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패커화와 정부의 시장개입
협동조합의 패커화와 정부의 시장개입
정부의 유통구조 개선계획은 2020년까지 축산 분야에서 협동조합·민간 패커를 육성하여 유통단계를 축소(4∼6단계 → 2∼3단계)하고, 협동조합형 안심축산의 시장점유율을 2015년 한우 29.9%, 돼지 19.0%에서 2020년 한우 50.0%, 돼지 40.0% 수준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를 토대로 도축·가공·판매 유통브랜드인 안심축산은 산지 전속출하 확대로 생산부터 판매까지 일관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유통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산지조달 비율은 2015년 경매조달 67%, 산지조달 33%에서 2020년 경매조달 20%, 산지조달 80%로 전환하고 안심축산, 참여조합, 농장 3자의 약정 체결을 통해 안심한우 전속출하 산지계열농장을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권역별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판장 중심의 기능을 점진적으로 가공·유통 기능까지 확대하여 패커시스템을 완성함으로써 효율화를 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품목조합 주도로 농가 계열화를 강화하여 생산·도축·가공·판매를 일관 운영하는 품목조합형 패커를 육성한다. 품목조합 점유율이 2016년 소 1.7%, 돼지 6.2%에서 2020년 소 8%, 돼지 15% 수준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또한, 2016년까지 선정된 거점도축장 15개소를 생산부터 판매까지 연계하여 일관체계로 경영하는 민간패커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에 거점도축장 가공비율을 2017년까지 40%에서 60%까지 확대하기 위해 평가체계 마련, 인센티브자금 지원, 미흡업체 지정 취소 및 자금 회수를 취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하여, 정부는 축산물 브랜드 육성을 위해 브랜드경영체지원사업의 신청자격 기준을 강화하여 소규모 경영체간 통폐합과 광역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브랜드 월 출하규모가 한우 1천두, 돼지 10천두 수준이 되도록 최소 사육두수 기준을 한우 40천두, 돼지모돈 7천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브랜드 경영체와 육가공·식육판매업체, 대형유통업체 및 축산전문시장(마장동 등) 등 유통업체와의 직거래 유통체계 구축을 위한 브랜드육 판매점의 시설건축, 또는 매입, 임차료 및 기타 부대시설 융자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협동조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유통 시장의 효율성, 형평성 및 안정성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 주체 간의 경쟁을 촉진하여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영리회사의 시장지배력 행사가 심각한 분야에서 사업방식도 원가경영을 통해 영리회사의 이윤극대화 행동을 견제함으로써 산업의 근간인 농민이 주를 이루는 조합원의 이용자 편익을 제고하기 때문이다. 이는 협동조합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여 제도적 특혜가 허용되는 논리적 근거가 된다. 그렇지만 2020년 목표 시장점유율인 40~50% 수준에 대해서는 시장 주체간의 경쟁촉진이라는 정책지원의 원칙에서 형평성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안심축산과 품목조합의 자발적인 노력에 따른 온전한 결과라고 한다면 시장경쟁 논리에 부합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전국의 반에 해당하는 시장점유를 협동조합이 차지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과연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되는 효율성, 형평성 및 안정성 측면에서 적절했는지 판단해 볼 여지가 있다.
이처럼, 정부의 시장개입에 따른 혜택이 협동조합에 국한되어 막대하다면 과연 합당한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협동조합은 설립목적이 “소유자 = 조합원(양축농민)”에게 국한되어 해당 편익이 소비자에게 직접적이지 아니하며 간접적으로 부여될 수 있는 여지만 있다. 협동조합 또한 시장 경쟁주체의 하나에 불과하며 협동조합 또한 독점비용, 속박비용, 정보비용 해소를 위해 설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과한 시장점유는 협동조합의 목적인 독점과 속박, 그리고 정보의 독점적 지위를 누림으로써 다른 이용자, 특히 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이처럼 농민 중심의 협동조합은 시장 형성의 다른 주체인 구매자(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협동조합에 들인 거래비용의 총합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협동조합의 거래비용이 낮아질수록 다른 이용자, 특히 구매자(소비자)의 거래비용은 반대급부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지원의 시장개입 행위가 시장 주체간의 경쟁을 촉진하여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축산물 유통개선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는지의 판단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하여 거점도축장을 통한 민간패커 육성 또한 거래의 규모화 촉진을 통한 유통구조의 단순화로 유통비용을 절감케 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특정업체 지원에 대한 형평성 논란의 여지는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되는 효율성, 형평성 및 안정성 측면에서 적절했는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농민이 설립한 협동조합에 대한 정책지원이 가능하다는 인식에서 판매농협을 지향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정책지원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시장개입은 농민에게 향했다고 보는데서 오는 혼선으로 이해된다. 협동조합에 대한 우호적 여론에 따라 제도적 특혜가 허용된 점에 착안하여 패커육성이 농민 주도설립의 협동조합에게 유익하기 때문에 정책지원이 타당하다는 논거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은 “이용자 = 소유자 = 농민(패커소속) ≠ 소비자”의 관계에서 이용자(농민)의 이익을 대변하게 된다. 협동조합형 패커는 “이용자 = 소유자 = 농민(생산)”과 “이용자 = 소유자 = 도축·가공(유통)”이라는 등식이 “이용자 = 소유자 = 농민(생산) = 도축·가공(유통)”이라는 관계를 인정하게 되어 이미 대부분의 정책지원에서 유통기업이 배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의 내적 수직계열화에 대해 정부의 정책지원은 지나친 시장개입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칠레의 아그로수퍼는 자국 내 유통의 약 70%를 차지한 단일 기업으로서 생산의 대부분을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운영된다. 아그로수퍼는 M&A를 통해 사업을 확대하고 시장점유를 높혔다. 이때 정부의 지원은 없었다고 한다. 또한, 정부의 시장개입 또한 없었다고 한다.
