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우리가족 이야기
줄을 놓아버린 사연
큰바위얼굴.
2023. 12. 9. 07:55
음성
보이는 게 피상이고 보는 눈이야말로 진실되니, 삶을 정의함에 바라보는 눈에 기준을 두어야 하고, 보인 모습에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며, 보는 것이 맞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그 모습이 원해에 하고있든 짜여진 속에서 그의 보는 마음은 어쩌면 보는 마음조차 짜여진 각본처럼 희노애락에 휩싸이고, 보는 것이 중요한 걸 알면서도 보는 마음에 대한 공부는 게을리 할 수밖에 없다.
보인 모습에 의해서 보는 눈이 좌지우지된다.
젖은 땅에서 마른 땅을 찾고, 마른 땅에서 시작한 산책이 담배를 피는 사람들을 피해 맞바람이 부는 쪽으로 걷다 보니 어느새 젖은 땅이 나오고 돌아갈까 망설이던 모습과는 달리 다시 담배 연기를 맡게 되니 차라리 맞바람치는 담배 부는 쪽으로 향하게 되고, 오락가락 젖은 땅에 아이들의 털이 많이 더럽혀지지 않길 바란다.
우스끄랑스러운 컨셉의 옷을 입고 아내가 타박할 모습을 떠올리니 활짝 웃게 된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절로 마음이 흥겨워지고, 한번 꼭 깨우세요 하고 잠들었던 막내 치영이 방을 환하게 불을 밝혀 놓고 산책에 나와서 다시 들어갔을 때의 기대감이란, 일어나지 않았든 일어났든 어떤 신호를 주고 받고 있음에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이리저리 돌고 돌아도 담배 피는 사람들을 피할 길이 잘 없다.
그래서 그냥 줄을 놓아버렸다. 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