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에게
복학을 앞둔 너에게
솔직하게 쓸게.
아버지가 너 걱정을 제일 많이 한다. 그걸 먼저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창작이 좋다는 걸 안다. 화면 안에 무언가를 담는 일이 너에게 의미 있다는 것도 안다. 그걸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걸 지키기 위해 이 편지를 쓴다.
그런데 지금 AI가 영상을 만든다. 이미지를 만든다. 음악을 만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 빠르고, 싸고, 지치지 않는다. 이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네가 하려는 일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이것 하나는 분명히 말하겠다.
'만드는 사람'과 '방향을 잡는 사람'은 다르다. AI는 만드는 일을 점점 더 잘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자리 — 그건 여전히 사람이 앉는 자리다.
복학 후에 네가 스스로에게 물었으면 하는 게 있다.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인가, 아니면 콘텐츠가 사람의 마음에 닿는 방식을 설계하는 사람인가.' 이 질문의 답에 따라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달라진다.
편입도 생각해봐라. 도망치라는 게 아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공부 — 심리든 인문이든 — 를 네 감수성 옆에 붙이면, 그게 진짜 무기가 된다. 영상적 감수성과 인간 이해. 이 조합은 AI가 흉내 내기 가장 어렵다. 늦지 않았다. 결코!! 인생은 길다. 길게 보고 길을 정하자.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지금 마음이 복잡한 상태에서 복학을 결정하는 거라면, 방향부터 잡고 가라. 방향 없이 돌아가면 다시 흔들린다. 복학 전에 딱 한 가지만 해라. 네가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글로 써봐라. 한 장이면 된다. 남한테 보여줄 필요 없다. 그냥 써라. 그게 나침반이 된다.
아버지도 그렇게 했다. 블로그가 그거다. 쓰다 보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보이더라.
너는 감수성이 있는 아이다. 그게 힘이다. 그 힘을 방향 없이 쓰지 않았으면 한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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