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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아들과 아비

by 큰바위얼굴. 2024. 8. 12.

산책을 나섰다. 치형이와 함께 민턴을 치고 돌아오는 길, 덥고 습한 밤이었다. 아들의 옆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치형이는 늘 열심이다. 학교 공부보다는 다른 것들에 더 흥미를 보이지만,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가 좋아하는 운동, 보드게임 같은 활동들과 좋아하길 바라는 독서 속에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내게 큰 기쁨이다.

물론, 가끔은 걱정도 된다. ‘이러다 해나나 예티 간식이나 사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하기 싫다는 공부는 언제쯤 좋아하게 될까?’ 하는 고민도 있다. 하지만 곧이어 다짐한다. ‘하기 싫다’는 말도 결국 아이의 의지의 표현일 테니, 그를 더욱 이해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자고.

생각해 본다. 정말 최악의 경우란 무엇일까? 아이가 밥 벌어먹고 살지 못해서 우리 곁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일까? 그런데, 그것이 정말 최악일까? 아니면, 그저 건들거리며 정처 없이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두려운 것일까? 아니면 하고 싶은 것만 찾아 하는 사람, 싫은 것을 회피하는 사람으로 자라날까 봐 염려스러운 것일까?

그러나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어떠한 경우든, 아이는 자랄 것이고, 자라는 동안 아버지인 나와 함께할 시간은 점점 줄어들겠지. 치형이를 키우며 생각한다. 형들을 키울 때는 빨리 커서 술 한 잔 같이 해야겠다고 서두르곤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그들이 나와 술 한 잔 하기를 그리워하진 않지만, 그 또한 그들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 그냥 편하게 지켜보면 어떨까?"
우리가 생각하는 ‘잘못된 길’이 그저 우리 생각일 뿐, 아이에게는 또 다른 길일 수도 있다고. 하다 하다 놀다 놀다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간다고 해도, 그 또한 치형이의 몫이 아니겠느냐며, 무책임해 보이는 말로 덧붙였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알고 있다. 우리 아이가, 우리를 닮은 아이가, 어떻게 맹하게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기대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본 대로 살고, 보지 못한 것을 어떻게 행할 수 있겠는가? 지나친 우려와 강한 걱정이 오히려 아이를 더 불안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내에게 다시 말했다. “당신 마음이 편하면, 아이를 대하는 마음도 편해질 거야. 그 안에 평화와 행복이 있을 거라고 믿어.”

아들아, 네가 어떤 길을 걷더라도 나는 너를 믿는다. 결국, 네가 바라고 바란 사람이 될 것이고, 우리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걸어갈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 모두의 평화와 행복을 찾기를 바란다. 김성호 w/ ChatGPT

 

... [원문]

산책을 나섰다. 민턴을 치고 돌아온 길, 함께 나섰다. 후덥지근하다. 밤 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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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형이는 열심이다. 공부 외, 이러다가는 해나나 예티 간식이나 사줄 수 있을까?
그래도 독서, 운동, 보드게임 등을 좋아해서 다행.

하긴 뭔들 못할까?
하기 싫다는 건 반대로 말해 그 또한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 또한 있다.
이대로 뭐가 되겠어 라는 물음을 떠올리기 보다는 싫어하는 '공부'를 싫다고 하는 아이에 대해 조금 더 보듬어 안아주고 따스한 눈빛으로 대해주자고 다짐한다.

최악은 뭘까? 생각해보자. 밥 벌어 먹고 살지 못하니 우리랑 살게 되는 것일까? 그런데 이것이 최악인가?
최악은 뭘까?

 

건들거리며 정처없이 쏘다니는 사람일까?
뭔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일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가려는 사람일까?
싫은 걸 싫다고 회피하고, 좋은 것만을 찾아 하려는 사람일까?

어떠한 것이든지 아이는 자랄 것이고, 자라는 동안 아버지와 함께 있겠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형들을 키울 때는 얼릉 키워서 술 한 잔 같이 해야 하겠다고 밀었는데, 지금 어떠한가?
아비와 술 한 잔 하기를 아쉬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편히 지켜보면 어때?"
하다하다 놀다놀다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가면 그 또한 지 몫이겠지 하는 무책임해 보이는 말로 덧붙이면서, 하지만 어디 그러한가? 당신과 나 만을 보더라도 철저하다 못해 냉정하기 까지 하고 계획과 실행, 실천이 남다르다는 걸 알고 배우고 익힌 아이들이 어찌 그리 맹하게 살 수나 있을까? 기대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본 대로 살 것이요, 보지 못한 걸 어찌 알고 행할까?
지나친 우려요, 강한 걱정이라.
당신 마음이 편하면 편해지는 대로 아이를 대함이 편해질테니, 그 안에 평화와 행복이 있을 것이라고.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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