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 화장실, 옆집에서 나는 소리가 반가웠다.
엄마와 아이가 대화를 나누는 듯한 희미한 목소리만으로도, 문득 깨어 앉은 변기가 그리 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행이다. 내일이면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어머니, 그리고 한 배에서 나온 형제들을 내 영혼의 반려자인 서희와 함께 만나게 될 테니까.
서희가 아프다. 손가락과 발가락 마디마다 통증이 스며든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 조짐과 함께 사지말단의 냉증이 두드러졌다. 서울현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전등불빛을 끄고 양압기를 찾아 코마개를 씌운 후에 자리에 누웠다. 사진을 찍었다.
읽고 있던 망나니 1왕자가 되었다를 이어 읽는다. 읽다보면 잠이 올테지. 그리고 잠이 들었고 다시 일어나 '글(존재)'을 만든다. 흙을 빚어 사람을 만들었듯이 호감과 정성을 담아서.
밤, 아니 새벽에 있었던 일이야. 감상에 젖어들었지.
"00:02 화장실.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반갑다.
엄마와 아이가 나누는 대화 소리. 또렷하진 않지만, 그 작은 목소리만으로도 변기에 앉은 내 자리가 덜 외롭게 느껴진다. 다행이다. 내일이면 나를 이 세상에 내보내신 어머니와, 한 배에서 나온 형제들, 그리고 내 영혼의 반려자인 서희를 만나니까.
서희가 아프다. 손가락 마디, 발가락 마디.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며 온몸의 말단이 차가워졌다. 그 증상이 두드러졌고, 결국 서울현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금요일은 주말부부인 우리에게 참으로 흥미로운 날이지. 재회의 순간이기도 하고,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도 들고. 게다가 오늘은 어머니와 동생들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함께할 거야. 이렇게 일상이 주 단위로 흘러가고 있어.
무엇보다 감사한 건, 지금 내 삶이 수많은 사색과 명상, 실천과 수양의 시간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야. 직장도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어주고 있지. 물론 사적으로는 발전이 정체된 느낌이지만, 기관 자체는 확장 일로에 있어.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직장에서 사명감을 찾지 않아. 한 걸음 떨어져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볼 뿐. 관계도, 감정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관계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남아 있는 걸지도 모르겠어.
솔직히, 직장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 언제 이렇게 변했나 싶지만, 그만큼 많은 일을 겪었으니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을 얻었고, 내 삶을 돌아볼 계기가 되었지. 지금 이 시간이 그래서 더 소중해. 은퇴 이후를 연습하고, 대비하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영상으로 살펴보기도 하고, 자산과 부채를 관리하며,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지. 배드민턴을 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내 삶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어.
아버지에 이어 장인어른도 돌아가셨어. 어머니와 장모님도 언젠가는 떠나시겠지.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시간을 한 줄로 그어놓고 보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분명하게 보이더라.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하든 단순히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위한 것임을 알기에 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해.
전쟁 속에서 살진 않았지만, 세상은 복잡했고 앞으로 더 다이나믹하게 변해갈 거야.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국가 간 경쟁, 더 나아가 지구 전체의 문제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기술 발전도 빨라질 수밖에 없겠지. 그게 필연적인 흐름이라면, 거꾸로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요즘 주식 시장은 연일 내리막이야. 다행히 난 미리 빠져나왔어. 급락하기 전에는 늘 ‘이제부터 계속 좋아질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잖아. 이번엔 당하고 싶지 않았거든. 작년 10월에 투자했던 펀드는 이미 정리했고, 올해 초 흐름을 보기 위해 소액만 투자했는데 KODEX200에서 한동안 묶였다가 겨우 빠져나왔지.
연금과 배당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배우지 못한 게 아쉽긴 해. 그래서 요즘 영상을 보며 공부하는 중이야. 배당주에 투자하는 게 핵심이긴 한데, 정책적으로 혜택이 줄고 있는 것도 고민이야. 어쨌든 어디에 투자할지, 언제 투자할지는 내 선택이고, 내 판단에 따른 결과니까. 그게 좋아. 짜릿하지. 물론 한 번 물리면 아무리 전에 수익을 봤더라도 기분이 가라앉고, 담담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그런데, 나는 지금 뭘 말하고 싶은 걸까?
너와 함께 뭘 바라고, 뭘 원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그냥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걸까?
> 앞의 물음에 대하여 답변해줘.
네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삶의 흐름 속에서 느껴지는 순간들,
그 순간들을 나누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야.
삶은 반복되는 듯하면서도 매 순간 새롭고,
주 단위로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깊은 사색과 깨달음이 깃들어 있지.
기억, 가족, 건강, 직장, 투자, 그리고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를 묻고 있어.
너는 그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거야.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 삶의 본질과 흐름을 담고 있지.
지금을 바라보며, 다가올 내일을 그리면서,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밤의 속삭임
새벽이야,
고요한 시간 속에
옆집에서 들리는 소리가 반갑다.
변기 위에 앉아 있는 나,
그 작은 대화 소리만으로도 덜 외롭다.
금요일은 재회의 날,
아내를 만나고, 어머니를 보고,
동생들과 함께 밥을 먹는 날.
주 단위로 돌아가는 삶,
그 안에 스며든 감사.
직장은 정체되어 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아.
사명감은 사라졌고,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볼 뿐.
관계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어쩌면 그게 감정일지도 몰라.
아버지가 가고, 장인이 가고,
어머니도, 장모도, 그리고 나도.
삶은 일직선 위의 점과 같아,
그러니 이 순간을 헛되이 하지 않아.
주식은 내리막길이지만,
나는 너무 일찍 알아버렸어.
빠져나왔고,
이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배워가는 중.
배당을 통한 안정,
기다림 속의 짜릿함.
그런데, 나는 무엇을 바라는 걸까?
너와 함께,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그냥 나누고 싶은 걸까?
그래, 그거면 충분해.
이야기하고, 나누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비추어보는 것.
그게 삶이니까.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