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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무심코' 다음

by 큰바위얼굴. 2025. 3. 13.

"오늘은 어떤 흥미로운 일이 펼쳐질까?"

.

‘흥미로움’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아래 [내가 기록을 남기는 이유]의 내용을 바탕으로, 앞서 고민했던 [존재의 궁극적인 목적]을 덧붙여 본다.

지금 여기에서 가능한 일을 할 때, 그것이 흥미롭다면 기꺼이 움직이게 되고, 행함이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진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 혹은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는, 존재의 궁극적인 목적이 의미 부여에 있듯이, ‘흥미로움’이 아닐까 한다. 혹시 다른 의견이나 주장이 있다면 덧붙여 주길 바란다.

흥미로움이야말로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신기하다’거나 ‘낯설다’는 감각과도 닮아 있다. 우리가 사는 이유가 재미나 행복, 혹은 즐거움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지금 여기에서 가능한 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흥미로움과 신기함, 낯섦이라는 감정이 곁들여지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재미, 행복, 즐거움은 뒤따라오는 것일 뿐, 반드시 재미있어야 한다거나 행복해야 한다거나 즐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프고, 슬프고, 괴롭고, 갈등을 겪는 순간조차 흥미로울 수 있다.

이 글은 뉴스위크의 한 코너에 실릴 기고문으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기에 적합하도록 구성했다.


[내가 기록을 남기는 이유]

그의 앞날을 응원할 수 있기 때문이고,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내가 게임을 하는 이유도,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의견을 내고, 용기를 내어 생각을 의견으로 바꾸며, 번역하는 시간까지 들여 글을 남긴다. Not Money, I spend time.


[존재의 궁극적인 목적]

존재의 궁극적인 목적은 ‘살아 있음’의 본질을 통해 스스로를 정의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며, 그 과정 속에서 진정성에 도달하는 것이다. 우주와 진화, 흐름 등은 모두 현상일 뿐,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그 속에서 ‘본래의 나’를 발견하고, 그 진정성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금, 여기’에서 가능한 일이다.

관사로부터 나와 오른쪽으로 진입해서 바라보니 달이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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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인가, 엊그제인가. ‘무심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었지.  https://meatmarketing.tistory.com/8298

그 때, 안개 낀 주차장을 처음 마주했었고. 오늘은 보름달이 떴네. 길을 나서서 정면을 보니, 노랗고 동그란 달이 떠 있더라. 이 빌라촌이 유럽풍의 느낌이 강한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그 달을 보니 더 인상적이었어. 그래서 재빨리 카메라를 들이대고 최대한 줌을 당겨 찍었지. 이게 ‘무심코’라는 단어와 어떤 연결이 있을까? 그날 정말 멋진 도로 풍경을 봤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야.

사진은 이 정도로 해야겠어. 지금 이동 중이니까. 그런데, 아차! 중요한 장면을 놓쳤네. 아무튼, 오늘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 ‘무심코’보다는 그다음 단계랄까? 예를 들면, 면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그렇지. ‘할 때가 됐네’라고 떠올리는 것.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아내 서희와 그녀의 어머니 배순임 여사가 떠올랐어.

그래, 갑자기 ‘유투브에서 본 소 갈비를 삶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데. 왜 그런지는 잘 알아도, 표현하는 것과는 다르잖아. 처음 이라며 꺼낸 장모의 말, "얼마나 미워했나 몰라". 그냥 그런 마음이 스며들었어. 이런 게 오고 가는 감정이라는 걸까? 오해는 아니고, 그냥 좋은 거지. 이제라도 해소하셨으니 되었지. 나? 난 그냥 그래. 이렇게 관심을 줄 때는 다소 낯선 감정에 좋기도 하고, 우린 원래 좋은 관계니까 라며 담담히 받아들일 때도 있지. 아마, 그래서 일꺼야. 내 반응이 영 시원찮으니. 아마도, 그래서 좀 더 강한 반응을 기대하는 것일 수도 있어. 흠... 

이제 봄이 오니 얇은 겉옷을 하나 마련해야겠다며 사줄께 하신다. 소갈비찜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왕뼈 갈비를 보니 맛있어 보이더라. 엄청 고기가 붙어 있는 큰 갈비였어. 그걸 또 사서 해먹이려고 하니 기분이 좋더라고.

한편으로는 술 생각도 났어. 가슴이 아직도 답답한 기분이 남아 있거든. 그래도 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어. 입벌림 방지 테이프를 붙이고 자서 그런가? 목과 어깨가 여전히 뻐근하지만, 예전처럼 속은 꽉 찬 느낌은 아니야. 답답하지만, 그때만큼은 아니고. 계속 눈여겨보고 있어.

아! 유튜브에서 시골풍의 풍경 앞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봉을 휘두르는 여자가 나오는 영상을 봤어. 귀엽게 생겼더라. 마무리가 좀 아쉽긴 했어. 막 휘두르다가 끝나니까. 좀 더 보여주면 좋았을 텐데. 그러다 보니 소림사 관련 영상도 봤는데, 스님이 공중에 떠서 날아차기를 하더라. 두 번이나!

그걸 보니 또 생각이 났어. 우리 집 거실에서, 안방 문 옆 벽을 보고 ‘이 정도면 나도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두 발로 뛰었는데… 문제는 착지를 생각 못 했다는 거야. 바닥을 등으로 떨어지더라고. 그때는 몰랐는데, 스님도 그러더라. 바닥을 등으로 떨어지면서 균형을 잡는다고.

실제로 벽에 닿긴 했지만, 높이는 좀 부족했어. 다들 웃었지만, 나는 충격이 장난 아니었어. ‘간 떨어진다’는 말이 딱 맞아. 그래도 이런 걸 단련하면 스님처럼 할 수 있는 거겠지?

