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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운전수 아버지께 바치는 노래

by 큰바위얼굴. 2022. 10. 19.


운전수 아버지, 보고싶은 마음을 담았다.노래.
https://youtu.be/LPwlIx57pBo


새벽 산책을 마치고 출근하는 체비를 하는데 열린 문 사이로 하염없이 기다리는 해나.



과속을 위함이 아니오.

결단코 내 맘껏 세상을 어지럽히기 위함도 아니다. 저 멀리 보이는, 백미러 뒤로 보이는 50 속도에 차들을 바라보기 위함도 아니다. 오로지 바라건대 안개를 뚫고 안개를 바라보면서 안개 너머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해주소서. 어찌 바라고 바랄까마는, 내가 바란다면 앞의 세상을 바로 보고 나아가게 해주소서. 앞차의 꽁지를 바라보고 왜 속도를 내지 않는 거지, 왜 달리지 않는 걸까, 왜 보조를 맞추지 않는 걸까, 왜 1차선에서 2차선의 차와 속도를 맞출까, 왜 비켜주지 않는 걸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하옵소서.

멀리멀리 쭉쭉 나아가는 차들의 멀어지는 꽁지를 바라보면서 내가 밟는 발에 힘을 줄 수 있도록 해주소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바닥에 업드린 해나.



어쩌면 이는 불안하고 위험천만한 운전자의 바람일지니 부디.

안개 속을 뚫고달리는, 저 붉은 불빛들. 나아가고 나아가며 거리낌 없이 멈추고 멈춤이 안전하도록, 어찌 계속 나갈 수만 있겠냐마는 살아 태어나 살아가매 멈출 수 없듯이 잠시간에 휴식은 있을지 언정 자동차 또한 꾸준히 앞으로 쭉쭉 뻗어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간주)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움직인다고.
내가 원하고 원했던 건 함께 하는 시간들,
그렇기 때문에 운전을 하게 됐네.

나는 운전수라네.

아버지의,
손을 바라보고 자랐네.
어느 날 듣게 된 그 이야기.

아들이 태어나서 너무 좋아. 기분이 너무 좋아서 어느 날 집에서 난리가 났다는 거지. 알고 보니 아버지가 아이를 갓난쟁이를 데리고 장거리 출장을 갔다는 거야. 헐.

그렇게 바라보고,
그렇게 대하고,
내가 어릴 적부터 보고 익숙한 건 바로 자동차의 소리.

어찌 하나만 있으리오. 어찌 하나만 바랄쏜가. 그렇다해도 빈 자리. 그리고 비어질 자리.

아프다. 몸이 아프다.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프다. 머리가 꽉 차서도 생각조차 하기 싫을 만큼 아프다.

자야해. 자야 해. 다음 날 다시 운전을 하려면, 자야 해. 자야 해. 다시 주어진 삶을 살기로. 성호.


산책을 마치고 해나 발바닥을 닦아주는데, 옆에 선 이미 발바닥을 닦은 예티가 옆으로 와서 똘망똘망 바라본다.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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