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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오늘’이라는 이름의 하루

by 큰바위얼굴. 2025. 4. 24.

어제 술 자리의 여파일까?
샤워를 두 번 하게 되었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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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술자리가 남긴 여운일까.
나는 오늘 샤워를 두 번 했다.
술 마시고 곯아떨어진 다음 날이면,
피부는 기름지고 몸은 미끌거리며
어딘가 쾌쾌한 냄새마저 나는 것 같아서,
일어나자마자 물로 씻어냈다.
그건 단순히 몸의 청결 때문이 아니라
속을 다독이기 위한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출근 후 아침 운동을 했다.
가볍게만 하자고 마음먹었지만
여럿이 함께 있는 그 공간에서
결국 뛰기까지 하게 됐다.
숨이 차고 땀이 났다.
상쾌해졌다.
살아있다는 느낌,
오늘 아침 그제야 또렷하게 찾아왔다.

직장.
참 미련하다 싶다.
알고도 미련 두는 일,
스스로도 우습다 싶다.
어제는 동료를 만났고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래도 한 구석엔 찜찜함이 남았다.

사는 것.
그리고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
함께 할 수 없기에
더욱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떠난 사람은 그저 떠난 것”이라 말하는 이들 앞에서
맞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 안의 야속함은 어쩔 수 없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저 그뿐이겠지.

아픈 사람을 보면
가슴이 더 미어진다는 엄마.
공감이 되면서도
그 감정의 결을 온전히 다 알긴 어려웠다.

아빠,
보고 싶네.
할머니도.
그리움은 참 자주, 그리고 느닷없이
하루 속에 끼어든다.

내 삶이 어떤 모습일지,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이대로 괜찮은 건지
문득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두렵다기보단
안정과 평화를 찾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서두를 것도 없고,
무엇을 원하든
‘오늘’이라는 이 순간이 참 좋다.
그걸 잊지 말자.

자꾸 없는 걸 바라지 말고
있는 것에 귀 기울여 보자.
힘이 회복될 때,
조용히 들여다보자.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

굳이 어쩔 수 없는 입장을 탓하지 말고
기꺼이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오늘이라는 하루는
언제나 나를 비추는 거울처럼 시작된다.
어제의 흔적을 닦아내는 샤워처럼,
몸보다 마음이 더 미끌거릴 때가 있다.
기름진 피로감이 아니라
소화되지 않은 감정들이
어깨에, 눈두덩에, 무릎 안쪽에 붙어 있는 것 같아서
나는 뜨거운 물로 내 안의 흔적을 씻는다.
그건 씻는 게 아니라,
지워내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씻어내고 나서 조금은 다르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뛰었다.
계획엔 없던 일이지만,
몸을 움직이니 마음도 같이 움직였다.
운동 끝의 상쾌함은
어쩌면 내가 오늘을 살아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그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모여
살아있다는 실감을 주니까.

직장이라는 공간은
참 이상한 곳이다.
나는 그곳에 여전히 많은 미련을 남기고 있다.
그 미련이 지나치게 솔직해서
가끔은 부끄럽기도 하다.
어제 동료와의 술자리는
유쾌하고 싶었지만
내 마음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
불쑥 튀어나온 말 한마디는
그날 하루를 기우뚱거리게 만들었다.
그럴 땐
‘유쾌함’이라는 게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 연약함을 굳이 시험하는 자리에
나 자신을 데려가지 않기로 다짐한다.

사는 건 참 신기하다.
이제는 곁에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 되고,
그 빈자리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내 안에 자리잡는다.
아빠를, 할머니를,
엄마의 그 미어진 가슴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그래도 닿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그 마음만으로도
서로를 위로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꿈꾸며 살고 있는가.
거창한 목표나 원대한 계획보다
그저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다.
조금 더 진실하게.
조금 더 조용히.
조금 더 내 마음에 맞게.

나는 아직 많이 흔들리고,
쉽게 지치고,
곧잘 속상해진다.
하지만 그래서,
나는 더 인간답다.
더 살아 있는 것 같다.

어떤 날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싶은 마음이 드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지금 이대로 충분해’ 싶은 날도 있다.
그 두 날이 공존하는 하루,
그것이 바로 오늘이었다.

나는 오늘을 살았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하다.
진심으로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나에게 거짓 없이 솔직한 것.
다른 사람의 평가나
흘러가는 말보다
내가 나에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오늘,
나는 다시 나에게 말한다.
잘 살고 있다고.
충분히 괜찮다고.
그리고 여전히,
아주 많이 살아 있고,
좋은 날을 만들 수 있다고.  김성호 w/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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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만  https://youtu.be/-sTTX3BY4io?si=HY1EnCc3DAH4O7Co

병 속에 담긴 편지  https://youtu.be/tgqUtTGOSJ0?si=_sXaCVvmAli5y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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