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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새벽 연못풍경

by 아리빛 하나 2026. 3. 10.

 


도램마을 10단지 아파트 연못 옆에 연못 풍경이라는 무인 판매점이 있다. 원래는 간이 휴게 공간이었던 자리다. 지금은 아이스크림과 소소한 생활용품들이 놓여 있고, 필요한 사람이 와서 가져간다. 계산대도 주인도 없다. 신뢰가 그 가게를 운영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생각할수록 단순하지 않다. 아무도 감시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정직하게 가져간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 가게. 어쩌면 그게 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일지 모른다. 거창한 계약 없이, 그냥 서로를 믿는 것.

그곳에서 민턴 친구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새벽에 그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집으로 바로 가는 길 대신 발길을 돌려 연못 풍경으로 향했기 때문에 이어진 생각일테다.

이른 새벽, 어둡고 별빛만 남아 있는 시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혼자라면 외로울까, 아니면 온전할까. 새벽에 올려다본 별빛은 수백만 년 전에 출발한 빛이다. 지금 내 눈에 닿는 그 빛은 이미 오래전의 것. 외로움도 연민도, 어쩌면 지금이 아닌 어딘가에서 출발한 감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못 풍경 앞에 강아지 해나와 예티를 두었다. 우주를 담고 싶은 아이는, 오늘 새벽 그 장면 하나를 조용히 담았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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