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변동폭이 큰 채소값, 떨어진 산지계란값 만큼 떨어지지 않는 소비자가격, 과연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아내에게 배운다.
산지계란 값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데 왜 소비자가격은 변동이 없는 거야? 하는 질문으로 설왕설래를 시작한다. 난 유통 입장에서, 아내는 소비자 입장에서.
(A) 채소값의 소비자가격이 계속 등락하는 것은 그만큼 산지가격과의 연동성 때문이다.
(B) 계란 소비자가격의 변동성이 크지 않은 것은 그만큼 안정적으로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지계란 값이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손 치더라도 그건 생산량이 과잉되어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지, 그 원인이 유통이나 소비자의 수요 증가로 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시장의 변화 없이 산지가격만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들어가는 비용은 매 한가지이고, 팔리는 수량 또한 거의 고정적이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이 변동되기는 어렵다.
(A) 그래도, 산지계란 값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하면 최소한 몇 % 라도 떨어져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B) 만약 산지계란 값이 떨어졌다고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입장과 상관없이) 바로 소비자가격을 내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대형마트나 정육점 등 판매점에서는 계란 1개를 팔기 위해 들이는 비용에서 원료구입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가령, 매대공간, 냉장비용, 인건비 등 간접비용이 거의 불변) 소비량이 급등하지 않는 한 원료구입비용이 떨어졌다고 바로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것은 실익이 없다.
(B) 만약 산지가격 만 갖고 소비자가격이 결정된다면 당신의 말이 옳다. 그리고 사실 나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신의 말처럼 실현되면 너무 좋겠다.
(B) 채소값은 아주 오래전부터 가격변동폭이 심한 대표적인 품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계란값과 동등비교하기 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당신의 말처럼 등락이 심한 것을 '문제'로 보질 않고 등락 그 자체를 '연동'으로 해석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놀랍다. 난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다.
(B) 자, 나와 당신 모두 소비자다. 그럼 소비자 입장에서 한 번 정리해보자. 매번 갈 때마다 가격이 변동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거의 안정되게 동일한 가격대를 보이는 것이 좋을까?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경제주체(국가 포함)는 모든 품목에 대해 가격이 안정되길 기대한다. 일단 변하면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면 외에도 현재 가계살림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격이 떨어질 때 바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나마 많이 참아준다손 치더라도 가격이 올랐을 때 바로 올리는 것은 잘 봐주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휘발유 가격이 그렇다. 당신의 말처럼 유가가 현저히 폭락했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700~800원대까지 떨어져야 함에도 기껏 1300원대를 유지하면서 많이 떨어졌다고 생색낸다. 혹시나, 소비자의 기억을 의심하는 듯하지. 물론, 내가 추측컨데 유가를 떨어진 폭만큼 떨어뜨린다면 세수측면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되면 들어갈 집행계획은 짜여져있는데 수입이 없으면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생길테니 아마도 완충적으로 조절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건 아니지만 당신과 대화하다보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다.
가격은 안정될 때 비로서 제 가치를 할 수 있다. 산지와 소비자 가격의 연동은 합리적이다. 세상은 합리적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동시간대에 누군가는 불만을 토로하고 누군가는 돈을 번다. 여기에서 소비자는 봉이다. 막대한 힘을 가진 결정주체이다. 그럼에도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위해서는 동네의 몇 군데 마트, 슈퍼, 채소가게에서 구입할 수 밖에 없는데 그곳에 채소가 배달되기 까지와 들인 비용, 그리고 판매되는 가격은 거의 비슷하게 결정이 된다. 내가 사려하지 않아도 사야 하는 입장이다. 먹지 않으면 되고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있는데, 최소한의 행위가 바로 그곳에서 사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무척 어렵다. 결정주체는 맞는 듯한데 힘이 없다. 기껏해야 기자가 내놓은 주장에 대해 기분이 업 되었다가 가라앉는다. 그리고 획일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산지계란 값이 떨어졌는데 왜 소비자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걸까?" 라고.
당연하다는 데서 맹점을 찾을 수 있다. 어쩌면 당연하기 때문에 당연하게 만드는 것이 힘들 수 있다. 당연하지 않다면 벌어지지 않는다. 거꾸로 보면 산지가격이 떨어졌다고 소비자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당연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가격이 떨어진 채소와 계란을 사고 싶다면 곧바로 채소농장과 산란계농장에 가서 구입하면 된다. 아마 많은 양을 구입하지 못해 농장주와 실랑이를 벌여야 하겠지만 많은 지식을 알고 있다면 아는 만큼 협상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도매가격에 준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채소 한 움쿰과 계란 한 판을 사러 농장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고로움에 대한 비용이 든다. "미쳤어! 그 말이 아니라. 산지가격이 떨어졌으면 비록 얼마만큼이라도 떨어져야 정상이 아니냐구?"
(아.. 돌고 돌아 원점이다. 누가 날 이 자리에서 구원하소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말에 주목하자. 내가 장사를 한다손 치더라도 산지가격, 즉 원료구입비용이 떨어졌을 때 많이 사서 아직 변동하지 않은, 혹은 소비자가 잘 모를 때 이윤을 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행위이다. 누구나 그렇게 영업을 하고 사업을 하며 일을 하고 있다. 산지계란값의 절반 하락은 소비자가격의 절반 하락을 말하지는 않겠지만 떨어졌다고 떨어져야 한다고 보는 그 관점이 과연 합리적인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소비자의 요구는 계속 강해진다. 아는 만큼 요구한다. 더 신선하도록, 더 빠르게 내 앞에 오길 바란다. 그렇다면 그 일을 하는 주체는 비용이 든다. 혹시나, 저장기술이나 물류기술이라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면 그 비용 또한 막대하다. 몇 십원하는 채소값이나 계란값을 논할 때가 아니다.
