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행이 끝나면
왠지 울컥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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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네요. 첫걸음을 내딛던 날은 마치 어제처럼 선명한데, 어느새 이 길 위에서 참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또 놓아주며 걸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이 세상이 그저 스쳐 지나갈 곳이라 생각했죠. 아무것도 내 것인 듯 느껴지지 않고, 그저 잠깐 머물다 가는 손님인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하나둘 마음이 쌓이더니, 낯설던 풍경이 점점 더 익숙하게 다가오는 겁니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장소처럼요.
그러다 문득 깨달았어요. 이곳이 내게 꽤나 의미 있는 곳이 되었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세상 구석구석이 내 안에 스며들었구나, 하고요. 그러면서, '이번 생이 너의 마지막 여행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이제는 그 말이 참으로 다가와요. 떠돌던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떠날 때가 됐다는 걸 알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아쉽습니다. 이곳에 남기고 싶은 것들이 자꾸 생겨요.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요. 이게 다 우리 삶이 정말 대단해서라기보다는, 그저 매일 조금씩 더 친숙해져 가던 풍경들, 스치던 얼굴들, 아주 소소한 순간들이 마음에 닿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니, 이제는 어쩌면 조용히 미소 지으며 걸어나갈 때가 온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번 생이 진짜 마지막 여행이었길 바라면서요. 김성호 w/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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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으로 와서 여러 번의 여행을 거치고 영혼의 성숙한 완성을 이루어 결국은 이 세상과 하나가 되는 이야기.
"이번 생이 너의 마지막 여행이었기를."
기원한다.
어느 날 난, 어디론가 돌아가야 한다고 깨달았다. 그런데 이제는 모르겠어. 실체도 모르는 소망에 매달리느니 오늘을 살겠다.
오늘을 살겠다 라는 문장 앞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라는 내용이 생략되었다고 느꼈다.
태어나 배우고 익히고 경험을 했다. 이 세상과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돌아가는 이들을 배웅하며 이 세상이 아닌 저 세상으로 돌아간다고 여겼다. 저 세상 또한 큰 범주에선 이 세상인 것을 알기에 "이번 생이 너의 마지막 여행이었기를." 이란 말이 여운처럼 되뇌어졌다. 맞아. 난 손님이었구나. 주인이 아닌, 손님. 그래서,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낯설기만 한 이 세상과 그렇게나 하나가 되고 싶었나 보다. 비로소 모두 내려놓으니 떠날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라는 엘버라는 등장인물의 깨달음이 결코 멀지않음을 알았다. 안타깝다. 두렵다. 불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어내진 않는다. 애써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부디, 이 세상의 신께 간절히 기도한다. 부디 이루어 주시옵소서, 아멘.
지은이에게 감사하다. 즐겁고 유쾌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흥미진진했다고.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