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에게
전공의 방향을 고를 때 참고하렴
둘째, 세째 모두 진로를 정하느라 골치가 아프다. 그래도 다행히도 넌 정했지. 그런데 AI에게 물어보니 너 또한 만만찮더구나. 그래서 전한다.
네가 세부전공(혹은 주업)을 고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버지는 한참 생각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가 아니라, 무슨 말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전자공학을 선택한 건 잘한 일이다. 이 시대의 언어를 배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네가 선 자리가 조금 묘하다. AI와 가장 밀접한 자리이기도 하고, AI에게 가장 먼저 밀릴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는 같은 말이다.
아버지가 부탁하고 싶은 건 이것이다.
코드를 짜는 사람이 되려 하지 마라. 코드가 왜 필요한지를 묻는 사람이 되어라.
AI는 이미 코드를 잘 짠다. 앞으로는 더 잘 짤 것이다. 그러나 AI는 아직 — 그리고 아마 꽤 오랫동안 —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지 못한다. '이걸 만들어야 하는가.' '이게 사람에게 이로운가.' '이 기술이 향하는 방향이 옳은가.'
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방향을 잡는다. 방향을 잡는 사람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방향을 잡는 사람이 비로소 필요해진다.
세부전공을 고를 때 아버지의 생각을 하나만 말하겠다. 반도체든 로보틱스든 신호처리든 — 선택 자체보다 중요한 게 있다. 그 전공 옆에, 사람을 공부하는 시간을 반드시 붙여라. 경영이든 심리든 철학이든. 부전공이어도 좋고, 책 한 권이어도 좋다.
기술은 도구다.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은 많다. 도구로 무엇을 만들 것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네가 드문 사람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불안해서 고르는 전공은 결국 너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이게 유망하니까'가 아니라, '이걸 알고 싶으니까'로 골라라. 그 욕구가 있는 자리에서 사람은 오래 버티고, 오래 버티는 사람이 결국 깊어진다.
아버지는 네가 깊어지길 바란다. 아니, 조금은 더 가벼워지길 바랄지도.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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