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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치형 이야기

재밌게 살아

by 아리빛 하나 2026. 3. 22.

 


치형이는 용돈이 떨어졌다.
학교 영상 학원 게임 게임 게임...

반복됨이 게임 중심으로 흐른다. 그래서 우리 셋, 엄마 아빠 치형이는 식탁에 앉아 '주제 토론'을 했다.
처음이니 만큼 이런 거라는 걸 알려주는 수준에서 출발.
당신 말만 하면 되겠냐는 아내의 말은,
너가 그렇게 살면 되겠냐는 핀잔으로 이어지고.
그래도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담히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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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살아

뭘 하고 싶어?

아직 모르면 괜찮아. 근데 방향은 좀 생각해봤으면 해. 목표가 아니라 방향. 목표는 끝이 있는데, 방향은 계속 가는 거거든.

게임이 나쁘다는 게 아니야. 네가 게임 안에서 느끼는 짜릿함, 몰입, 긴장감. 그게 뭔지 알잖아. 그게 단서야. 그 감각이 다른 데로 가면 돼. 근데 지금은 거기에만 다 쏠려 있잖아. 학원 갔다 오면 게임, 그사이엔 영상. 그것만으로 하루가 채워져 있으면 다른 게 들어올 자리가 없어.


책 왜 봐야 할까, 생각한 적 있어?

영상은 1시간 반 안에 다 때려박아 넣은 거야. 그래서 빠르게 들어오고 빠르게 나간다. 책은 달라. 글을 통해 천천히 들어오거든. 열 권을 읽으면 열 권만큼이 남아. 평생. 게임은 더 심해. 40분 안에 전쟁 같은 긴박감을 다 쏟아붓잖아. 그만큼 빠르게 소모돼.

느린 게 쌓이는 거야.


수학이 우주를 이해하는 기초 언어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어. 그 언어를 모르면 그 대화에 낄 수가 없어. 영어도 그래. 농담이 안 들리면 그 세상과는 다른 곳에 있는 거야. 지식은 따라갈 수 있어도, 그 사람들의 코드가 안 들리는 거지.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욕심을 좀 냈으면 해.


100점 맞혀 달라는 소원보다, 이해하는 능력을 갖고 싶다는 바람이 낫다. 주식으로 100만원 벌어라가 아니라, 해보면서 자기 스타일을 찾아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원해야 개발이 돼. 막연하게 공부 잘하고 싶어요, 이러면 아무것도 안 생겨.

게임 잘하는 애들 봐봐. 머리가 좋잖아. 다른 사람이 생각 못 한 전략을 짜고, 전체 흐름에서 움직이는 거잖아. 그 능력이 다른 데로 가면 돼.

마음만 먹으면 돼. 진짜로.


AI가 다 할 거라는 거 알아. 근데 그럴수록 사람이 직접 느끼는 게 더 귀해져. 운동에서 느끼는 것, 관계에서 오는 것, 직접 몸으로 경험한 것. 그게 대체가 안 돼.

수학의 맛, 영어의 맛, 역사의 맛. 요리처럼 다 달라. 그 제대로 된 맛을 한번 느껴봤으면 해. 빠져본 사람은 알아. 그 맛이 있다는 걸.


그날 배운 거, 와서 한 문장만 얘기해봐.

정리가 되고, 대화가 되고, 흥미가 생겨. 그게 다야. 거창한 게 아니야.

재밌게 살아. 장모님이 나한테 그러더라. 재밌게 살아. 그 말이 맞더라고. 재밌어야 오래가고, 오래가야 깊어지거든. 김성호 w/ S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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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이라는 것

아이에게 묻고 싶었다. 뭘 하고 싶어?

아직 모르면 괜찮다. 다만 방향은 있었으면 한다. 목표가 아니라 방향. 목표는 도달하면 끝이지만, 방향은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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