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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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무심코라는 말이 떠오른다. 오늘도 무심코, 어쩌면 매일 아침 무심코 본능처럼 행동을 하겠지. 일어나서 가장 먼저 뭘 했을까? 화장실을 갔다. 가스를 배출하고,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면도를 했다. 화장실에서 하는 일들을 무심코 처리한다. 여기에는 어떤 논리나 생각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일어나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모든 걸 의식적으로 한다면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모할 것 같다. 뇌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하니, 얼핏 보면 격렬한 운동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할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몸을 덥히고 활력을 주는 쪽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백미러, 잔상
왼쪽 백미러를 볼 때마다 그 순간이 떠오른다. 후진하다가 나무 기둥에 부딪혔고, 거울이 깨졌다. 그 이후로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차를 탈 때마다 그 장면이 다시 떠오른다. 이미 사고는 났고,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다시 재구성된다. 그래서 잔상이 남고, 볼 때마다 그때를 떠올리게 된다. 속상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탓하지는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날 걸 미리 주의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생은 그런 게 아니다. 완벽한 삶도 아니고, 실수도 하고, 질투도 받고, 미움도 받고, 때로는 한가롭고 태평한 순간도 있다.
시골에서의 삶
어제 본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시골의 미대생 부부가 떠오른다. 광고 카피라이터였던 아내와 남편이 도심을 떠나 시골에서 집을 짓고 살기로 했다. 집안이 부유했던 건지, 아니면 결혼 전에 충분히 돈을 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골에 집을 지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 https://youtu.be/KJd9d3WjQ0Y?si=nalDZq2vO3tUs6ok
컨테이너 박스 두 개 정도면 몇 평이 될까? 직접 재료를 사서, 인부를 고용해서 지었다면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5년 동안 직접 공사 현장을 다니며 배우고 익혔다고 한다. 처음엔 장화 신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텐데.
그들은 새롭게 집을 지으며 ‘절충 공간’을 만들었다. 거의 오픈형 창고처럼 설계한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사실 집이라는 건 잠자리, TV를 보는 공간, 식사하는 공간, 화장실 정도가 핵심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활동은 집 밖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니 정원을 가꾸고, 바깥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정원과 삶
직접 해보진 않았지만, 정원을 가꾸며 하나둘 늘어가는 식물들을 보며 인생의 축복을 느꼈을 것이다. 아내는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결국 행복감을 누리게 되었다. 꽃이 피든, 열매를 맺든, 앙상한 줄기만 남든, 그 모습 자체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그들의 모습은 정원사와도 같았다.
부럽다기보다는, 시샘한다기보다는, 그저 자연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하는 말에 자주 웃음을 터뜨렸고, 남편은 장난스러운 태도로 삶을 즐겼다. 정원을 가꾸며 자연의 순환을 느끼고, 세월이 흐르는 걸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렇다면 나는? 돈을 벌고, 일을 하고, 일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해야 할까?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 익숙한 걸 반복하는 것, 그리고 낯선 곳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는 것.
가족과의 시간
일상을 살면서 가족과 몇 시간씩 앉아 대화를 나누는 건 쉽지 않다. 같은 집에서 살아도, 어릴 때의 추억은 공유해도, 자라면서 형성된 성격과 성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부부 사이에도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첫째 아들 영록이와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우주, 양자, 인생. 전자공학도가 양자를 파고들든, 천문학자가 우주를 연구하든, 철학자가 인생을 탐구하든, 결국 그 본질은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해석될 수 있다. 삶의 지향이 결국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일상 속 생각들
출근길, 22~25분이 걸린다. 녹음 파일을 등록하려고 했는데 오류가 난다. 현대점? 좀 의심스럽긴 한데. 아, 보안경을 쓴 지 오래되니 노랗게 보인다는 걸 잊고 있었다.
사람과 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존재를 느끼는 정도로만 본다면 에너지를 덜 소모할까? 어쩌면 명확한 시선보다는 흐릿한 인지가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정원사와 트럼프가 동시에 떠올랐다. 사람은 사람일 뿐인데, 왜 그렇게까지 영향을 받을까? 나에게도 사랑이 있다.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노래와 마무리
어떤 멜로디가 떠오른다. 나른한 마음으로 노래를 흥얼거린다. ‘잊을 수가 없어... 그대 이제...’
마지막으로, 시동을 왜 안 껐을까? 이제 됐나. 뭐를 안 껐지? 아, 씨유. 김성호.
* 원문(음성) https://youtu.be/Xu9XYo3oiWM?si=Bxp-TsYSHJCs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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