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램마을 10단지 아파트 연못 옆에 연못 풍경이라는 무인 판매점이 있다. 원래는 간이 휴게 공간이었던 자리다. 지금은 아이스크림과 소소한 생활용품들이 놓여 있고, 필요한 사람이 와서 가져간다. 계산대도 주인도 없다. 신뢰가 그 가게를 운영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생각할수록 단순하지 않다. 아무도 감시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정직하게 가져간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 가게. 어쩌면 그게 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일지 모른다. 거창한 계약 없이, 그냥 서로를 믿는 것.
그곳에서 민턴 친구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새벽에 그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집으로 바로 가는 길 대신 발길을 돌려 연못 풍경으로 향했기 때문에 이어진 생각일테다.
이른 새벽, 어둡고 별빛만 남아 있는 시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혼자라면 외로울까, 아니면 온전할까. 새벽에 올려다본 별빛은 수백만 년 전에 출발한 빛이다. 지금 내 눈에 닿는 그 빛은 이미 오래전의 것. 외로움도 연민도, 어쩌면 지금이 아닌 어딘가에서 출발한 감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못 풍경 앞에 강아지 해나와 예티를 두었다. 우주를 담고 싶은 아이는, 오늘 새벽 그 장면 하나를 조용히 담았다. 김성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