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우리가족 이야기

퇴근길, 장모와 시위 통화

큰바위얼굴. 2024. 12. 10. 07:13




여보세요?
아, 장모님. 오늘은 어디 안 가셨어요?

집에 있었지.

오전에 운동은 하셨겠네요.

아니, 병원에서 새벽엔 운동하지 말고 오후에 하라고 해서.

그렇군요. 저번에 김장 때문에 바쁘셨던 거 아니에요?

무슨 김장? 김장 같은 거 안 해.

절에서 김장 잘 담그셨다면서요?

아니야. 내가 뭘 하겠나. 옆에 서 있기만 했지, 김장은 손도 안 댔어.

아, 그래요? 혼자 계신데 몸 관리 잘하셔야죠.

뭐라고?

혼자 계신데 건강 잘 챙기셔야 한다고요.

괜찮아. 심심하지도 않아. 사경 공부하고 글 쓰고 지내니 바빠.

아, 글 쓰시는구나.

응, 그렇지.

그럼 심심하실 때 저 불러서 술이나 한 잔 하시죠.

아이구, 이제 술 안 한다.

맞다, 술 끊으셨죠.

근데 한마디 하자.

네, 말씀하세요.

전번에 니네 집에 갔던 주말 기억나지?

아, 그 주말에 같이 계셨던 때요?

응. 근데 니 그때 뭐 하다가 어디 가는데?

어디요? 출장 끝나고 이제 집으로 가는 길이에요.

어제 세종 간다고 하지 않았나?

워크숍 1박 2일 다녀오고 지금 돌아가는 길이에요.

아, 그랬구나. 맛있는 거 해 먹어라.

안 그래도 지금 뭘 먹을까 얘기하고 있어요.

그래. 재밌게 살아.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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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어, 김치찌개 얘기 좀 하려고.

김치찌개요?

조금 많은 재료로 했는데,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걸.

정말 맛있어요?

응, 처음엔 맛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꽤 괜찮네. 생각나서 전화했어.

그러셨군요.

어, 맛있게 먹어라. 아, 안 그래도 공주랑 통화했어.

아, 그러셨어요?

응.

식사 맛있게 하세요.

김 서방,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라.

아, 술 안 먹었는데요?

그리고 소리 좀 지르지 마라. 점잖게 행동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아들 앞에서도 어른답게 행동하고, 며느리 있어도 조심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

네.



....

술 좋아하는 사위, 잘 되라고 하신 말씀이다.






※ 원문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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