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섬주섬 챙긴다. 부엌 한켠에 모아둔 쓰레기봉투.
산책을 나설 때면 이 작은 짐들도 어느새 필수품이 되었다. 강아지 둘, 쓰레기봉투, 때로는 부피 큰 박스까지 품에 안고 길을 나선다. 처음엔 번거롭던 이 과정도 이제는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하루의 첫 미션처럼, 익숙하게.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선다.
아직 세상은 잠든 듯 고요하다. 차 한 대 없이 비어있는 거리.
해나와 예티를 내려다보며 슬며시 묻는다.
“오늘은 어때?”
아무 대답 없지만, 꼬리의 리듬으로 충분히 전해지는 기분.
사거리를 지나, 천천히 제2 배수지로 향하는 길.
적막한 아침 공기 속을 오롯이 걷는다.
배수지 앞마당을 돌고 돌아, 잠시 주그리고 앉는다.
해나와 예티를 부른다.
해나는 재빠르게 달려와 옆에 앉는다. 애교 섞인 눈빛으로 손길을 청한다.
조용히 쓰다듬는다.
그러다 문득, 멀리서 오지 않는 예티를 바라본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으르렁.
모형 펜터 앞에서 꼿꼿이 선 예티, 오늘도 변함없이 으르렁거린다.
맑고 청명한 아침이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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