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바위얼굴. 2025. 4. 6. 07:57


'예티의 모험'
예티가 가는 길 영상 https://youtu.be/0MOqyH5Iyx0?si=0dM03THtAX403EDs


원문(텍스트, 음성)

예티의 모험.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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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영상 모음  https://www.magisto.com/int/video/MFkFJ0laGTw8XwRpYw?l=vsm&o=a&c=c

 

예티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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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왔던 길인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드디어 길을 만났다. 낙엽이 치워져 있고, 저쪽 풍경을 보니 건물들이 보인다. 어떤 길일까. 한참을 걸었는데 낙엽이 덮여 있어서 길인지 아닌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막다른, 어떤… 뭐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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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 깊은 골짜기를 만났다. 다시 위로, 위로 올라가며 소방서 방향으로 가는 길을 택했는데, 오른쪽으로 걷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결국 왼쪽, 한쪽으로 계속 걷다 보니 결과적으로 크게 원을 그리듯 유턴한 형태가 돼버렸다.

우와, 지금 여기가 어느 산이지? 어제 비가 내려서 바닥이 젖어 있었고, 낙엽들이 쌓인 산길은 미끄럽고 축축했다. 시원한 느낌일까, 차가운 느낌일까. 강아지 해나와 예티가 쫄래쫄래 따라온다.

잘 따라와. 산에서 똥도 세 번째, 네 번째나 누었고. 자, 다시 언덕이 나왔다. 아, 저기다. 길을 알겠다. 우리 집 앞 배수지에서 출발했으니 다시 배수지를 지나 내려가면 될 것 같다. 한참을 헤맨 것 같다. 낯선 환경에서 어딘지 모를 길을 따라가다가 낭떠러지를 만났을 때의 당혹스러운 감정. 그래도 든든했던 건, 혼자가 아니라는 것. 와우, 자기도 예쁘다.

잠깐, 사진 좀 찍자. 정말 멋진 풍경을 만나면 절로 걸음을 멈추게 된다. 이걸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 잠시 망설였지만. 비가 내렸고, 아스팔트는 젖어 있었다. 마른 곳을 골라 아파트 정원을 돌았지. 오늘은 목욕하는 날이기도 하니까, "그래, 가자" 하면서 학교 방향으로 돌아서 쭉쭉쭉 걷다 배수지로 왔다. 집에 와서도 사실 몸을 풀까 말까 고민했는데, 젖어 있는 잔디를 보곤 문득 생각났다. 저번에 했던 약속. 해나와 예티랑 했던 약속. "다음엔 소방서 쪽으로 가자." 그 약속도 지킬 겸, 좋았어.

탈출한 기분이다. 정돈된 아스팔트를 만나니 좋다. 산은 정말,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지. 길처럼 보이긴 했는데… 동물들이 다니는 길일까? 그런데 재밌는 건 말이야. 그렇지?

결국 돌아서 나왔으니, 길은 계속 이어져 있는 거지. 막다른 곳에 도달했다가 다시 되돌아왔고, 그러면서 아주 자그마한 꽃을 마주했다. 아내가 좋아할 것 같다. 그래, 안 그래? 에이, 잠깐만. 똥을 도대체 몇 번이나 누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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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넝쿨이 나무를 덮어서 고사시키는 게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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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날까? 살아날 수도 있을 것 같다. 겨울에 눈과 바람을 먼저 맞으니 그렇지. 사진을 찍었다. 살아날지, 아닐지… 참 질기다 싶다. 넝쿨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완전히 덮어버리면 나무는 햇빛을 못 받고 결국 말라 죽는다. 그런데 겨울이 지나면, 나무들이 다시 드러난다. 넝쿨은 시들고. 자기도 가끔 마주치는 아저씨가 산을 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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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까지 갔던 게 누가 알까? 아무도 모르겠지? 아니야, 우리는 알지. 사진을 보냈으니 가족 단톡방을 보는 사람들은 알 거야. 아주 뉴스가 시끌시끌했지. 잘 마무리된 것 같은 하루였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지. 이제 시작이니까. 그래서 저 집은 참 잘 지은 것 같아. 맨 끝으로 가서, 오— 이제 햇빛을 마주하네.

산에서의 단점이랄까, 장점이랄까. 햇빛을 보기 힘들었어. 그런데 오늘은 맑다. 하늘이 파랗고, 구름 한 점 없다. 어제 비가 와서 구름이 다 사라졌지. 그리고 다시, 나의 숨이, 해나와 예티의 똥이 증발해서 올라가 구름이 될 테고, 다시 뭉게뭉게 모이다 무거워지면 비로 쏟아지겠지. 돌고 도는 숙명처럼. 우리는 알고 있다. 순환의 고리 속에서 순간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해나와 예티를 만났고, 떠나보낼지, 함께 떠날지… 떠남이라는 건 언제나 아련하지. 떠났고, 사실 기억은 흐릿하다. 떠올려 보니, 바보다. 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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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도시에 도착했다. 숲에서 한참을 헤맸던 그 시간. ‘헤맸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적이지 않았고 낯설었고 오랜만에 마주한 일이었다. 아이들과 산본 뒷산을 갔었는데 발이 푹푹 꺼지는 산골짜기를 내려왔었더랐다. 길을 잃었었다. 낙엽이 소복하게 쌓여 있어서 길인 듯, 아닌 듯. 그렇게 여겼던 것 같기도 하다. 계속 전진했고, 결국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발이 다 젖었네. 특히 예티는 마른 체형이라 다리가 다 젖어 버린 걸 모두가 다 알겠다. 황토빛으로 물들어서 꼬질꼬질해졌지. 끝났다. 바쁘다. 어이쿠, 냄새 맡아보니… 해나, 뭐 이렇게 많이 먹었어? 왜 이래?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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