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에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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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여보세요? 전화했었어?
아들: 어, 전화했는데 안 받으시더라고.
엄마: 밖에 나와 있었어.
아들: 아, 그래? 뭐 중요한 일 있었어요?
엄마: 아니, 그냥 마늘 좀 까놓으라고 하려고 했지.
아들: 이제 날이 좀 따뜻해졌네요. 겨울옷 입고 다니니까 덥더라구요.
엄마: 그러게. 난 반팔에 조끼만 걸치고 다닌다니까.
아들: 그러니까요. 아, 난 또 아무튼 별일 없으시죠?
엄마: 나야 뭐 별일 있겠니?
아들: 윤호는 주말에 오나요?
엄마: 그럼, 먹고 가야지. 아마 올 거야.
아들: 아, 그래요?
엄마: 50% 확률이지.
아들: 아, 그래요?
엄마: 올 수도 있고, 볼 일 있으면 못 오고.
아들: 아, 청주에요?
엄마: 응.
아들: 따로 하는 일 있어요?
엄마: 별일 없지. 그냥 친구들이랑 밥 먹거나 하면 못 오는 거고.
아들: 아, 그렇죠.
엄마: 뭐 그렇지 않겠니?
아들: 그러네요.
엄마: 너 지금 어디야?
아들: 아, 가는 중인데 차가 좀 막혀요.
엄마: 그럼 이따가 집에 들러서 밥 먹고 가.
아들: 왜요? 뭐 특별한 거 있어요?
엄마: 아니, 그냥 하는 소리야. 윤호도 올 거니까.
아들: 아, 근데 길이 좀 막혀서...
엄마: 금요일이라 그런가 보다.
아들: 네, 그래서 천안 쪽으로 우회 중이에요.
엄마: 윤호도 아직 안 왔네. 전화도 없고. 오늘 비 오려나?
아들: 아니, 6시에 끝난다던데요.
엄마: 그래?
아들: 네, 그때 물어보니까 6시 되어야 끝난다고 했어요. 일찍 나가면 50분쯤 나갈 수 있다고 했고.
엄마: 그런데 아직 전화가 없네.
아들: 네, 아직 안 끝났나 봐요.
엄마: 끝나면 연락하겠지.
아들: 그러겠죠.
엄마: 그래, 조심해서 가.
아들: 네, 알겠어요. 그런데, 장모는 장인어른 보고 싶다고 자꾸 그러는데 어떻게 해야 되죠?
엄마: 그런 감정이 쉽게 사라지진 않지.
아들: 네, 그러니까요.
엄마: 근데 떠난 사람은 떠난 거잖아. 너무 오래 마음에 두고 있으면 본인만 힘들어지는 거지.
아들: 맞아요.
엄마: 아플 때 고생하는 거 보면 마음 아프지만, 떠나고 나면 어쩔 수 없는 거야.
아들: 그렇죠.
엄마: 잘 살았으면 천국 갔을 거고, 못 살았으면 그만큼 고생하는 거겠지.
아들: 그러네요.
엄마: 그러니까 살아있는 동안 잘 살면 되는 거야.
아들: 맞아요. 그러고 보니 이번 주에 절에 못 가셨다고 하던데 아무튼 가봐야 알 것 같아요?
엄마: 응, 그러네.
아들: 엄마, 근데 처가네 집도 요즘 좀 힘든가 봐요.
엄마: 왜?
아들: 처남댁 친정에서 딸보고 좀 도와달라고 했다던데요.
엄마: 아...
아들: 그러면 이제 원주로 가야 하는데, 민석이는 서울에 있어야 하고...
엄마: 그럼 주말마다 왔다 갔다 해야겠네.
아들: 네,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된대요.
엄마: 근데 결혼한 사람한테 그렇게 하는 게 맞나?
아들: 그러니까요. 한 5년 지났나.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엄마: 그럼, 민석이는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아들: 근데 서울에서 출퇴근해야 하니까요.
엄마: 서울에서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아들: 직장이 있으니까요.
엄마: 장인어른이 하는 데서 일하면 안 되나?
아들: 저도 그 얘기했는데, 급여나 근무 환경이 안 맞는 것 같아요.
엄마: 음... 그런 고민이 있겠네.
아들: 네, 참 어렵죠.
엄마: 옛날에도 그런 문제 많았지.
아들: 네, 맞아요. 아무리 좋은 관계도 현실이 걸리면 쉽지 않으니까요.
엄마: 그러게.
아들: 아무튼 엄마, 몸 조심하시고 조만간 봬요.
엄마: 그래, 조심해서 가.
아들: 네, 끊을게요.
엄마: 응, 또 보자.
* 원문(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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