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그리고 하루.
다시 하루.
참으로 수많은 시간을 산책하고 있다.

함께 걷는 시간.
산책.

오늘은 소방소를 다녀왔지. 도램마을 10단지로부터.

큰 사거리에서 쭈볏서기를 잠시, 태연하게 횡단보도를 건넜지. 돌난간을 만나려고.

저녁.
오후 4시부터 소담동 복컴에서 민턴을 치고 나서 코스트코에 들러 장을 봤어.
그리곤 귀가 중에 막걸리를 3병 샀어.
"배고파요. 언제 저녁 먹어요?"
치형이가 배고프단다. 김치찌개... 계란찜...
.
그리고 각자 방으로.
남겨진 자리는 곧 채워졌어. 먹는 거에 입맛다시는 해나에게 간식 주다가도 미안해질 때까지.


거실, 부엌 불을 껐어.

반갑다, 그지?

"해나야, 예쁘다."

"예티야, 고개 좀 들어봐."

빼꼼.
놓인 간식을 먹지 못할 만큼. 높은 의자. 더 미안해진다.

안되겠다. 내려가.
(의자에서 내려주었다.)

식탁 밑으로 다가온 해나,
어!
마음에 드네. 얼릉 셧터를 누른다.

하나.

둘.

셋.

그리고,
해나 얼굴을 보려고.
조명샷으로 다시 하나.

둘.
(이거 뭐지?)

셋.

넷.

다섯.

아하, 아빠.
아빠가 찍는 거구나!
(나를 인식하고나선 어리둥절하지 않고 나를 직시한다.)

나를 본다.

웃프게도.

정말 고맙다. 해나야, 예티야. 김성호.
.
.
기록하니 아는 척 한다.

"아직 남았어. 막걸리."

짜다. 계란찜이. 이제. 식어서일까.
마음은...
식는다.
뜨겁게 달아 오른 만큼.
그 만큼.
마음은...
공허라 부르고 싶진 않다.
내 배운 공허는 채우지 못한, 채울 대상이 아닌.
그런데,
공백이 된다.
마치
처음인 것처럼.
오랜 과거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막걸리 취기에 달아오른 마음 한편을 잠시 붙잡아 둔다. 아랫 배 힘을 빼고.
"안녕, 해나야."
뒤를 돌아본 해나에게 손을 흔든다. 오빠 방에 들어가라고. 난 식탁에.
다시 나온다.
오른쪽 장단지가 차갑고 간질거린다.
해나가 핧았다.
그리곤 다시 오빠방에 간다. 인사인 양. 후훗.
차가운 침의 기운이 더없이 따스하다.
고마워, 해나야.
예티는?
뭐하냐구.
내 방 문지방을 지킨다. 한껏 턱을 괴고 업드려서. 아까 찍힌 그 자리에서. 후훗.
그러니까. 말이다. 말이야. 훈훈해지네.
꼴릿하다. 라는 감정이 숨죽인다.
취기에 듣는 노래, 마치 들어봤던 노랫말.
좋다 좋아. 가라앉은 막걸리를 마신다. 한 모금.
어!
쓱 쓱 쓱
쪼르르 달려가는 예티
오빠방 문을 밀어준다. 해나가 나오도록.
그리고 나 잘했지 라며 젠체한다

여기까지. 그만. 설겆이 해야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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