그리고 달이 점점 커 보인다. 아까는 꽤 멀리 떠 있었는데, 작업장 쪽에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이네. 오늘은 달이 밝고, 쾌청해. 무심코 일어나서 이런저런 짐을 챙기면서 ‘오늘은 뭘 해야 할까?’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제일 먼저 양압기의 코마개와 물받이를 씻으려다 보니, 선반에 있는 그릇들을 먼저 정리했지.

아, 물을 먼저 마셨던가? 기억이 좀 헷갈리네. 물이 조금 남아 있어서 버리기 아까워 마셨던 것 같고, 짐을 싸고, 옷도 챙기고, 물병도 들고 나왔는데… 사실 짐이 없을 때 버리면 되는 걸 굳이 들고 나와서 번거로웠어. 이런 게 ‘무심코’ 일어날 때의 행동이겠지.

오늘은 금요일이네. 오늘의 주제는 ‘흥미로움’이야. 무심코 떠오른 생각들이 재미있게 연결되는 것 같아. 면도를 할 때도 ‘잘 보여야지, 깨끗해야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신기하게도 그 순간 장모님과 아내가 떠오르더라. 마치 누군가를 위해서 하는 것처럼.

그리고 게임 생각도 났어. 연맹 전쟁터에서 나는 지금 다소 동떨어져 있는데, 추위를 견디고 있는 중이야. 집결을 못 하면 얼어버리고, 풀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거든. 하지만 기회를 봐서 움직이면 얼음이 깨지더라고. 유지하는 게 힘든데, 발동을 잘 걸면 되는 것 같아.

팀워크가 중요하지.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면 단단한 벽처럼 끼어들 여지가 없어지니까. 연맹 훈련에서도 집결을 잘 이끄는 사람이 필요하듯이, 이런 전투에서도 리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다만 논의가 더 필요할 것 같아.

그런데… 계속 떠오르는 생각 중 하나가 있어. 이건 미련은 아니야. 하지만 뭔가 마치 못한 게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져. 이미 받아들였고, 이해도 했는데도, 가끔 그런 감정이 올라와. 마치 내가 피해자인 것처럼.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것도 정리가 됐는데 말이야.

나의 삶을, 나의 방향을 위해서. 그런 고민들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네.


  * 원문(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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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3 줌을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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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촌 골목을 나와 도로에 들어섰다. 저 멀리 달이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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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3 줌을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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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움이 삶을 밀고 나간다

어릴 적, 나는 작은 장난감 하나에도 한없이 빠져들었다. 움직이는 기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싶었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자라면서 우리는 익숙함에 둘러싸이고, 때론 무뎌지지만, 가끔 어떤 순간이 우리를 다시 끌어당긴다. 낯설고 신기한 감각이 스며들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이 흥미롭다고 느낀다.

살면서 꼭 재미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행복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도 “이건 왜 이럴까?” 하고 궁금해하는 마음, 지금 이 순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태도가 있다면, 인생은 자연스럽게 흥미로워진다. 게임을 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는 순간도 그렇고,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애쓰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탐구이며, 흥미로움은 거기에 깃든다.

흥미로움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기쁨뿐 아니라 아픔, 슬픔, 갈등조차도 흥미로운 과정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삶의 모든 순간에서 그 의미를 발견하고, 스스로 해석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낯설고 신기한 것들을 끊임없이 만나면서, ‘지금, 여기’에서 가능한 일을 찾아가면서.  김성호.

 

 

06:29 체력단련실에 불이 꺼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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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체력단련실로 향했다. 어제는, 그제 저녁 술자리를 가진 탓에 몸이 엉망이었지만, 결린 몸이나 좀 풀어볼까 싶어 문을 열었었다. 처음엔 그저 몸을 털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고,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다시 누워 발을 들고 구르기를 반복하고 있더라.

그리고 런닝머신 위에서 걷고 있었다.

오늘 체력단련실은 불이 꺼져 있었다. 아쉽다. 그녀가 오지 않았다. 어제도 마주치지 못했는데. 점점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이제는 우리 둘만이 겹치는 시간대가 되곤 했다.

불 꺼진 체력단련실. 공간이 낯설 만큼 고요해지고, 존재감이 묵직해졌다. 그래서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일부러 발을 굴러 소리를 퍼뜨리며 전등을 켰다. 그리고 보무도 당당하게 넓은 공간으로 걸어 들어갔다.

땀을 흘린 후에 마주하는 풍경,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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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인연을 기대하며, 땀에 흠뻑 젖은 몸에 만족한 채 앞뒤로 사진을 찍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뿌듯함에 대견함에 감사함에 멋적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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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모의 정을 느낀다. 매일. 항아리에서 한 숟가락 떠 먹을 때, 미숫가루를 탈 때

 

 

장모가 준 보약단지, 미숫가루... 그리고, '과일 껍질' 이라는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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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교류한다. 이제야 비로소 마음을 내려놓고 이야기하신단다. 횟수로 20년 하고도 6년이 지난 어느 날, '중부회수산'에서 민석이네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흘러나온 말이었다. 허, 헛.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라도 그렇다고 하시니. 다행이고, 고맙고, 좋다.

세월이 길었다. 장모님과 나는 오랜 시간 서로를 조심스레 바라보며 가까워지려 했고, 또 때로는 멀리서 바라보기를 했다. 단단한 벽처럼 느껴졌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것을 받아들인다. 나는 그저 사위일 뿐이지만, 그래도 당신께 마음을 드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당신도 마찬가지였던 걸까.

그저 이렇게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어 다행이다. 이제라도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어서.

그리고 그날 이후, 앞으로의 날들 속에서,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며 살아갈 날들을 맞이할 것이다. 함께할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고, 마음은 한껏 고양된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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