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햇볕 아래,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어 본능적으로 찡그리게 된다. 피하면 될 일인데, 나는 굳이 태양을 바라본다. 어쩌면 이 반복되는 행위가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어제도, 그제도, 그리고 아마 내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거센 바람도 분다. 책상 앞에서 역사책을 읽고 있던 치형이를 불렀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역사의 한 장면이라고, 훗날 너의 학창시절에 회자될 이야기들이 오늘 펼쳐지고 있다고 말해줬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눈이 부셨지만, 그 눈부심 너머에 무언가를 마주하려는 듯.
내면의 갈등마저 억누르지 않는다. 그것을 해결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다만 가만히 바라본다. 그러곤 내게 묻는다. 지금 내 몸은 어떤 상태인지, 나는 무엇을 바라는지. 눈을 살며시 감고, 숨을 고르게 들이쉰다. 힘을 빼고 앉아, 하나둘 숫자를 세어보면 조금씩 가라앉는다. 머리는 비어간다. 갈등은 여전히 거기 있지만, 그것마저 나를 지탱하는 미련처럼 느껴진다. 만약 갈등이 없다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심심할까? 아니면 한가롭다고 느낄까?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어쩌면 나는 또 다른 갈등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것이 마치 나의 숙명처럼.
생각은 고리처럼 이어진다. 하나, 둘, 셋, 넷... 그렇게 연결된 사슬을 따라 차원의 문턱을 기웃거린다. 오직 생각이나 사상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길이라면, 우리는 초능력이란 것을 애초에 상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 가둔 몸, 닫힌 생각이야말로 이곳과 저곳을 나누고 구분 짓는 장벽일지 모른다. ‘여기’라고 이름 붙이는 순간, ‘저기’는 더 이상 내가 닿을 수 없는 어딘가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그저 두기로 한다. 생각도, 이성도, 감정도, 상상도. 그리고 의미마저도.
떠남도 아니고, 돌아봄도 아니다. 이 순간을 즐기라는 말도 아니다. 그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_들여다보라_는 것이다. 느껴보라고. 선풍기에서 부는 바람 소리, 이어폰 너머 들려오는 슬픈 노래, 눈앞의 모니터와 손끝에 닿는 키보드, 그리고 그 모든 틈새를 흐르는 생각들. 향유하는 상상, 따뜻함, 서늘함 없는 어딘가, 내가 닿은 또 다른 차원의 느낌. 팔에 스치는 바람에 따라 잔털이 흔들리는 그 미세한 감각까지도 떠올려보는 것이다.
나는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잔잔한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낀다. 김성호 E/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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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강렬한 태양 볕 아래 눈을 마주할 수 없어 눈을 찡그리게 된다. 피하면 될텐데 굳이 태양을 바라본다. 이 또한 하나의 의식처럼 반복된다. 어제, 그제, 그리고 내일. 강렬한 바람 또한 있다. 역사책을 읽고 있던 치형이를 불렀다. 지금이 바로 역사적인 순간이고 오늘 나온 이야기들이 너의 학창시절에 회자될 이슈라고. 지켜보라고 불렀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눈을 향한다. 내적 갈등조차 가만히 둔다. 해소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바라본다. 그리고 현재 내 몸 상태와 바라는 바를 물어본다. 고즈넉히 감은 눈, 고른 숨소리, 힘을 뺀 다리, 차분하게 하나둘 카운트를 센다. 한결 나아진다. 비어버린 머리. 갈등은 할 만 하니까, 미련처럼 나를 있게 만든다. 없다면 어찌될까. 무료할까? 한가로울까? 분명 어떤 감정이 들꺼다. 가히 상상하지 않아도 생각 만으로 충분하다. 분명 또 다른 갈등을 쫓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숙명처럼. 하나의 고리, 두 개의 고리, 셋을 더하고 넷을 보태서 차원을 들여다 본다. 생각 혹은 사상 만으로 가기 어려운 길이라면 이 세상에 초능이 없겠지. 어쩌면 가둔 몸, 가둔 생각이야말로 이곳과 저곳을 한계 짓고 있는 행위가 곧 구분자처럼 차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원인일 수 있다. 여기라고 하고 저기라고 하는 순간, 내가 접한 또 하나의 세상은 나를 멀리서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가만히 둔다. 생각을, 이성을, 감정을, 상상을. 그리고 의미를. 떠남이 아니라 돌아봄 또한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란 말로 즐기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들여다 봐. 느껴봐. 선풍기 바람 소리, 해드폰에선 슬플 때 듣는 노래 소리, 눈 앞엔 모니터, 손에 키보드... 그리고 생각은 향유를, 상상은 따스함을, 서늘함이 없는 뒷편 어딘가 접한 차원을, 살갗에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는 잔털의 움직임을 떠올려봐도 좋겠다. 살며시 감은 두 눈,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바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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