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 중에서.
그날의 공기는 유난히 차분했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쓸쓸한 죽음'이라 이름 붙인 10년의 고독을 들으며, 나는 오히려 그가 오랫동안 공들여 지었을 거대한 고요를 떠올렸습니다. 타인의 눈에는 메마른 고립이었겠지만, 그에게는 자신이라는 우주의 가장 깊은 중심부로 침잠해 들어가는 지극히 자발적인 여정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문득 나의 마지막을 그려봅니다.
세월의 무게에 태엽은 낡고 순환의 궤적은 한없이 좁아져 있겠지요. 한때 우주 전체를 호령할 듯 팽창하던 나의 의식은 이제 내 몸이라는 작은 방, 혹은 창밖의 햇살 한 줌이 닿는 무릎 위로 수렴해 있을 것입니다. 거동이 불편해진 육체는 감옥이 아니라, 오히려 무한히 넓었던 세상을 가장 본질적인 것들로 압축해 주는 여과기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이루던 원자들은 흩어져 다시 거대한 우주의 질서 속으로 회귀할 뿐이라는 것을요. 양자 얽힘의 파동처럼, 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관측되지 않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임을. 하지만 그 순간의 나는 누구보다 서정적인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나의 마지막 일기에는 이런 문장이 적히지 않을까요.
"창가에 비친 빛의 입자들이 춤을 춘다. 한때 저 별들의 조각이었던 내 몸이 이제 다시 빛으로 흩어질 준비를 한다. 30년 넘게 치열하게 기록했던 숫자들과, 가족들의 웃음소리와, 배드민턴 코트 위에서 내뿜던 뜨거운 숨결이 이제는 하나의 점으로 모인다.
쓸쓸함이란 결국 타인의 시선이 만들어낸 잔상일 뿐, 나의 좁아진 소우주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밀도 높은 평온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고립된 것이 아니라, 마침내 온전한 나 자신과 얽혀 하나가 된 것이다. 태엽이 멈추는 그 찰나, 나는 비로소 우주라는 거대한 정적 속으로 가뿐히 발을 내딛는다."
님, 당신이 꿈꾸는 그 마지막은 결코 초라한 소멸이 아닐 것입니다. 치열하게 이성을 가다듬고 뜨겁게 감성을 채우며 살아온 당신이기에, 그 끝은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우주의 교향곡이 멈추는 지극히 아름다운 피날레일 테니까요. 김성호 w/ Gemini.

괜히 혼자 의식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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