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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폼생폼사

by 큰바위얼굴. 2022. 9. 21.

폼생폼사

한자어와 영어의 합성어로 풀어쓰면 Form生Form死. '폼에 살고 품에 죽는다'라는 뜻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외모나 품위만를 중요시하는 성향이나 그런 인물을 설명하는 말

 

웃옷을 처음 걸쳤다. 산책을 나선다.

 

거리의 반 정도 달렸더니 더워 벗었다.

 

손에 들고 다시 달리려고 한다.

 

동터오름을 마주하며 한껏 웃고 만다. 뭔들.

 

동터오름을 시선을 올려가며 바라본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 라는 말에 어울리는 풍경이다.

 

내가 여기 있어 이를 마주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리고 다음날 안개가 자욱히 낀 새벽에 다시 본 풍경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그러게 어제처럼 들고라도 뛰지 그랬어? 오늘은 달려서 땀을 내어 살갛에 이는 차가움을 이겨낼 줄 알고 반팔과 반바지로 나섰더랬다. 조금 일찍 달리기 시작했고 조금 더 멀리 달렸는데 이 풍경을 남길 때는 아직 후끈함이 아닌 서서히 데워지는 정도랄까. 표정이 살짝 얼어있다.

 

폼은 재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헤진 옷이 다 헤지도록, 내려가는 바지를 붙잡을 허리띠를 가져와야 함을, 긴 머리카락을 자를 때가 되었음을, 눌린 코 마냥 안경을 다시금 피팅해야 함을, 허투로 보낸 하루라고 여기면서 잠을 일찍 청했음을, 할 일이 있음에 하고마니 다시금 손끝이 간질거림을, 나서지 말아야 함을 알면서 나서지 말기를 다짐하듯이, 정할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잡다한 생각에 빠져드는 걸 잡아채는, 어쩌면 살아생전 평안함은 어지러움처럼 혼동과 갈등의 연속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일지도, 나이 50이 훈장처럼 여겨지는지 살아뭣해 되돌아보니 아쉬움이 가득하다고 해야 할지, 내가 살아온 길이 나 아닌 지인들이 살아온 세상과 다르지 않음을 알면서도 그들의 삶을 바라보메 내 삶의 가치를 메겨보듯이, 그렇게나 애쓰고 그렇게나 힘겹게 살아가메 아침산책길 만큼은 빼놓지 말자고 다짐하기를 두어해, 이제 익숙한 만큼 꾀를 부린다. 구십육에서 살짝 내려갔다가 살짝 올랐다가 아주 기분을 갖고 논다.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 하겠다. 확 떨어뜨리든가 그런거지 하며 받아들이던가. 근 3개월을 요양하고 귀가한 장인어른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못 본 지 꽤나 지났으니 그 모습을 어찌 마주할 수 있을까 싶긴 하다만 그래도 어찌어찌 다시금 마음을 추스리겠지. 지난 걸 안타까워 하기 보다는 함께 하고 있는 지금 내 마음을 전하는 게 낫다는 걸 다시금 되새기며 폼생폼사라, 과연 폼은 무엇이고 생사는 무엇일까.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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