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입시제도 변화를 바라보며
쇠고기 마블링, 다시말해 동물성 지방으로 인하여 등급에 대한 논쟁이 2015년도 국감장을 넘어 어느새 ‘경제’ 문제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평소 자주 즐겨듣는 ‘손에 잡히는 경제 이진우입니다.’(이하 손경제)에서 이 부분에 대해 다루고 있어 정리해본다. 2015년 11월 1일자에 방송되었다. 손경제를 통해 쇠고기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쇠고기 등급 구분 - “많다 적다, 쉽다 어렵다”
쇠고기는 5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1++, 1+, 1, 2, 3으로 나뉜다고 하니 “쉽게 1, 2, 3, 4, 5로 했으면 쉬웠을 텐데”하는 사회자의 말에서 일반적인 국민시각을 보게 된다. 등급 개수가 많다는 것 보다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면을 지적한다.
2. 쇠고기 판정방법 - “마블링 비중이 높다”
현행 쇠고기 판정방법은 마블링으로 예비판정한 후 조직감, 성숙도, 육색, 지방색을 감안하여 최종적으로 등급을 매긴다. “마블링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거군요. 다른 건 크게 중요치 않네요.” 하는 말에서 한쪽 면에서는 마블링 중심의 일관된 정책을 호평하면서도, 다른 면에서는 현재의 웰빙 소비문화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다음은 사회자와 기자의 대화내용을 간추려본다. 일본의 와규는 우리나라와 유사한데 우리나라 최고등급의 마블링 수준이 17∼19% 수준인데 비해 훨씬 높은 20∼30% 정도의 마블링이 형성되어야 최고등급(5등급)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30개월 이상 되면 나이 많은 육우로 분류하여 마블링이 많아도 최고등급(Prime, Choice)을 부여하지 않고 있으며, 호주는 내수용과 수출용을 구분해서 등급을 매기고 있는데 내수용은 마블링처럼 단일 체계로 판정하지 않고 여러 요인들을 고려하여 요리용도, 숙성정도까지 감안하여 점수를 매긴 다음 그 결과를 제공한다. 즉, 고기를 먹는 방법을 감안하여 등급을 매기기 때문에 ‘스테이크용으로 최고등급이다’, ‘이 고기는 국거리용 최고등급이다’ 라고 요리용도에 따라 등급정보를 제공한다. 사회자는 말을 받는다. “그렇다면, 등급을 매기기는 쉽지 않은데 소비자를 생각하면 괜찮군요.” 하는 평가. 그런데, 최고등급이 최고가격으로 평가받고 있나요? 하는 사회자가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하여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등급이 높을수록 가격은 높게 형성되어 있다고 답변한다. 이는 시장내 등급체계에 평가와 유통에는 문제가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3. 쇠고기 사양방식 - “지방축적을 위해 가둬놓는다”
마블링은 살 속에 낀 지방을 말하는데 운동을 많이 하면 날씬해지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옥수수처럼 탄수화물이 많은 사료를 먹이면서 지방을 끼게 한다.
4. 쇠고기 마블링 육성정책 - “과거, 그 타당한 선택과 향후 변화에 따른 고려사항”
“왜 우리나라는 오로지 살에 낀 지방량으로 등급을 매기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사회자의 말에 대해 기자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에 대하여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한국인의 식습관과 한우산업으로 구분한다.
(1) 한국인의 식습관은 스테이크로 먹기 보다는 숯불에 구워먹는 습관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는 쇠고기 지방이 높은 온도에 녹아 고기를 코팅하게 되면 다른 방식으로 먹을 때의 퍽퍽한 맛과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2) 산업적 측면에서, 호주는 넓은 지역에서 방목을 해도 충분하지만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를 감안하여 1980년대 후반 우루과이 라운드에 따른 시장개방에 대응하여 미국이나 호주처럼 했다가는 한우의 시장내 차별화가 미흡하게 되어 시장을 내줄 것을 고민한 끝에, 선행학습한 일본처럼 육성하는 방향이 좋겠다 하고 추진했다.
예전에는 1, 2, 3등급으로 쉽게 구분했었는데 농가의 사양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유통시장에서 같은 1등급이라고 하더라도 가격차이가 심하게 나게 되어 해당 농가에게 소득이 환류될 수 있도록 1등급을 세분하였다. 1998년에 1+등급이 생겼고 2004년에 1++등급이 생겨서 5등급 체계가 완성되었다. 마블링이 아무리 많아도 1등급 내에서 변별력이 없기 때문에 농가의 사양기술이 높아짐에 따라 마블링이 높은 고기를 생산하게 되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처럼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고 보는가?
외국에서 등급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마블링이 많은 고기를 좋은 고기라고 착각해서 먹는 것이 아니냐라는 문제를 제기하여 논쟁이 시작되었다.
이를 개선코자, 마블링을 보고 판정하는 방법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무래도 마블링이 많은 고기가 건강에는 좋지 않다”고 보니 아직 논의 단계여서 정확히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쇠고기 등급에서 마블링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능한 줄이고, 1+, 1++등급이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인식적인 측면을 중립적인 표현방식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개선하려고 검토중에 있다.
