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무엇을할것인가

높고 쓸쓸한 당신

큰바위얼굴. 2024. 4. 30. 21:54

"진주는 외롭다는데....."

"즐겁게 살자."

고백하자면 나에게 그 말은 힘든 말이었다. 당신이 애써왔던 삶을 쏙 빼닮은 말 같아서였다. 

당신 스스로에게 당부한 말이었으니 만약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당신의 삶이 이토록 의연할 수 있었겠는가. 당신이 즐겁게 살자는 말의 의미는 분명하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고통의 반대편이어야 할 것. 이 삶의 그 어떤 작은 고통까지도 모두 지워내자는 것.

"만약에요. 다른 나라에 살게 된다면 선생님은 어느 나라에 살고 싶으세요?"

"그랬다. 왜 꽃 옆에서 찍은 사진을 그토록 오래 옆에 두고 보면서, 당신이 많이 웃곤 했는지를 나는 아직 모른다."

 
빛이 바랜 어느 날, 떠났다는 말에 되돌아보게 되니 서울 다녀오는 길에 꽃을 자주 받았더라. 며칠이면 지고 말 꽃이 참으로 아름다웠다고 기억된다. 어느 날엔 꽃이 빵이 되기도 했고, 어느 날엔 꽃이 길고긴 기다림이 되었던 적이 있었나 보다. 이번에도 괜찮겠지 했던 마음이 야속하다. 그래, 그럼 되었지 겉으론 표시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속은 엉망이다. 너에게 더 잘 해 줄 것을, 아니, 카톡이나마 안부를 물어볼 것을 하며 아쉬움에 몸서리친다. 

이제 없다. 카톡의 메시지가 미완처럼 남았다. 답변이 오겠거니 했건만 영 영 멀어졌다. 미안해, 그리고 고맙다. 너를 알고 지낸 시간이 내겐 더없이 행복했고 가슴이 아프도록 좋았다. 너의 다정함이 의젓함에 가려져서 몰랐다. 너의 친절함이 다정함 만큼 자연스럽기에 당연한 줄 알았다. 어쩌면, 우린, 보낸 메시지를 받는데 익숙하다. 돌아오지 않을 메시지라고 여기면서도 내 곁에 있다고 끝맺고 싶은 마음에 한 자 한 자 적어보낸다. "잘 가~"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라는 산문집을 보며, 아내의 친구가 떠난 날을 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