협동조합의 목적은 조합원의 “이용자 편익”을 극대화하고 조합원의 비용을 최소화하는데 있다. 독점비용, 속박비용, 정보비용 등 시장 계약비용의 해소를 통한 소유자의 편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조합원에게 최선의 가격을 실현시키고, 협치비용, 대리비용, 위험비용 등 기업 소유비용의 절감을 통해 소유자의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조합원의 가격 결정권을 행사토록 하는데 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용자 편익을 창출하기 위해 영리회사에 대한 사업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처럼 경영자의 원가경영 강화와 조합원 공동행동의 촉진은 판매협동의 보편적 성공조건이다. 판매농협의 원가경영 사업전략은 영리회사에 대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여 조합원의 이용자 편익을 창출하는 핵심 수단으로 조합원 거래가격을 사업의 평균비용 수준으로 설정하는 전략이다.
그렇지만 조합원이 출하할 때 경매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비용을 책정하고 있다는 건 영리회사와 동일한 가격책정방식으로서 사회적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쟁적 가격”에 해당되지 못한다. 최선의 판매가격으로 실현되지 못한 협동조합의 경쟁적 가격 전략은 비용조건이 동일한 영리회사에게 치명적 위협이 되지 못하고, 경쟁 영리회사는 협동조합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과점 가격과 초과이윤을 실현할 수 있다. 이로써 영리회사의 시장지배력 행사가 심각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설립된 방법인 원가경영에 따른 영리회사의 이윤극대화 행동을 견제하지 못한다. 영리회사는 가격 인상과 이윤 증가를 동반할 수 있으며,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비용 절감과 제품 차별화에 대해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협동조합은 원가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규모화 및 차별화 전략의 선택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는 물량 규모화를 위해 광역 조직으로 사업을 통합하고 제품 차별화를 위해 시설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한편 지역시장을 기반으로 전통적 사업전략을 유지하거나 지역 브랜드를 활용한 제품 차별화로 틈새시장 전략을 추구하는 협동조합도 존재한다. 협동조합에서 출하계약 물량의 일시적 부족분을 충당하는 차원에서 비조합원 거래를 실시하는 경우 합리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축산물 브랜드 육성을 위해 브랜드경영체지원사업의 신청자격 기준을 강화하여 소규모 경영체간 통폐합과 광역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전국 활동브랜드는 2015년 726개로 브랜드 참여농가는 사육두수 기준으로 한우 56.3%, 돼지 61.9%, 육계 98.7%를 점유하고 있다. 브랜드 참여농가에서 농·축협 협동조합의 참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에 따른 전통적 농협 계통조직의 틀을 탈피하여 판매사업에 특화된 전업농민-공선출하회-조공법인-경제지주에 걸친 수직통합 조직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대형마트와 식품회사 등 영리회사의 산지유통에 대한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는 추세에 대응하여 농민 중심의 가치사슬을 구축하여 지역 브랜드의 시장가치를 실현하는 부가가지 모형의 판매농협으로 높게 평가된다. 공선출하회는 계약 형태의 판매농협이다. 농민과 지역농협 간의 출하계약에 의해 공동선별 공동출하 공동계산 방식으로 수직 계열화되는 판매사업 농가조직으로 정의된다. 조공법인은 지역농협의 한계를 극복하는 비례모형 판매농협이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은 지역농협을 포함한 산지유통 법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법인 형태의 판매농협이다. 이는 산지유통을 담당하는 법인들이 공동 자회사에 해당하며, 물량의 규모화와 품질의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여 지역 브랜드 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판매농협이다.
이런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에 따른 전업농민-공선출하회-조공법인-경제지주에 걸친 수직통합 조직 구성 방향에서 동일한 수요자에 해당하는 협동조합에 대해 브랜드 통폐합과 광역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은 주제가 다를 뿐 중첩된다. 이는 하나의 대상에 대해 조직구조 방향과 기능개편 방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중지해야 한다. 만약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 지원과 정부의 브랜드 통폐합 지원이 하나의 협동조합에게 적용된다면 이는 지나친 특혜에 해당된다. 정책지원이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다.
협동조합은 이용자 소유기업이다. 이용자 소유기업은 투자자가 아닌 구매자, 공급자, 근로자가 소유한 기업을 말하며, 이용자가 협동조합에 “소유자 =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용역을 최선의 가격으로 거래하여 자산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조합원이 얻는 경제적 이익의 크기는 협동조합이 조합원에게 영리회사에 비해 얼마나 유리한 가격으로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며, 협동조합의 목적은 조합원의 “이용자 편익”을 극대화하고 조합원의 비용을 최소화하는데 있기 때문에 협동조합의 패커화와 브랜드화에 있어서의 정부 시장개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시장 주체간의 경쟁을 촉진하여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향에서 협동조합 또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시장 주체로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협동조합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증가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제도적 특혜에서 배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