그런데, “한우농가는 반대가 심하겠군요. 열심히 입시공부 했더니 바꾼다고 하니” 사회자의 말에 “어느 정도 혼란이 올 수 밖에 없다.”는 기자의 말. 마치 복잡해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입시 교육정책으로 빠져드는 듯 하다. 그 동안 품종개량한다고 들어간 돈이 모두 허사가 되고, 지금 소 사육방식이 상당히 시스템화 되었는데 돈을 들여 싹 바꿔야 한다. 1+, 1++등급이 없어지면 마블링이 많은 고기를 찾지 않게 되어 고등급을 생산하는 농가에게는 거꾸로 역차별적인 타격을 크게 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상대적으로 소수 농가이긴 하지만 소비자에 대한 건강 고려, 동물복지 측면에서 있는 그대로 자연에 가깝게 키우자라는 움직임이 있다. 목장에서 풀 뜯어 먹이는. 지금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소를 생산해도 인기가 떨어졌는데, 앞으로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쇠고기 입시제도의 변화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손경제 終)
<최근 5개년 쇠고기 소비시장 현황>
(단위 : %, 천M/Ton, %, kg/인)
구 분 | 2010 | 2011 | 2012 | 2013 | 2014 | 증감 (‘14/’13) |
|
◦ 고품질 시장점유율주) | 27.2 | 26.7 | 28.0 | 30.6 | 31.3 | 0.7 | |
◦ 총 소비량 | 431.3 | 505.8 | 486.0 | 519.0 | 542.3 | 4.5 | |
1등급이상 | 117.5 | 135.0 | 136.2 | 159.1 | 169.5 | 6.6 | |
2등급이하 | 68.7 | 81.4 | 98.3 | 100.8 | 91.3 | △9.5 | |
수입 | 245.1 | 289.4 | 251.5 | 259.1 | 281.5 | 8.6 | |
◦ 자급률 | 43.2 | 42.8 | 48.3 | 50.1 | 48.1 | △2.0 | |
◦ 1인당 소비량 | 8.8 | 10.2 | 9.7 | 10.3 | 10.8 | 4.9 |
주) 총 소비량 대비 당해연도 한우 1등급이상 소비량의 비율
* 1등급 이상 출현율(%) : (’10) 63.1 → (’11) 62.4 → (’12) 58.1 → (’13) 61.2 → (’14) 65.0
소비자가 요구하니 바꾸긴 바꿔야 하겠는데 그동안 해낸 성과가 아까운, 그리고 변화에 따른 산업과 산업을 구성하는 각 시장주체의 충격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과연 들어간 돈과 들어갈 돈을 합산했을 때 우리가 얻을 ‘소비’ 편익은 얼마나 될까?
20여년 걸려 바꿨더니 회귀한다면 그 성공을 어떤 식으로 담보할 수 있을까?
만약 구워먹기 좋지 않아 내수시장에서 조차 외면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기껏 바꿨더니 가격만 한층 올랐다는 평가를 받거나 가격은 그대로 인대 품질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해결되지 못한 사회적인 갈등 속에서 곤란해 할 것이다. 그래서 쉽지 않다. 아니, 좋지 않다. 이 상황, 이 주제 자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안타깝다. 동물성 지방은 인류의 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바람의 여파인지, 웰빙이라는 거센 파도에 밀려 저만치 버려질 것(동물성 지방은 낭비, 불필요하다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다. 마치, 친환경축산은 한다고 하면 바로 된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미 진작 시작했던 선진국조차 그 유통비중이 한자리 수에 불과하고, 가이드라인을 거쳐 산업 전체를 두루 살펴 꾸준히 추진해야만 하는 사항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데, 과연 축산농가는 이 변화의 바람에 기꺼이 참여하려고 할까? 혹시, 당대에는 하지 않고 최대한 뒤로 미룬채 나중에 마지못해 하려고 하지는 않을까? 제도의 바뀜은 축산농가의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성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길이다.
여기에 더해, ’15.10.27일 WTO에서는 “햄·소시지는 1급 발암물질”이라는 정의와 “적색육은 건강에 해롭다”라는 뒷이야기로 가뜩이나 적육시장(쇠고기 등) 소비를 암담하게 만들었다.
시장은 사람의 심리에 의해 움직인다.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1998년 IMF 금융지원 이후 “한국은 너무 일찍 허리띠를 풀었다”라는 비판에 직면했었던 것처럼 20년에 걸친 노력 끝에 이제 막 물이 올라온 한우산업이 조금 더 많이 전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요구라는 기대가치에 부딪혀 정방향이 아닌 정반합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라는, 이를 보면 마치 우리는 “이미 먹고 살 만큼 부유했졌구나!” 하는 예전 금부치를 너도나도 헌납할 때 생각 못하고 그래 내가 살게. 자 카드~ 하는 기현상을 보는 듯하지 않은가 말이다.
칠레는 과거 4면이 둘러싸인 국토로 인해 살기 어려웠는데 오히려 그 방벽을 기초로 ‘수출’만이 활로라는 생각으로 적극 장려한 결과 우리나라의 새마을 운동과 같은 효과를 거두어 이제는 세계 돈육수출의 한 자리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하면 할 수 있다는 저력이 있다. 원래부터 잘한 나라는 없다. 지금 잘 하니까 과거부터 저력이 있었겠지 하는 생각 보다는 오히려 오죽 힘들었으면 어떤 노력을 했기에 지금과 같은 결과를 얻었을까 하는 측면으로 세상살이를 준비해야 한다. 과거 없는 현재가 있을 수 없듯이 잘 해놓은 성과를 쪼개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바란다. 어쩌면 우리는 정(正) 방향으로 잘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효용가치가 낮은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본다. 정쟁이 필요한 일일까? 그렇지 않기를 바라면서, 진정 지속가능한 친환경축산 강국을 위해서는 누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그 방향은 무엇보다도 소비편익 보다도 국익에 우선해야 할 것이다. 감사하다.
향후, 이에 대한 결론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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