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에 관한 생각이다.
연결돼 있다.
목줄을 잡고 나아가면 연결된 해나와 예티는 따라온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줄을 놓으면 멀리 달려 나간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줄을 놓고 가만히 지켜보면 멀리 갔음에도 시야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 말은 줄을 잡고 있는 팽팽한 한계와 줄을 놓았을 때 보이지 않는 팽팽한 한계가 있다는 것. 줄의 유무에 상관없이 우리는 연결돼 있다는 걸 말해준다.
지구를 도는 달처럼, 태양을 도는 지구처럼 줄은 보이지 않지만 어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가 서로를 인식하며 눈치를 보기도 하고, 바라기도 하며, 한껏 기지개를 켜고 나 몰라라 한다해도, 계단에 앉아 맘껏 놀으라고 줄을 놓고 있음에도 주변을 돌고 이쪽 구석 저쪽 구석이나 풀 숲에 들어가기도 하고, 냄새를 맡고 내 주위를 뱅글뱅글 돌기도 하는 건 연결되어 있다는 근거가 된다. 지금처럼 줄을 잡고 귀가하는 길에 곁눈질로 하나, 둘, 셋, 넷, 다섯 셀 동안 나를 바라보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시 확인하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예티가 뛰쳐나간다. 새를 봤다.
줄의 의미는 너와 내가 연결되고 있다는 실체적 증명. 너와 내가 이 만큼 거리 안에 있다는 확실함. 줄을 놓았을 때의 모호함과 멀리 갔다가 또는 따라오지 않다가도 뒤늦게 확인하고 따라오는 그런 느슨한 관계라기 보다는 딱 요만큼 안에 너와 내가 함께 가고 있고, 이 안에서 자기가 할 것하고 가는 건 같은 방향으로 가면서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같은 방향을 보게 하는 기능을 한다. 줄을 놓았을 때 느슨함보다는 줄을 잡고 있을 때 줄로 연결되어 있을 때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훌륭한 매개체라고 보는 게 좋겠다. 성호.
'일기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 떨어뜨리면 면접관들 눈이 그것밖에 안 되는 거겠지. 난 아쉬울 것 없다.” (1) | 2023.05.05 |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여행가이드 (0) | 2023.05.03 |
창공, 구름 낀 (0) | 2023.05.03 |
지친 하루를 날린 웃음 (0) | 2023.04.24 |
난 오늘도 달린다 (1) | 2023.04.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