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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2024년 벌초

by 큰바위얼굴. 2024. 9. 15.


아버지, 할아버지와 할머니, 3대를 모셨다. 성호, 윤호, 성호의 자 영탁 치형이가 벌초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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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오면서 벌초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올해는 성호, 윤호 형제, 그리고 성호의 두 아들 영탁이와 치형이까지 2대가 모였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머니 3대를 모신 곳으로 향한다. 그동안 여럿이 벌초를 하곤 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성호는 이번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서 아버지와 할아버지 묘소를 손수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려 했다. 예초기 작동법, 조상을 대하는 법 등.

아침 일찍 도착한 산소 앞은 여느 때처럼 고요했다. 차에서 내린 영탁과 치형이, 윤호는 어젯밤 술 마셨던 탓인지, 늦게 잠든 탓인지 몸 상태가 그리 좋지는 못하다. 그래서 파이팅을 주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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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힌 예초기를 돌리며 성호가 먼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묘 주위를 정리했다. 그 옆에서 윤호는 작은 풀들을 갈고리로 끍어내며 손길을 더했다.

“영탁아, 치형아, 여기 풀 좀 봐라. 여기는 우리 조상님들이 잠들어 계신 곳이야.”

윤호는 두 아이에게 조심스레 설명했다. 영탁과 치형이도 갈고리를 잡아내며 삼촌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이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상태라 조금은 서툴고 힘겨워 보였지만, 차츰 익숙해졌다.

“형, 벌초 이렇게 하는 거구나. 생각보다 힘드네,” 치형이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치,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야. 할아버지도 이 묘소에서 우리를 보고 계실 거야.”

치형이도 형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시절에 몰랐던 조상과의 연결고리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성호는 예초기를 돌리며 속으로 흐뭇해했다. 그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앞세대까지 이어져 온 벌초의 전통이 이제는 그의 아들들에게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가끔씩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묘를 손질하던 성호는, 그들이 잠들어 있는 이곳에서 평온함을 느꼈다.

“조금만 더 하면 끝난다. 다들 고생했어,” 윤호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묘 앞에 모여 모두 두 번씩 절을 올렸다. 조상님들에게 인사를 올리며, 가족끼리 묘소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했다. 벌초를 마친 후 성호는 아들들에게 말했다.

“언젠가 너희도 아버지가 되고, 자식이 생기면 그때는 너희가 이곳을 돌봐야 할 거야. 오늘은 그 시작이야.”

영탁과 치형이는 나란히 서서 조상님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그들에게 벌초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가족의 뿌리를 기억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조상님의 묘소는 깨끗하게 정리되었고, 5대에 걸친 가족들의 마음도 함께 정돈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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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곱창전골 집 '구들마루'로 갔다. 맥주를 드시는 어머니 모습에 훈훈해지고, 누나와 얽힌 집집 마다 명의에 대한 갈등을 풀어내며 고된 노동의 피로를 푼다.

어머니,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이백살을 위하여"

어머니 선창에 기꺼이 잔을 높이 들며 외친다. 김성호 w/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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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고 일어나 산책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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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져달라는 해나의 귀여움에 얼릉 글짓기를 마친다. 자꾸 긁는다. 벅 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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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예티, 언제 옆에 있었는지 아는 채를 한다. 예티도 만져주는 걸 무척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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