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세상보기

도시 밀림

큰바위얼굴. 2023. 5. 12. 09:24



나무 보다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이 많다. 여기에서도 이른 아침 한국말 소리가 들린다. 다양한 인종이 사는 이 곳은 나름 인간세상에서 성공과 성공을 향해 노력하는 자들의 공간이다. 나무 심기 보다는 나무처럼 건물을 높이 올리기 위해 애썼다.


KLCC공원을 돌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태양을 가리기 위해 쓴 모자에 땀이 차오르고, 얇게 입은 면티는 벌써 흠뻑 젖는다. 잘 했구나 싶다. 나설 때부터 셔츠에 양복, 구두 복장이었다면 땀에 흠뻑 젖어 막상 행사에서는 빛이 바랬을 것이고, 산책길에 마주하거나 같은 방향으로 걷는 이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한다.


가지로부터 땅으로 뿌리내린 나무. 도시 밀림 속 숨터를 막 시작할 때 마주하게 된다.

맹한 얼굴에 모자로 인한 음영까지 그늘지니 못 생겨 보인다.


시원하게 모자를 벗어 든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게 전부 건물이다. 마치 거대 건물이 사는 동네에 일꾼 개미들이 움직이는 모양새. 더 없이 소중한 건 아키루스 마냥 높게 치솟은 건물의 외양에 있는 게 아니라, 일꾼 개미들이 끊임없이 쌓아올린 공적이 아닐까.


땅을 내려다 본다. 어제 빛이 되어 하늘에 맞닿은 밤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https://meatmarketing.tistory.com/m/6193

배가 고파온다. 9시 약속. 도시 밀림 속에서 아침에 둘러본 KLCC의 모습은 내게 너 또한 개미처럼 일조했구나 전한다. 대한민국 한우가 말레이시아에 도달한 날, 내가 여기에 있었고 이런 사정이 있었음을. 굳이 '국가 부도의 날'과 비교치 않는다손 치더라도 뿌듯하다.
https://meatmarketing.tistory.com/m/6190




도시 밀림.

도시 밀림의 주인은 건물. 그리고 이를 풍요롭게 하는 건 일꾼. 돌고도는 화폐처럼 에너지 또한 순환하면서 도시 밀림을 가꾼다.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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