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 별빛》
도담중학교 치형이의 판타지 모험
【1화. 게임이 멈춘 밤】
2025년 세종시, 도담중학교 중2 치형이.
중간고사가 끝난 그날 밤, 책상 위에는 문제집 대신 게임기가 놓였다.
AI 게임 「스타리움」 속에서 레벨 58을 찍고,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치형이는 속으로 외쳤다.
‘이게 진짜 현실이지. 시험도 끝났고, 이제 내 세상이야.’
그 순간, 게임 화면이 멈췄다.
화면도, 방도, 시계도, 숨조차 멈춘 듯한 적막.
창밖에서, 별빛이 방 안 가득 쏟아졌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
“쉼이 필요해. 여긴, 너만 멈춰있지 않아.”
눈을 떠보니, 치형이는 낯선 곳에 서 있었다.
황금빛 모래바람이 부는 어둑한 세계, 밤하늘엔 유령 같은 별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한 별빛 유령이 다가와 말했다.
“넌 너무 달렸어. 숨이 찼을 텐데, 멈출 생각은 안 했지?”
치형이는 말을 잃었다.
“네 세상도 마찬가지야. 공부, 시험, 유튜브, 게임… 모든 게 끝없이 밀려오지. 하지만 쉼은 멈춤이 아니야. 쉼은 ‘틈’이야. 그 틈에서 네가 진짜로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거지.”
순간, 별빛이 치형이의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
“눈을 떠. 이 세상은 너를 기다리고 있어.”
잠에서 깨어난 치형이.
새벽, 창가를 비추는 첫 별빛이 아직 방안을 맴돌고 있었다.
그날 학교, 미술 시간. 선생님이 말했다.
“그림은 공백이 있어야 살아 숨 쉬는 법이란다. 쉼표 없는 음악은 소음일 뿐이야.”
치형이는 자신도 모르게 종이에 별을 그리고, 일부러 빈 공간을 남겼다.
그 틈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2화. 운동장 속으로 사라진 세계】
체육 시간.
치형이는 지루한 농구 수업을 피해 그늘에 앉았다.
“오늘도 시험 끝났으니까 쉬엄쉬엄 하자~”
친구들은 농구공을 던지며 웃었지만, 치형이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운동장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지진?”
바닥이 갈라지고, 치형이는 갑자기 발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을 뜨니 또 다른 세계.
운동장은 사라지고, 거대한 시계 톱니바퀴들이 돌아가며 시간을 조종하는 세계였다.
그곳에서 다시 만난 별빛 유령.
“또 달렸구나, 이번엔 게임이 아니라 일상에서.”
유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희 세상은 시간이 정해주는 대로 움직이지. 시계가 ‘공부할 시간’, ‘게임할 시간’, ‘잘 시간’을 알려주니까.
하지만 진짜 쉼은 시계 바늘 사이에 숨겨져 있어.”
치형이는 그 말을 들으며, 자신이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았다는 걸 떠올렸다.
“진짜 쉬는 시간은 시계가 알려주지 않아. 네가 스스로 발견해야 해.”
유령은 치형이의 손을 잡고, 거대한 시계 속 틈으로 그를 데려갔다.
그곳은, 시간이 멈춘 세계였다.
"이곳처럼, 네 일상 속에도 ‘틈’이 있어. 그 틈에서 네가 숨을 쉬고, 네가 너 자신으로 돌아오는 거야."
치형이는 눈을 떴다.
현실 속으로 돌아온 그 순간, 체육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쉬었다가, 다시 하자!”
그 한마디가, 이제는 다르게 들렸다.
【3화. 책장 너머의 도서관】
학교 도서관은 시험 끝난 주엔 늘 썰렁했다.
치형이도 딱히 책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교실에서 노는 것도 지겨워져서 그날 따라 혼자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상하네. 평소엔 도서부 애들이 시끄럽게 떠드는데, 오늘은 조용하네.’
조용한 도서관.
책장은 빽빽하고, 누군가 읽다 만 책들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었다.
치형이는 무심코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별들의 기록》.
누가 보면 과학책이지만, 펼친 순간 책 속 문장들이 반짝이며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별은 소멸 직전, 마지막 순간을 기록으로 남긴다. 누구든 이 책을 펼치면 그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순간, 치형이의 눈앞이 번쩍였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대한 별의 표면 위에 서 있었다.
불타는 별의 중심에서 웅웅 울리는 소리.
누군가 작은 속삭임으로 말했다.
"읽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나는 존재할 수 있어."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오래된 나침반이 공중에 떠 있었다. 나침반은 똑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책을 읽는 순간, 너는 나를 다시 살려낸 거야."
치형이는 나침반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끝없이 펼쳐진 별의 표면. 걷다 보니 어느새 책장 너머, 도서관 한가운데로 돌아와 있었다. 손엔 여전히 나침반이 들려있었다.
‘이상한 꿈이었나?’
하지만 책장을 돌 때마다 나침반 바늘은 계속 움직였다.
도서관의 책장은, 그날 따라 미로 같았다.
돌고 돌다, 책장 끝에서 낯선 목소리를 들었다.
"넌 또 달리고 있네,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길 위를 걷고 있었던 거야."
누군가 문득 등을 툭 치자, 치형이는 깜짝 놀라 돌아봤다.
“야, 여기서 뭐해? 점심시간 다 끝났어.”
친구 준우였다. 도서관은 원래 모습 그대로였다. 나침반도, 별의 표면도, 다 사라지고 손엔 아무것도 없었다.
교실로 돌아가는 길, 치형이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 안에는 작은 종이쪽지 하나가 들어있었다.
‘책과 책 사이, 길을 잃을 때 세상은 천천히 움직인다.’
