최근 대기업 사람들은 공공연히 “박근혜가 아니면 안된다. 안철수도 대기업 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박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기업 편이라는 말이겠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다음달 4일과 5일 망원시장 상인들은 홈플러스 입점을 촉구하는 사람들의 집회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 상인들은 그들을 박 후보 지지자들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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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대형마트 죽어가는 재래시장

 

뉴시스 2008.12.1

 

늘어가는 대형마트 죽어가는 재래시장

【춘천=뉴시스】

강원 춘천지역에 대형마트가 늘어나고 있어 재래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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