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세상, 좀비는 살아있다.
새벽,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선 길.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계속 하고 있다. 바뀐 건 없다. 뭘 주고 뭘 배우는 건지. 인재 육성은 공허한 메아리가 된다. 나라고 뭐가 다를까?
하늘에 별이 보여.
커다란 룰, 우리가 지켜야 하는 원칙?
메어있는, 잡고있는 줄, 2미터 가량. 잡고가면 벗어날 수 없어. 묶여있지. 메어있고 잡고있어 함께 가지. 놓았을 때는, "자유롭게~"
뛰는거지. 지구의 주위를 도는 달처럼, 태양을 도는 지구처럼 나를 중심으로 돌지. 때론 오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론 멀리 가버릴 수도 있지만 결국엔 다시 만나지. 내 나이만 다를 뿐.
그래서 달린다.
스치는 바람에 살아 있음을 느낀다.
왼쪽 허벅지에 당기는, 어제부터 시작된 것. 걸을 때는 큰 증상은 없어. 뛰면 뭉친다.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고, 어떻게든 뛰어보려고 노력하는데 당겨진 근육은 풀리지 않는다.
"아이고, 춥지 않아. 내일은 장갑을 껴야 되겠다." 이런 말을 주고받은지 한 30분 지났나. 되돌아가는 알람이 올리고, 새똥이 많이 묻어있는 저 길을 피해가려고 한다.
"헤이, 한 번 뛰어볼까?"
페이크 세상, 좀비는 살아있다고 풀어낸다. 독백.
https://youtu.be/JFCP7X_qdpk
좀비처럼 걷는다. 어기적 어기적 허리는 꽂꽃이 세운 채 발걸음을 옮기고, 팔의 움직임은 둔하고 어찌 되었든 걸어가려고 애쓰는 모습. 다른 누군가는 좀 더 그럴 듯한 몸짓을 보인다. 누군가는 기구의 도움으로 빠르게 지나쳐 가고 하나 둘 셋 넷, 몇 명 되진 않지만 그 안에 내가 포함됐다.
어기적 어기적 걸음을 옮기고 새벽에 공기를 마시면 살아있다는 걸 느끼는 것 마냥, 좀비는 본인이 좀비인지 모른다. 좀비를 보고 있으면서 모른다. 거의 모두가 상자 속 관에 자고 있다. 정말 그 일부 만이 깨어나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 부지런히 옮기는 그 시간. 어제는 '새벽을 여는 소리'라고 했다면, 오늘은 좀비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시간이라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내 왼쪽 허벅지 안쪽이 당겨온다. 걸을 때는 둔중하지만 뛸 때는 당겨진 팽팽함 때문에 그 아픔 때문에 달릴 수가 없다. 바삐 걸어가는 사람, 머리에 뭔가를 쓰고 있고 어기적 어기적 종종 걸음으로 뛰는 사람, 좀비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거 같다.
그 윗길에서 코를 바닥에 대고 냄새를 맡는 두 강아지. 그 중에 한 마리는 거의 코를 바닥에 대고 다니고 나머지 한 마리는 스쳐 지나가서 좀비들을 경계한다.
바삐 놀리던 발걸음이 어느새 태엽이 다 풀어진 마냥 어느새 느슨한 걸음으로 바뀌었다. 어딘가를 가면 그 어딘가에는 새로운 세상이 있지 않다. 그저 목적한 바 좀비로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그 시간이 닿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달한 순간 다시 되돌아온다.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하는 일기장처럼 우린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고 어기적 어기적 움직여 살아있음을 느끼면서 도대체 정체모를 목적지로 향해 나아간다. 다시 되돌아와서 서랍 속에 고이 잠든다. 차곡차곡 쌓여 있는 서랍장을 보고 있노라면 어찌 세상을 좀비가 가득한 세상이라고 말하지 못할까?
어리석고 어리석다 우메하다. 내 발걸음에 채이기라도 하는냥 재빠른 회피 동작을 하는 해나. "신호가 들어왔다 달릴까? 달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차들이 큰 버스, 승용차들이 마치 우리를 바라보면서 비추어 주는 양, 우쭐우쭐 부끄부끄 왼쪽 허벅지에 당김을 참아가며 뛰어보지만, 횡단보도에 닿는 순간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어쩔 수 없이 멈춘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오는 길에 마주친 다른 강아지, 그리고 줄을 잡고 있던 그. 반갑다며 날뛰듯이 다가가는 예티와 해나를 보고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 좀비는 살아있다. 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