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오후 2시 반, 청구푸른아파트
세종에서 출발한 서희와 성호 가족이 대구 청구푸른아파트에 도착한 건 오후 두 시 반이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순임 어머니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왔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기다렸잖아."
말은 그래도 얼굴엔 반가움이 가득했다. 민석과 원교, 부성이도 이미 와 있었다. 영록이는 늦게 올 거라 했다.
해나와 예티가 먼저 온 식구들 사이를 부산하게 오가며 냄새를 맡았다. 아이 어른 모두 강아지들한테 몰려들었고, 반가움을 밥상으로 옮겼다.
한우가 불판 위에 올라앉으며 기름 튀는 소리가 났다. 고기 익는 냄새가 방 안을 채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잔이 오고 갔다.
"요즘 어떻게 지내?"
"뭐, 그냥저냥. 매형은?"
그런 말들이 오가다가 어느새 술이 한 순배, 두 순배 돌고 나면 이야기는 길어졌다. 웃음소리가 높아질수록 방 안은 따뜻해졌다. 순임 어머니는 고기를 직접 잘라 이 사람 저 사람 접시에 얹어주시며 흐뭇하게 웃으셨다.
불판이 달아오르자 민석이 집게를 들고 앞에 앉았다.
"내가 구울게. 다들 앉아 있어."
부성이는 조용히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순임 어머니가 술잔을 받으시며 말씀하셨다.
"야, 이래 앉아 있으니까 좋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다 모였냐."
성호가 잔을 들었다.
"어머니, 오늘 건강하게 이렇게 모인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래, 충분하지. 근데 술 좀 더 따라봐."
모두 웃음이 터졌다.
서희가 예티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예티야, 너도 고기 먹고 싶지?"
예티가 눈을 끔뻑였다. 해나는 이미 민석 발 옆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결국 고기를 얻어 먹었다.누군가로부터.
영록이는 늦게 도착해 얼굴을 비추고 갔다. 아쉬웠지만 또 그런 것도 가족 모임의 풍경이겠지.










해나가 본다.

5월 4일 오전 9시 반, 비슬산으로
다음 날 아침, 일찌감치 채비를 마치고 차에 올랐다. 해나와 예티는 집을 지키게 했다.
"엄마, 오늘 진달래 볼 수 있겠지?"
서희가 뒷좌석에서 물었다.
"뭐, 아직 있겠지. 산에는 좀 남아 있을 거야."
그 기대가 반이었고, 걱정이 반이었다. 지난봄 옥천 유채꽃 보러 갔다가 때를 놓쳐 바람만 맞고 돌아온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비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가는 길. 이미 짐작은 했지만, 진달래는 지고 없었다. 꽃잎 하나 남지 않은 자리엔 새 잎이 돋아 있었다.
"또 졌네."
누군가 중얼거렸다. 웃음도 탄식도 아닌 그 한 마디에 다들 피식 웃었다.
그러나 산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바람이 세게 불어왔다. 거문고 현을 손끝으로 가볍게 건드렸을 때 나는 그 소리, 얇고 맑고 긴 울림. 비슬산이라는 이름이 '비파(琵琶) 같은 소리'에서 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야, 진짜 바람 소리 들어봐."
영탁이 멈춰 서서 귀를 기울였다. 치형이도 따라 멈췄다.
정상에 오르니 날은 다소 흐렸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사진에는 좋았다. 강한 햇살이 없으니 명암 없이 풍경이 고르게 담겼다. 능선 위에 선 사람들, 돌 위에 앉아 쉬는 아이들, 그 뒤로 펼쳐진 산줄기. 셔터를 누르는 곳마다 그림이 되었다.
"어디 찍어도 멋있어."
성호가 카메라를 들며 말했다.
순임 어머니는 바람 속에 눈을 가늘게 뜨고 먼 산을 바라보셨다. 거센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어졌지만 표정은 환하셨다. 이 높은 데까지 올라와 이 바람을 다 맞았는데, 그럼에도 기분이 좋은 얼굴이었다.
"여기 올라오길 잘했다."














































위험을 무릎쓰고

































































































현풍닭칼국수 본점 — 배고픔을 달랜 한 그릇
산을 내려온 일행은 현풍닭칼국수 본점으로 향했다. 오래된 간판, 손때가 묻은 나무 탁자. 자리에 앉자마자 닭칼국수가 나왔다.
진한 들깨 육수, 두툼하게 썬 면발. 한 그릇을 반쯤 비우고 나서야 말이 나왔다.
"맛있다."
얼큰한 버전도 시켜봤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곰탕이 오히려 국물이 깊고 은근한 맛이 있었다. 수육도 올라왔지만 솔직히 닭칼국수 만큼의 감흥은 없었다.
그래도 다들 뚝딱 비웠다. 산 오르고 내려온 배는 정직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그 기분 좋은 포만감, 그것으로 충분했다.



바토플루이르 카페, 옥연지 — 물 위에 놓인 풍경
마지막 행선지는 옥연지 바토 카페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드넓게 펼쳐진 물이 보였다. 저수지 한가운데 정자가 있고, 그 옆에 풍차가 천천히 돌고 있었다. 하늘과 물이 맞닿은 그 경계가 흐릿했다.
"와."
누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 소리가 먼저 나왔다.
카페에 들어서서 직원이 추천해준 시그니처 메뉴들을 골랐다. 카페 라떼 한 잔, 시큼하고 시원한 레몬티, 그리고 알알이 터지는 달달한 음료 하나. 첫 모금에 숨이 달래지는 그런 맛이었다.
창 너머로 옥연지가 그대로 담겼다. 누군가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그냥 바라보았다.
원교가 레몬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말했다.
"이런 데 오니까 참 좋네. 살 것 같다."
진달래를 못 봤어도, 바람에 머리카락이 다 흩날렸어도, 다 올라갔다 내려왔어도. 결국 이 한 마디로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돌아오는 길
귀로에 범물동 사거리 안과 병원 앞에 차를 세웠다. 순임 어머니, 민석, 부성이가 내렸다.
"조심해서 가. 먼저 가서 좀 쉬어."
어머니의 목소리가 차창 너머로 들렸다. 손을 흔들었다.
돌아가는 길, 차 안은 조용했다. 도착하자 해나와 예티가 꼬리를 흔든다.
진달래는 졌지만, 산은 있었고, 바람은 불었고, 밥은 맛있었고, 물은 넓었다.
그걸로 충분한 하루였다. 김성호 w/ Sonnet.
그리고...
저녁은 생 아구찜과 수육을 먹었다. 식당에서 2층을 오르던 중


특히 볶음밥이 맛있었던 자리를 파하고



귀가한다.

흑맥주를 종류별로 사고


판을 벌였다.







균형게임을 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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