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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아스팔트 길

by 아리빛 하나 2026. 3. 16.

아스팔트 길에서 숲을 바라본다.

한 발만 옆으로 내딛으면 저기다. 신발이 푹푹 빠지고, 낯설고 거친 것들과 맞닥뜨리는 세계. 왜 굳이 이걸 해야 하나 싶을 만큼의 험난함. 30분이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아스팔트 한 발 바깥에 있다.

그런데 나는 여기 서 있다.


아스팔트는 안정이다. 잘 닦인 길은 멀리 가게 해주고, 고르게 걷게 해준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고민한 결과들과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그걸 경험이라고 한다. 그 경험이 쌓여 또 다른 아스팔트가 된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지독히 아스팔트를 고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태어나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세상을 맞닥뜨렸을 때의 그 혼란. 그 혼란 속에서 길을 놓았고, 길이 생기니 길 위에서만 살게 됐다. 야성적이고 거칠고 험난한 자유로움은 그렇게 조금씩 잊혔다.

길을 비껴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잠시 비껴나도 좋다.


빛이 그런 게 아닐까.

빛은 주기 위해 쏘는 게 아니다. 존재하기 때문에 닿는다. 사방으로, 목적지 없이, 그냥 퍼진다. 서로의 파장과 파동 속에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 그래서 아스팔트와 빛이 닮아있다. 둘 다 길이고, 둘 다 존재로부터 시작된다.

길 위에서 오고 가고 주고받는 순환. 경험을 나누고 감정을 건네는 것.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느낌들. 이게 우주다. 거대한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이 길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미 우주다.


여기가 우주의 한 초입이라면, 넌 뭘 하고 있니.

얻기만 바라기만 할 것인지. 그냥 네 인생 만끽하고 살아라 할 것인지. 되돌아오더라도 해볼 만하다.

우주라는 거대한 거울에 나를 비추는 것. 우주를 탐구한다는 건 결국 그 거울 속에서 나를 만나는 일이다. 우주를 내 안에 담을 때, 비로소 만나게 된다. 김성호 w/ Sonnet.









 

아스팔트 길에서 숲을 바라본다.

오르막길을 올랐기 때문인지 숨이 찼다. 바람을 느끼며 삶의 여정에 대해 생각했다. 저 산을 능선을 따라 오른다면 어떨까. 신발이 푹푹 빠지고, 거칠고 낯선 것들과 맞닥뜨리겠지. 30분이면 아스팔트를 벗어났을 때 벌어질 일들이다.

한 발만 옆으로 내딛으면 모험이 시작된다. 평상시엔 느끼지 못할 더러움과 거침. 왜 굳이 이걸 할까 싶을 만큼의 세상과 맞닥뜨리게 된다.

아스팔트는 안정이다. 잘 닦인 길 위에서 멀리 갈 수 있고, 고르게 걸을 수 있다. 여러 사람이 고민한 결과들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그걸 경험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지독하게 아스팔트를 고집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태어나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상을 맞닥뜨렸을 때의 혼란. 그 혼란 속에서 아스팔트를 놓은 것이고, 수없이 분화한 도로와 풍경 속에 살다 보니 야성적이고 거칠고 험난한 자유로움을 잃어버린 건지도. 그래서 도로 위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길을 비껴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잠시 비껴나도 좋다.

아스팔트를 벗어나는 순간 논두렁, 흙의 질퍽임, 한 발 한 발 내딛는 데서 오는 신중함과 맞닥뜨린다. 어딜 수밖에 없는 전진. 집이 없다면 느낄 불안감처럼, 아스팔트 없이 걷는다면 무척 헤맬 것이고 서로 만나기도 힘들 것이다.

빛이 그런 게 아닐까. 빛은 존재의 나타남과 동시에 길을 준다. 주기 위해 쏘는 게 아니라 존재하기 때문에 닿는다. 서로의 파장과 파동, 끊임없이 움직이는 신경망처럼. 그래서 아스팔트와 빛이 닮아있다.

길 위에서 집들을 둘러보고, 오고 가고, 주고받는 순환. 경험을 주고받는 감정의 상태,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느낌. 이게 우주다.

생성하고 끊임없이 돌고 돈다. 망상과 이상과 추상이 만나는 어떤 지점에 우주가 있다. 관측 가능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 짐작 가능한 것. 때로 고요하고 때로 소용돌이친다.

여기가 우주의 한 초입이라면, 넌 뭘 하고 있니. 얻기만 바라기만 할 것인지. 그냥 네 인생 만끽하고 살아라. 되돌아오더라도 해볼 만하다.

우주라는 거대한 거울에 나를 비추어, 우주를 내 안에 담을 때 비로소 만나게 되겠지. 김성호.





원문(음성)

아스팔트.m4a
13.78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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