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나의 이야기

강아지 똥 3번 쌀 만큼 걸린, 가을 새벽의 산책

큰바위얼굴. 2024. 11. 17. 06:54


가을 새벽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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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설친 잠을 이끌며 몸을 일으켰다. 어젯밤은 현미, 종원과 나성동에서 마주한 술자리로 깊어졌었다. 모둠 회를 안주 삼아 나베를 곁들이고, 이자카야 너머 대학가의 허름하지만 야성적인 분위기를 살린 술집에서 육회와 육사시미, 미역국으로 마무리한 자리였다. 흔한 일탈이었지만, 마음이 한없이 유쾌했다. 술잔을 주고받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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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밤새 뒤척인 게 부족한 마냥 눈이 떠진 시각, 4, 5시. 다시 잠들지 못하게 나를 밖으로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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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나서니 어스름한 빛 아래 젖은 땅이 눈에 들어왔다. 밤사이 비가 내렸나 보다. 오늘은 강아지 해나와 예티의 목욕과 미용을 계획해 두었다. 오랜만의 미용이다 보니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한두 시간이 아닌, 두세 시간, 아니 네 시간까지 걸릴 수도 있을 만큼 공을 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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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젖은 낙엽 위를 걷는다. 을씨년스러운 가을 풍경이 참 좋았다. 약간 어둑한 조명 아래,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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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옮기며 아파트 단지를 지나 도로로 나서고,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강아지에게 묻자 왼쪽으로 향했다. 결국 익숙한 집 방향으로 향했지만, 왠지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언덕길이 마음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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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은 오르기 쉽지 않았다. 한쪽에는 난간이, 또 다른 쪽에는 하수구 철망이 자리해 강아지들이 조심해야 했다. 뒤꿈치가 당겨오고 다리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산행의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길을 오르며 우연히 멀리 보이는 어스름한 실루엣을 사진으로 담았다. 초점이 선명하진 않았지만, 분명 잡아냈다는 느낌이 강했다. 휴대폰 카메라를 꺼낸 김에 우리 모습을 담자는 생각이 들어 해나와 예티를 불러세웠다. 어! 오늘은 무척 협조적이네. 작품성을 생각하며 여러 각도에서 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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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들은 냄새를 맡으며 여기저기를 뛰놀았다. 갑자기 뛰어내리는 모습에 놀라 소리를 지르고, 나 역시 뒤쫓았다. 낙엽 위를 걸으며 강아지들과 함께하는 순간은 자유롭고 생동감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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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밟는 소리, 촉감, 가을 새벽의 차분한 공기.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조각처럼 어우러져 마음을 풀어 주었다. 해가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을 보며, 오늘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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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때때로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빚어내는 작은 기쁨 속에서 빛난다. 내가 오늘 이 새벽에 느낀 것을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다 해도, 이렇게 글로 남겨두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김성호 w/ ChatGPT.



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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