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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용서를 구하는 시간

by 큰바위얼굴. 2017. 7. 19.

 

 

아이의 뺨을 때린다. 찰싹. 갓 귀가한 아이가 씻으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더니 밥 먹으라고 부른 타이밍에 잠이 들어 있다. 갓 잠든 아이의 뺨을 때리고 반성한다.

 

미안.

 

얼릉 일어나 방에 가서 자. 했더니 본능인지 입력값인지 일어나 들어가서 엎어진다.

 

"승진욕구를 버려라."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든다. 이도저도 아닌 상황 속에서 헤멜 때 드는 생각은 "다 버린다" 다. 본능처럼 뒤따라오는 욕구는 나를 태운다. 그래서 멈추려고 한다.

 

영록이는 큰 아들. 아산에 있는 학교로 등하교 중이다. 노트북으로 음악 들으면서 새벽 3시는 되어야 잔다. 5시반에 일어나야 하는데 모두 잤다. 뒤늦은 6시반에 인식하니 바쁘다. 난 잠든 척 했다. 에이, 어제 술도 마셨구 그래서 골프연습도 뺐는데 큰 놈을 데려다주는 건 내 원칙에 어긋나. 알아서 하겠지. 그래서 지금 반성한다. 여보, 난 정말 운전하면 안 될 것 같아. 하면서 9시는 되어 돌아온 아내의 말에 한 번 더 후회를 한다. 정말 둘 모두에게 미안하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참으로 부끄럽다.

 

운다. 숨죽여 운다. 눈물이 계속 난다. 내 실수다. 더 꼼꼼하게 점검했어야 함을. 안일했던 일추진은 곤경에 빠뜨렸고 나는 반성했다. 그래서 그게 가능할 것 같아 하신 말씀에 선뜻 아니라고 답하지 못 했다. 누가 된 일로 그분께 죄송하다. 열정은 낭비하지 말 것이란 사실을 뇌리 깊숙히 새긴 날이다.

 

"내 마음 같지 않아."

 

맞다. 젠장할.

 

그래서 용서를 구하며 시끄러운 선풍기의 회전날개 소리에 짜증이 나더라도 흘러내리는 땀방울로 멈추지 못하니 "ㅋㅋ" 맞다. 어차피 요지경이라. 이율배반적인 세상에서 순수하다라는 건 멍청하다라는 말이요, 순수하려면 다 내려놓고 마음껏 살아야 한다는 걸 배우고 결심케 한다. 돈,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곧. 그럼 보람? 역경? 고난? 나이듦? 어머니께 자주 안부 인사? 아내에게 아양 떨기? 아이들과 나누기? 그 어느 것이라도 잦대를 버리고 술을 권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대하자고 다짐한다.

 

감사하다. 오늘. 지금. 이 순간. 곧 귀가할 아내가 무척 보고싶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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