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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떠났다.

by 큰바위얼굴. 2022. 9. 21.

어! 뭔가 이상한데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점심 산책길에 묻는다.

"우리가 지나 온 길에서 혹시 빠뜨린 거 없나요? 뭔가 이상한데, 마치 들려야 할 것이 들리지 않은 듯이. 굉장히 어색한데요?"

"아, 요 며칠 전부터 보이질 않더라구요."

 

덩그라니 남겨진 빈 자리. 그렇게나 짖었었는데, 아쉽다면 아쉽고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부조금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래도 정이 들었는데."

"..."

 

그렇게나 짖었었다. 

저 멀리 뚝방길을 지나쳐 갈 때조차 짖었던 게 기억난다. 참으로 자기 반경이 무척 컸다. 보인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순간까지 계속 짖었었다. 저만치 비닐하우스를 돌아 감자밭을 지나쳐 갈 때까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기억하는 건, 묶여 있었고 잘 짖어서 주인에게 길가가 아닌 안쪽으로 메어놓을 수 없는지 요청했던 때가 있었다는 정도. 색이 바랬고 비듬이 핀 듯이 푸석푸석 해졌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한 여름이 지난 지금에서야 떠났다.

일부러 피했다. 산책길에 자꾸 짖어대니 지나갈 때마다 골이 띵 띵 하고 울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피했기 때문이었을까.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누군가 내 곁을 무심히 떠난다면 과연 견딜 수 있을까?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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