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비의 무게’ https://meatmarketing.tistory.com/8695 만큼이나
애잔함이 가슴에 녹아 흘렀다.
애순이가 관식을 떠나보내던 날,
강철 같던 남자가
그녀 앞에선 속절없이 녹아내렸다.
우뚝 서 있던 그 무게만큼,
무너짐도 컸다.
그리고, 세상도 함께 무너졌다.
법륜 스님은 담담히 말했다.
“그건 너의 감정일 뿐이다.
이미 떠난 사람은 간 것이다.”
어머니 권경자는 낮게 말했다.
“떠난 님을 그리워한들 뭐하겠니.
지금 아픈 이가 더 애잔하지 않니.”
그래, 나는 그걸 자연처럼 배웠다.
슬픔은 삭여야 하고,
그리움은 묻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그런데,
정말 그런데 말이다—
가슴이 미인다.
의자에 기대어 낮잠을 자다 깨니
입 안에 박힌 임플란트가 낯설다.
그 볼을 더듬으며,
멍한 정신으로 휴대폰을 든다.
그 안에서,
텅 빈 가슴이 울컥, 소리를 낸다.
선풍기 바람이
휙— 하고 지나가며 말한다.
“지금 네가 느끼는 게 진실이다.”
하지만 그 진실이라는 것도
어쩌면 의식과 인식의 허상 아닐까?
그럼, 이 애잔함은 무엇인가?
그걸 그냥 ‘자연의 섭리’라고 말하며
받아들이는 게 옳은 걸까?
과연, ‘바람직함’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자기주장과 자기이익이 앞서는 이 세상,
곧 변하겠지—
했던 기대는 하나둘 꺾여,
이젠 소리친다.
“제발, 그냥 내버려 둬.”
텅 빈 가슴을 채울 그 무엇.
아니, 가슴이 미인 걸
굳이 감출 필요가 있을까?
난 모르겠다.
진실이라도—
부인하고 싶다.
주말부부로서 느꼈던 그 절절함.
그 절절함을 그는 알았을까?
그에게 이 마음을 바람에 실어 보낸다.
맞아, 그래, 그렇지—
미몽이든, 환상이든,
꿈에 사로잡힌 그대의 모습은
나쁘지 않다.
몸이 조금 수척해지면 어때?
당신의 마음이 살아 있다면.
그러니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그 마음 하나라도 남아서
그와 장모님, 그리고 어머니께
닿기를, 전해지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이 모든 마음을 담아
나는 내 사람에게 말한다.
“여보,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원문
'비의 무게' 만큼 애잔함이 녹아 흐른다. 마치 애순이가 남편 관식을 떠나보낸, 강철 같던 남자, 한결 같이 우뚝 서 있던 남자, 그 만큼 강철이 녹아 닿아버린 모습에 세상이 무너진다. 법륜 스님이 말한다. 그건 너의 감정이잖아? 이미 떠난 사람은 갔을 뿐. 어머니 권경자는 말한다. 이미 떠난 님을 그리워 한 들, 지금 아픈 이가 더 애잖아. 그리고, 난 그걸 자연스럽게 학습했다. 그런데, ... 그런데, 가슴이 미인다. 의자에 누워 낮잠을 자고 일어나 임플란트 수술 한 볼을 만져보며, 멍한 정신을 휴대폰을 바라보며 되찾고자 한다. 텅 빈 가슴, 선풍기 바람이 소리로 알려준다. 진실은 무얼까? 과연 답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존재란 것조차 의식과 인식의 영역이라면, 과연 내 텅 빈 가슴을 아우르는 애잔함을 어찌 해석할 수 있을까?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양 말하는 것이 정당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온통 자기주장과 자기이익이 우선되는 세상을 마주하며, 곧 변하겠지 했던 기대한 마음이 한 풀 두 풀 꺽여 이제는 제발 그냥 내버려두라는 말을 외친다. 과연, 텅 빈 가슴을 채울 그 무엇. 아니, 미인 가슴을 굳이 아닌 척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난 모르겠다. 진실이라 할 지라도 부인하고 싶다. 주말부부로 느낀 절절함이 그에게 닿아 이 마음을 전하는 바람에 실어 보내고 싶다. 맞아. 그래. 그렇지. 그저 그저 그렇게 미몽이든 환상이든 꿈이든 사로잡힌 그대 모습이 나빠 보이질 않아. 몸이 좀 수척해지면 어때? 그렇지?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그 마음 만 남아 그와 장모, 어머니께 전해지길 기도한다. 그리고, 이 마음 가득 담아 나의 그녀에게 전한다. 여보,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일기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플린트 (0) | 2025.05.12 |
---|---|
그때 그 자리 (0) | 2025.05.12 |
모닝 커피 (0) | 2025.05.11 |
오늘의 여정, '삶을 바라보는 변곡점 혹은 전환점' (0) | 2025.05.06 |
오늘의 여정, '25년 전 우리의 시작에게' (0) | 2025.04.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