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간 영탁은 휴가를 앞두고 소원을 말했습니다.
.
뭐가 어렵다고. 가자.

대구에서의 따뜻한 아침을 뒤로하고, 우리 가족은 둘째 영탁이의 오랜 소원이었던 '겨울 스키'를 타러 무주로 향했습니다.

스키복으로 든든하게 무장한 영록이와 영탁이를 스키장에 내려주고, 남은 우리(장모님, 서희, 성호, 치형)는 곤도라를 타고 덕유산 설천봉으로 올랐습니다.

"스키장에 왔으니 한 컷 부탁해, 여보~"


곤도라를 타고 덕유산 산정을 향해 갑니다.


(사진이 이렇게 나왔을 뿐, 뒷 배경을 놓고 그런데 너무 웃겨서 결국 삭제하지 못했어요. 실제는 안 그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죠? 산 위에서 먹는 뜨끈한 장터국밥과 우동, 유부초밥은 꿀맛 그 자체였습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서 마주한 산 정상은 온통 하얀 눈꽃 세상이었습니다.





"엄마, 나는 슬리퍼 신어서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봐. 허리도 좀 아프네." (서희) "야야, 나도 어제 윳놀이하느라 오래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뻐근하다. 너희끼리 다녀오너라." (장모님 순임)
결국 허리가 불편하신 장모님과 슬리퍼 차림의 서희를 뒤로하고, 팔목 골절상 중인 치형이와 저(성호) 둘만이 향적봉을 향해 발을 내디뎠습니다.


남겨진 순임은 자연을 담아냅니다.

하나

둘


딸인 서희와 다정한 포즈,

홀로 찍힌 모습이 애처롭게도 아름답게도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정이든 까닭이겠죠.



올라갈수록 눈꽃은 더 진해지고, 바람은 매서워졌습니다. 가지마다 매달린 눈꽃이 바람에 흩날릴 때면 뒤뚱거리며 넘어질까 조심했지만, 하얀 길 위에 우리 둘의 발자국을 남기는 기분은 참 짜릿했습니다.
"와, 아빠! 진짜 여기가 겨울 왕국이네요! 손은 시린데 기분은 최고예요!"

산을 올라가는 치형과 성호는 눈꽃이 핀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에 담아내고, 오를 수록 진해지는 눈꽃, 가지 밑으로 매달린 눈꽃, 눈보라에 휘말리기도 하며, 뒤뚱 넘어질세라 조심조심 오릅니다.

팔목 골절상에도 불구하고, 우리 둘은 하얀 길에 발자국을 남기며 전진 또 전진.

치형이, 내 아들.

둥그런 얼굴.

미소가 해맑은

큰 욕심 없이 너그러이 세상을 살고픈


쭈 쭈 하다가도

이제는 곧잘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저 나무에 손을 대봐 라는 주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가서 포즈를 취합니다.





얼굴은 뻘겋게 달아오르고 손은 꽁꽁 얼었지만, 이 멋진 풍경 속에 우리를 남기고 싶어 멈춰 서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 시각, 장모님은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창밖의 설경을 즐기고 계셨다니, 그 또한 우리 가족다운 풍경입니다.




하나로마트에 들러 부족한 고기를 추가로 구입합니다. 영록이가 어제늦은 밤 목살 한 덩이를 먹었다고 해서.

스키장에서 아들들을 다시 픽업해 도착한 곳은 '황토풍경 펜션'. 마을 전체가 황토 빛으로 물든 아기자기한 곳이었습니다.
치형이는 마당에서 만난 토끼에게 상추를 건네기도 하고, 개울가로 달려가 얼음을 깨며 아이처럼 좋아했습니다.


오두막 아래, 아기자기한 풍경 속에 서희를 담습니다.






저 아래, 개울에는 여름에 와도 좋겠다며 사전 답사에 나섭니다.


"아빠 여기 봐요! 진짜 꽝꽝 얼었어요!" 팔목 골절상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해맑게 웃는 치형이를 보며, '나의 전부, 동반자, 가족'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마음속에 새겼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 숯불 위에 3mm 두께의 목심을 올리니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백열등 불빛이 너무 눈부셔 차광 보안경까지 쓰고 고기를 굽는 제 모습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습니다.
"여보, 그 안경 뭐야? 용접하는 것 같아! 하하하!" "이게 바로 전문가의 포스지! 자, 타지 않게 숯 조절 들어간다!"

아냐, 이건 아냐. 고기가 탈 꺼야. 덜 익은 숯을 덜어냅니다.


펜션 사장님이 직접 담그신 산야초 장아찌와 김치는 정성이 가득해 고기 맛을 한층 살려주었습니다. 식사 후 이어진 '딱밤 때리기' 게임! 치형이가 형들과 아빠, 엄마에게까지 무시무시한 딱밤을 선사하는 '하극상(?)'이 벌어졌지만, 그마저도 즐거워 깔깔거리며 밤을 보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불멍 천막 아래 모였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에 마시멜로와 고구마, 밤을 구워 먹으며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시간.



방으로 돌아오니,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일어나 앉으신 장모님 곁으로 영탁이가 다가갑니다. 군대 휴가 나온 커다란 '곰' 같은 손자가 애교를 부립니다.
"할머니, 저 한 번만 안아주세요~" "아이고, 이 녀석이 왜 이려... 쑥스럽게!"
수줍은 소녀처럼 안절부절못하시는 장모님과 덩치 큰 손자의 포옹. 그 어색하면서도 애틋한 모습이 다음 날 카페까지 이어졌습니다.





다음 날 김천역 근처 '메타 1976' 카페.




70세의 소녀 장모님은 영탁이의 끊임없는 "안아달라"는 애교에 결국 환한 웃음을 터뜨리셨습니다.




김천역의 옛 풍경을 뒤로하고 장모님과 영록이는 대구로, 우리 네 식구는 세종으로 향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은 영탁이가 노래를 부르던 피자와 떡볶이, 그리고 와인 한 잔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대구에서 무주, 김천을 거쳐 다시 세종까지. 긴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더 솔직해졌고, 함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새긴 이 아름다운 기억들이 우리를 또 한동안 살아가게 하겠지요.
"사랑한다, 우리 가족. 함께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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