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끝낸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영록아,
수능이 끝났다고 전해들었다. 어딘가 외로운 전주에서, 네 어미와 너는 세종에 있는 밤이지만, 그리 멀리 있는 것 같지는 않구나. 그 긴 수능의 여정을 거치며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을 너를 생각하니 마음이 담담하게 채워진다.
너의 인생 여정은 마치 옛날 이야기 속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이 떠오르는구나. 그는 온갖 시련과 갈림길을 넘으며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묵묵히 찾아갔고, 그 과정에서 가장 순수한 내면을 남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보여주었다. 그처럼, 너도 네가 걷고 있는 길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음을 아비는 알고 있단다.
어미와 나는 네가 이룬 작은 성과와 도전을 모두 소중하게 바라보고 있어. 너의 수능 여정 하나하나가 단순한 시험 그 이상의 것이었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속에서 네가 힘겹게 쌓아올린 성과, 때로는 흔들리며 고민하던 순간들 모두 너에게 하나의 문장처럼 남았을 거야. 네가 얼마나 힘들게 걸어왔는지 안다. 어쩌면 이 모든 경험은 하나의 아름다운 책으로, 앞으로 더 많은 길을 알려줄 자산이 될 거야.
위대한 인물들이 늘 한 번에 빛난 것은 아니었다는 것도 너는 잘 알 테지. 그들 대부분은 자신만의 시간과 방식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고, 그 과정에서 결코 완벽하지 않았단다. 이제 너도 그렇게 천천히, 오랜 경험을 가슴에 품은 한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네가 세운 길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알 수 없지만, 아비는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분명 빛을 내리라는 것을 말이야.
영록아, 인생의 길에서 아빠와 어미는 늘 네 곁에 있을 거다. 지금 당장은 비록 네가 있는 곳과 거리가 있지만, 내일 우리가 다시 만나면 이 편지를 안고 따뜻한 식사라도 함께 나누자꾸나.
아빠가, 전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