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나의 이야기

믿음과 졸음

큰바위얼굴. 2025. 2. 3.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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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믿음

2025년 2월 3일 새벽, 유성 터널을 지나며 문득 오늘 아침이 떠올랐다. 새벽에 일어나 만두 7개를 쪘는데 아내가 다르게 다가왔다. "여보, 커피 한 잔 할래?"라고 물었고, 나는 흔쾌히 "그럴까?"라고 대답했다. 커피를 챙겨주려는 그 마음이 왠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졸음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마실 생각에 이 순간이 소소하게 행복했다.

오늘은 만두의 뚜껑을 먼저 열었는데, 어제 치형이와 서희, 나 셋이서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함께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치형이가 "아빠, 어때요?"라고 물었을 때 나는 "글쎄, 좀 더 볼까?"라고 대답했더니 서희가 핀잔을 주었다. "재미있으면 그냥 재밌다고 하지, 표현이 왜 그러냐"고 했다. 그 순간 나는 표현에 인색하다는 걸 깨달았다. 때로는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게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드라마를 보며 치형이가 "한 편 더 볼까요?"라고 묻자 나는 시계를 보고 고민했다. 더 보고 싶었지만 그 흥미가 이미 채워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익숙함이 때로는 즐거움을 방해하는 것 같다. 그래서 3편을 내리 봤다. 함께하는 순간이 중요하니까.

아침에 만두를 먹으며 생각난 것은 어젯밤 맥주와 오징어였다. 속이 쓰렸던 건 오징어 때문일까, 맥주 때문일까? 아내의 속쓰림 원인에 신경이 쓰인다.

명절 이야기도 떠올랐다. 윤호는 자식들이 다 모이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고 했다. "엄마랑 함께 있으면 다른 형제들이 신경 안 쓰는 것 같다"고 서운해 했지만, 정아네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다른 형제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가족 간의 소통은 쉽지 않다. 서로가 각자의 기대와 감정에 갇혀 있을 때 멀어질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떠오른 건 엄마와의 금전 문제였다. 군대 간 영탁이 면회 갔다가 돌아오는 주유소에서,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다며 엄마가 "이럴 거면 가져가"라며 화를 냈던 일이 생각난다. 내가 매달 생활비 30만 원을 드리고 있었지만, 병원비나 관리비 외로 지출이 늘어나 카드가 막혔던 상황이었다. 당시 급한 마음에 아내가 20만 원을 바로 이체했지만, 나는 속이 상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래서 되돌려놓았고 알기를 바랐다. 그날 10만원을 이체 하며 식사 하시라고 권한 이유도 마찬가지에서 였다.

결국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소통이었다. 엄마든 형제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나누는 대화가 필요하다. 다정한 표현이 부족하더라도 그 믿음과 배려가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성장해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니까.




2부. 졸음

커피를 마시면서 돌체라떼 같은 달콤한 음료를 즐기다가, 이제 커피 본연의 맛이 궁금해졌어. 돌체라떼를 많이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호기심이 생긴 것 같아.

그리고 보안경 이야기를 해볼게. 운전할 때 눈부심을 줄여주는 보안경이 있는데, 처음엔 이게 내 시력을 흐릿하게 만드는 줄 알았어. 노랗게 보이는 세상이 낯설기도 했고. 그래서 기존 안경과 비교해보니 흐릿함은 보안경 때문이 아니더라고. 오히려 눈부심이 줄어드는 기능이 더 분명했어.

이 보안경 가격이 10만 원대라고 들었는데, 출퇴근길처럼 짧은 시간을 위해 쓰는 게 맞나 싶기도 했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왜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이들이 아빠도 액세서리 좀 하라고 한 것도 기억나고. 필수품이 아닌데 플러스 알파로 이런 것들을 사는 경험도 새로운 시도일 수 있겠지.

물론 쇼핑을 하다 보면 소비가 늘어나고,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다른 중요한 일들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그래도 한 번쯤은 내가 즐기는 걸 경험하는 게 의미 있을 수도 있잖아.

운전하다가 과속단속 카메라를 피하려고 조심하느라 잠깐 멈췄는데, 그때 커피가 식었을까 봐 한 모금 마셔봤어. 아직 따뜻하더라고. 그 따뜻함에 먼저 위안이 되더라.

그런데 만두를 먹고 커피를 마시니 졸음이 몰려왔어. 속도를 내면 졸음이 덜할까 싶기도 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졸음 자체를 극복하는 방법이더라고. 만두를 안 먹으면 졸음을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운전 중 집중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니까.

졸음의 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결국 인생이 찰나 같아도 그 순간순간을 제대로 느끼고 살아야 하잖아.

어제 본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이야기도 흥미로웠어. 현실과 드라마가 다르더라도 어떤 상황에서 사람을 어떻게 처치할 것인지 고민하게 되더라. 현실에서도 그런 의사들이 반드시 필요하지.

삶의 순간들을 제대로 경험하고 느끼면서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 원문(음성)
https://youtu.be/wrbXqL57ofI?si=3ZCHu_ahEdmCn3n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