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우리가족 이야기

치형에게, "청소년의 반항과 그 속에서 찾은 진실"

큰바위얼굴. 2024. 12. 20. 07:28

 

 

아들에게 보내는 글: "청소년의 반항과 그 속에서 찾은 진실"


1. 아빠가 너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려는 이유


치형아,
언젠가 네가 나에게 물었지. "아빠, 꼭 이겨야만 해?" 그 질문이 내 마음에 긴 파장을 남겼단다. 어쩌면 나도 오랜 세월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지만, 용기 내지 못했던 질문이었는지도 모르겠구나. 아빠는 살아오면서 이기기 위해 많은 걸 희생했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많았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았어.

네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이유는 단순해. 너는 아빠보다 더 자유로운 삶을 살길 바라기 때문이야.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와 후회를 네가 그대로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기려는 삶이 남긴 폐해에 대해, 그리고 그 너머에서 깨달은 소중한 진실들에 대해 들려줄게.


 

 

2. "이기기 위한 삶의 허상"

치형아,
아빠는 어렸을 때 항상 이기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배웠단다. 시험에서 이겨야 좋은 학교에 가고, 직장에서 이겨야 성공한다는 말이었지. 그런 삶은 정말 고단했어. 남을 이겨야 내 자리가 보장되고, 더 높이 올라가야만 행복이 주어질 것 같았거든.

하지만 치형아, 아빠가 깨달은 건 이거야. 이기기 위해 사는 삶은 끝이 없다는 것. 네가 아무리 높은 산에 올라서도, 그 옆에는 더 높은 산이 있고, 그 위엔 더 거대한 산맥이 펼쳐져 있단다. 그 산들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더"를 외치다 보면, 정작 네가 왜 산에 오르려 했는지조차 잊게 돼.

 

3. "이기려다 잃어버린 것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게.

아빠가 직장에서 힘겹게 일하던 시절이 있었어.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동료들보다 한 발 더 나아가려 애썼지. 하지만 그러다 보니 정작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단다.
성공을 쫓아 달리다 보니 엄마와의 대화도 줄고, 너희와 함께했던 웃음소리도 기억이 흐릿해졌어. 돌이켜보면 아빠가 정말로 잃어버린 건 승리의 대가로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사랑과 소통,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이었단다.
 

 

4. "다름의 아름다움"

그래서 아빠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세상에는 이기기 위해 존재하는 길그저 다름을 받아들이는 길이 있다고 말이야.
네가 자전거를 타며 넘어졌던 기억나니?
"아빠, 나 넘어졌어!" 하며 울던 네가 기억난다. 하지만 네가 그 다음에 뭐라고 했는지 아니? "다시 해볼게." 그 한마디가 아빠에게는 참 큰 울림으로 다가왔단다. 이기려고 서두르지 않고, 넘어지는 것도 받아들이며, 다시 일어나려는 그 마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다름의 미학이 아닐까 싶었어.
 

 

5. 삶의 묘미: 이기려 하지 않을 때 오는 평온

치형아,
삶은 경쟁이 아니란다. 물론 때로는 이겨야 할 순간도 있지. 시험이나 경기처럼 네가 온 힘을 다해 준비한 무대에서 말이야. 하지만 인생 전체를 이기기 위해 설계한다면,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릴지 한번 생각해 보렴.

삶은 단지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야.

아빠는 네가 흔들림 속에서도 웃음을 찾길 바라. 다른 길을 걷는다고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해. 네가 가는 길이 곧 네 길이니까.
 

 

6. 시로 전하는 마음

"벽 위의 메아리"

이기려다 놓쳤던 꿈들이
밤하늘 별처럼 떨어졌지만
그 빛은 여전히 아름다웠다네.

다른 길로 걸을 용기를 낸 날,
나의 하늘은 새벽빛으로 물들었지.
이제는 묻고 싶다.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이었냐고.

치형아, 너는 알아야 해.
세상은 너를 이기라 말할지 몰라도,
삶의 묘미는 네가 사랑을 선택할 때 비로소 빛난단다.

 

 

7. 마지막으로 전하는 말

치형아,
너는 아빠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사람이야. 그리고 그 세상은 이기기 위해 달리는 경주로가 아니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길이 되었으면 좋겠어.
너의 길을 걸으렴.
너의 속도로, 너의 방식으로.
그리고 꼭 기억해. 네가 사랑받는 이유는 네가 이겼기 때문이 아니라, 네가 너 자신이기 때문이란 걸.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