자, 다시 거꾸로 생각해 보자. 산지가격이 떨어질 때 소비자 가격이 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바로 중간 유통과정과 소비접점 사이에 있다. 포장비 정도 부담한다면 내가 원할 때 농장에서 직구매가 가능해진다면 바로바로 연동될 수 있다. 만약, 해당 농장이 딴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포장비 들인 직매를 할 수 있는 농장은 흔치 않다. 흔해지려면 그 농장은 이미 농장수준이 아닌 대기업 수준으로 등극해야만 한다. 몇 판 팔고말 것이 아니라면 전국 방방곡곡에 바로바로 배송해 줄 수 있다는 말인데, 과연 그렇게 계란만 직송해줄 농장이 언제나 가능할까? 혹은, 그 방향으로 농장을 규모있게 키워야 할까? 어쩌면 지역내 소비를 독려하기 위해 그 지역에 맞는 양만큼 주변에 중소규모 농장이 산재해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을까? 규모가 있어 전국을 커버한다는 말은 지역 소비접점마다 영업점을 갖춘다는 말이다. 대량을 유통시킴으로 인한 비용절감을 꾀할 수 있겠지만 역시나 과점의 문제를 안고 있다. 즉, 가격의 결정을 시장에 맡기지 않는 본인이 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너무나 지극히 자연스런 행위이기 때문에 절제가 힘들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그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바로 공정거래를 말한다. 독점과 과점을 보는 시각이다.
다시 말해, 독과점 때문에 계란에서는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하기 어렵다. 하림은? 할텐데 그건 또 다른 이야기이다. 대자본의 유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으로 인해 투자를 업계내에서 할 수 밖에 없어 아웅다웅 하기 바쁘다. 물론 변혁이 옳은가? 에 대해서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경쟁은 자유지만 독과점은 안된다 라고 정했다는 점이다.
고로, 유통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자꾸만 자기 입장에서만 주장하다 보니 이 꼴(?)이다. 넌 나빠 하기 바쁘다. 유통 또한 엄연한 주체임을 자각하고 지나치게 소비자 입장에서만 바라보지 말자. 서로 인정할 때 비로서 상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로 떠든 걸 며칠 지나 글로 옮기다 보니 힘겹다. 그 수고스러움 속에 얻어가는 영감이 있기를 바라면서,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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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채소 들었다 놨다’ 저물가 시대 “너무 비싸요”
경향신문 2016.2.22
ㆍ한파·폭설에 파·양파·배추 값 급등…5월까지 강세 가능성
ㆍ정부, 아직 소비자 물가압박 적어 수입 통한 가격 조절 손놔
지난 주말 마트를 들른 김양희씨(44)는 돼지불고기를 만들기 위해 양념채소를 찾다가 깜짝 놀랐다. 대파 네 뿌리의 할인가격이 3900원이었다. 김씨는 “돼지고기 600g이 5000원인데 대파가 3900원이나 하더라”며 “저물가 시대라고 하는데 양념채소 가격은 전에 비해 너무 비싸진 것 같다”고 말했다.
파, 양파, 깐마늘, 배추 등 주요 양념채소의 가격 강세는 오는 5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5월이 돼야 올해 노지채소들이 본격 출하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위적인 가격안정을 위한 수입 확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5대 양념채소류 중에서는 고추만 유일하게 가격이 안정됐다.
22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채소류 소매가격을 보면 지난 19일 현재 양파 1㎏(상품 기준)은 267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36원)보다 2배가량 비싸졌다. 파 1㎏은 4471원으로 지난해(2624원)보다 70.4% 올라갔다. 깐마늘 1㎏ 가격은 1만546원으로 지난해(6915원)보다 52.5%, 배추 1포기 가격도 3124원으로 지난해(2030원)보다 53.9% 높았다. 무 1개 가격도 1739원으로 지난해(1204원)보다 44.4% 상승했다. 1%도 안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양념채소류의 가격 상승은 과도해 보인다.
양념채소류 가격이 유독 급등한 것은 지난해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올 초 한파와 폭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확해 저장해놓은 물량이 적고, 올해 작황도 좋지 못하다는 우려가 커지니 가격이 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양파는 지난해 5월 수확 당시 가물어서 예년보다 20% 정도 물량이 줄었다. 가격 폭등이 우려됐지만 그나마 정부가 개입해 출하를 조절하는 바람에 가격 인상을 이 정도에서 묶었다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설명했다. 배추와 무는 가격이 계속 약세였지만 올 초 한파로 겨울배추와 무의 생육이 나빠지면서 가격이 크게 뛰었다. 대파 가격 급등도 한파의 영향이다.
정부는 수입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기보다 노지채소들이 수확되는 5월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아직은 소비자물가가 높지 않아 물가압박의 부담이 없는 데다 섣불리 채소류를 수입했다가 가격이 폭락하면 농민들에게 미치는 충격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3~4월에도 양념채소류가 생산되지만 시설재배라 생산비가 높아 저렴한 가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기름값이 떨어져 시설재배 농가의 부담은 줄었지만 물량이 많지 않아 수급안정까지는 기대하기는 어렵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몇해 동안 양념채소류의 가격이 많이 떨어져 생산농가들이 손해를 많이 봤기 때문에 당장 수입을 해서 가격 조절에 들어가기 힘들다”며 “농협이 계약재배한 물량을 풀어 할인행사를 하는 등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원재료값 내리는데 제품값은 뜀박질 ‘이상한 물가’
한겨레 2016.2.22
기업 경영악화 소비자에 덤터기
정부는 디플레이션 우려로 묵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