치형이는 그 쪽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수업 종이 울리고, 바쁜 교실로 발을 옮기면서도, 마음은 어쩐지 한 템포 느려졌다.
그날 밤, 책상 위에 있던 《별들의 기록》은 사라지고 없었다.
다만 창밖으로 별빛 하나가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4화. 옥상에 남은 발자국】
그날 도담중학교의 하늘은 어딘가 이상했다.
점심시간, 구름은 잔뜩 낀 채로 멈춰 있었고, 바람 한 점 없었다.
치형이는 우연히 복도 끝에서 옥상으로 향하는 철문이 살짝 열려있는 걸 발견했다.
‘여기가 원래 잠겨있었는데?’
호기심이 발길을 잡아당겼다.
옥상 문을 밀고 나가자, 의외로 따뜻한 햇빛과 함께 텅 빈 공간이 펼쳐졌다.
하지만 바닥에는 선명한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맨발.
누군가 맨발로 옥상 위를 걸어다녔다.
치형이는 발자국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발자국은 옥상 끝, 난간까지 이어져 있었고, 거기서 뚝— 끊어져 있었다.
그 순간, 귓가에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웃고 있는 듯한, 아주 낮은 소리.
"여긴 원래, 내려올 수 없는 곳이야."
치형이는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하늘은 여전히 구름 한 점 움직이지 않았고, 시간도 마치 정지한 것 같았다.
난간 너머를 내려다봤다.
운동장은 비어 있었다.
그때, 난간 위로 작은 종이조각 하나가 나풀거리며 걸려 있었다.
‘발자국은 항상 누군가를 기다린다.’
읽는 순간, 치형이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발자국이 난 방향을 다시 바라보자, 이번엔 아까보다 한 걸음 더 난간 가까이에 새로운 맨발 자국이 찍혀 있었다.
‘이게... 방금 생긴 거라고?’
치형이는 순간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등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너도 여기까지 왔구나."
돌아보니, 학교 선배였던 수현이가 서 있었다.
수현이는 작년, 졸업하기 전날 이 옥상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졌던 애였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고 있었다.
"여긴, 가끔 잊혀진 애들이 남는 곳이야. 사람들은 내가 사라졌다고 했지만, 사실 여기서 계속 있었어. 시간은, 여긴 다르게 흘러."
치형이는 말을 잃었다.
그 순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멈춰있던 구름들이 천천히 움직이고, 종이조각이 바닥을 굴러가며 발밑으로 사라졌다.
수현이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종이조각이 사라진 자리에 작게 글씨가 적혀 있었다.
‘다음은 네 차례야. 천천히 와.’
수업 종이 울리고, 치형이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자신은 옥상이 아니라, 교실 책상에 고개를 떨군 채 자고 있었다.
하지만 손바닥에는, 분명히 맨발 발자국 모양의 작은 먼지 자국이 선명했다.
【5화. '밤하늘을 걷는 수업'】
치형이는 여전히 그날의 옥상에서의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학교가 끝난 뒤, 치형이는 여전히 그 발자국과 수현이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너도 여기까지 왔구나."
하지만 그날 밤, 친구들이 갑자기 치형이를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준호, 유빈, 그리고 은서.
친구들은 치형이를 보자마자 재빨리 입을 맞췄다.
"치형아, 오늘 밤에 재밌는 일 있지 않겠어?"
"뭔데?"
"바로, 옥상에 또 가보자!"
"옥상? 거기 그 수현이 있는 곳?" 치형이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게 아니라, 거기에 뭔가... 또 있을 거야. 이번엔 우리가 가보자!"
"뭐지... 그럼 같이 가면 되겠다!"
그래서 그날 밤, 치형이와 친구들은 다시 옥상으로 향했다.
그곳에선 그날처럼 아무런 소리도, 움직임도 없었다. 다만, 치형이가 발자국을 따라 걷기 시작하자 친구들이 그것을 따라가기로 했다.
"이건... 뭐지?" 은서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날 거야. 이 발자국, 계속 가보자!" 준호는 앞서가며 말했다.
그러자 그 발자국이 갑자기 큰 원을 그리며 올라갔다.
"이건... 달 위로 가는 길?" 유빈이 소리쳤다.
그 순간, 그들 모두는 한 순간에 하늘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뭐야! 이게 진짜... 하늘에 있는 것 같은데?"
하늘을 걷고 있다는 느낌은 마치, 구름 위를 뛰어넘어 별들을 손에 쥘 듯한 그런 상상 이상의 경험이었다.
그러자 갑자기 빛나는 별들이 그들 주위를 감싸며 대답했다.
"우리는 너희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친구들은 조금 혼란스러워하며 서로를 바라봤다.
"이게... 대체 뭐지?" 치형이가 말했다.
"그냥 가면 되지. 여길 떠날 준비가 된 거야!" 유빈이 힘차게 말했다.
치형이는 이제야 깨달았다.
여기서 배워야 할 건, 단순한 규칙들이 아니라 *"쉼"*의 의미였다.
멈추지 않고 돌아가던 발자국은, 사실 친구들과 함께할 때 그만큼 더 아름다워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 이게 진짜 쉼이구나." 치형이는 속으로 되뇌었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그만큼 중요했던 거야."
그 순간, 하늘을 가르는 큰 별빛이 나타나며 마지막 발자국이 사라졌다.
그리고 친구들은 별빛에 물들어가며 웃었다. 그들은 분명 이 경험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게 될 것이다.
'일기 > 치형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형, 장래 희망 (0) | 2025.03.09 |
---|---|
학업 수업 문제 해결 (0) | 2025.03.06 |
치형 생일, 그리고 (0) | 2025.01.06 |
빅데이터의 미래: 치형의 이야기 (0) | 2024.12.29 |
치형에게, "청소년의 반항과 그 속에서 찾은 진실" (3) | 2024.12.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