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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미즈미즈시이에서 우정을 나누다

by 큰바위얼굴. 2024. 11. 21.

어제 저녁은 목우촌 사람들과 회식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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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에 젖어 우린 서로의 안녕과 행복을 빌어주었다.

홍준 윤섭 동준 성일 성호 동재 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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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 영상 https://www.magisto.com/int/video/b0VNK0sFQi9hVgFiCzE?l=vsm&o=a&c=c



전북도청 앞 번화가라더니, 생각보다 조용한 골목이었지. '미즈미즈시이'라는 이름이 낯설기도 했지만, 직접 안에 들어가 보니 분위기가 아늑하더라. 메뉴판을 훑어보고 직원에게 추천을 물으니 사시미랑 나베 세트가 제일 인기라더군. 부족할 때를 대비해 술찜이나 메로구이도 염두에 두며 자리에서 기다렸지. 과연 어느 만큼 먹게 되었을까? 


시간은 어느새 6시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어. 설마 여기가 번화가라고 하기엔 너무 외진 데라 못 찾는 건 아니겠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한참 기다리다 보니 드디어 한 명, 두 명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어. 우리 멤버들이 먼저 모두 도착했을 땐 기념사진부터 찍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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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하나둘 도착했어.
다들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나누며 앉았는데, 어제 이미 술자리가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어. "오늘은 적당히 마시자"며 서로 웃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호주머니에서 타이레놀을 꺼내 들더라. "나 오늘 진짜 자중할 거야!"라며 엄숙하게 선언하는 모습에 다들 폭소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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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따뜻한 사케 한 잔 어때요?” 내가 권하자, 홍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어. 독립투사, 일본을 싫어하는 그에게 일본풍의 식당과 일본 술을 권하자니 많이 망설였었거든. 얼음장 같던 손끝이 사케 잔을 잡으니 금세 녹는 기분이 들더라. 잔이 몇 번 오가고, 어릴 적 추억 이야기가 풀어지기 시작했지. 복숭아 서리, 쥐불놀이, 깡통 돌리던 얘기까지. 특히나 쥐불놀이 얘기가 나오자 모두들 “아하! 그랬었지!”라며 맞장구를 치더라. 깡통을 돌리며 숯을 넣고 하늘 높이 던졌던 모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했지.

동심에 젖은 이야기, 간혹 호러 장르라 의심할 만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어 핀잔 아닌 핀잔으로 말에 추임새를 넣으면서 우리들 자리는 한층 달아올랐어. 소주, 1종류로 합시다 라는 이구동성 어린 말에 테이블 중앙에 초록색 병이 늘어가는 걸 서로 바라보며 한 잔 두 잔 권하고 마시며 복숭아 서리했던 이야기, 어릴 때 서울이 지독히도 못 살던 공간으로 먹고 살기 힘들었다며, 장거리 등하교길 이야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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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려 밖으로 나갔는데, 홍준이가 물레방아를 돌리는 기교를 보여주는 거야. “야, 이건 또 뭐야!”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 또 웃음이 터졌지. 순간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었어. “찰칵!” 모두 환하게 웃는 그 순간이 정말 좋았지.

그의 유머와 제스처 덕분에 분위기는 식을 줄을 몰랐고, 어느덧 초록 병들이 테이블 중앙에 줄지어 늘어섰어. 한 잔, 두 잔 마시며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얘기했지.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이렇게 속 깊은 이야기를 가볍게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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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안주가 떨어졌고, 자리를 주제한 내가 “오늘은 여기서 끝냅시다”라고 말했어. 다들 피곤한 하루였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마지막으로 메로구이와 술찜을 추가했지. 술잔이 비워지고, 음식도 사라지고, 그렇게 오늘 자리가 정리되었어. 식당을 나서며 또 한 번 단체사진을 찍었지. “하나, 둘, 셋, 목우촌 화이팅! 품관원 화이팅!” 손을 번쩍 들고 웃으며 그렇게 헤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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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끝이 아니었지. 저 멀리서 누군가가 “야, 노래방 가자!”라고 외치는 거야.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가 만난 것처럼. 잡아끄는 팔에 당겨지고 '7080 노래방'에 들어가 각자의 애창곡을 부르며 분위기를 즐겼지. 한 곡 부를 때마다 누군가는 박수치고, 누군가는 장단을 맞추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

그렇게 웃고 떠들던 하루. 새로운 추억이 쌓이고, 우정이 한층 더 두터워진 느낌이었어. 다음에도 꼭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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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다음 날 관사를 나서는데 뭔가가 발길을 잡아끄는 거야.

"맞아! 난방텐트 옮긴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줘야지." 

그래서 문을 다시 열고 멀리서나마 모습을 담아냈어. 마치, 여행자의 모습처럼. 단출하니 색감조차 브라운 톤으로 쓸쓸해 보이긴 하지만, 생각 보다 아늑하고 텐트에 들어가면 동심에 빠져든다는 걸 새삼 느끼며, 그 흐뭇함에 요며칠 동심 이란 주제로 함께 나누고 생각케 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김성호 w/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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