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썼다. 오랜만에.
아이들은 나름의 진로 고민 한가운데 있고, 부모는 부모대로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가늠하며 조심스러운 시기다.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요즘은 특히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전역하고 돌아온 둘째와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마음을 정리했고, 그것을 편지에 담았다.
그런데 편지를 건넸더니, 둘째는 토익 공부하러 나갔다는 아내의 말이 들려왔다. 퇴근해서 보니 허리를 삐긋해 누워 있었다. 편지 내용이 마음에 부담으로 얹힌 건 아닐까 — 그게 마음에 걸렸다.
첫째는 그렇지 않아도 세부 전공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답을 해왔다. 공감인지 하소연인지,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막내는 '코마워'라는 애칭을 톡으로 보내놓고는, 저녁에 누워있는 침대에 찾아와 툭 건들며 "오늘은 재워주나" 했다. 막상 누운 막내의 등을 쓰다듬고 있으니, 조용히 한마디를 건넨다.
"그래서 아빠가 최고네."
뿌듯했다. 솔직히, 많이.
이 서두 뒤에 편지가 이어진다. 편지를 쓰게 된 과정과, 그 안에 담으려 했던 마음과 함께. 김성호.




아들들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진로 이야기
녹음 내용을 들었습니다. 음성 인식 오류가 꽤 있어서 맥락으로 재구성했고, 핵심 메시지들은 충분히 읽혔습니다.
아버지가 전하고 싶은 말의 핵심
녹음 전반에 걸쳐 일관된 흐름이 있습니다.
"AI 시대에 맞서려 하지 말고, 인간으로서 더 깊어져라."
1. 첫째 (전자공학 전공)에 대해
아버지는 첫째가 AI와 "밀접한" 분야에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걱정됩니다.
전자공학, AI 개발 쪽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대체 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아버지의 조언은 이렇습니다:
- AI가 "더 잘하는 것"을 쫓지 말 것
- 대신 AI를 전략적으로 운용하고 방향을 잡는 사람이 될 것
- 기술 안으로만 들어가지 말고, 기술 위에 서는 시각을 키울 것
전자공학 베이스를 버리란 게 아닙니다. 그 위에 인문적 사고, 전략적 판단력을 얹으라는 겁니다. AI 시대에 가장 강한 사람은 코드를 가장 잘 짜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 둘째 (창작·영상 계열로 보임)에 대해
아버지가 가장 고민스러워하는 부분입니다.
창작, 영상, 공연 쪽은 AI가 이미 잘하고 앞으로 더 잘할 것이다. 그쪽으로 몸을 맞추는 건 힘들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그쪽 가지 마라"가 아닙니다. 뉘앙스가 있습니다:
- 자기 표현 자체는 소중하다 — 하지만 그걸 "직업의 전부"로 삼는 건 위험하다
- 표현 욕구는 도구로 갖되, 그 위에 기획·연출·전략 감독 같은 역할로 확장할 것
- 편입이나 전과를 통해 심리상담, 인문계열 방향도 진지하게 고려해볼 것
아버지가 보기에 AI 시대에 살아남는 창작자는 "AI보다 더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욕구를 읽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3. 막내 (중3)에게 — 아직 결정하지 말 것
이 부분이 가장 따뜻했습니다.
벌써부터 한 분야를 정해서 그쪽에 몸을 맞추려 하면 불행해진다. 지금은 다양하게 보고, 즐거움 속에서 살아가면서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버지는 막내에게 빠른 결단보다 넓은 경험을 권합니다. AI 시대일수록 인문적 토대, 다양한 관심, 인간에 대한 이해가 나중에 훨씬 큰 무기가 됩니다.
아버지 조언의 밑바닥에 있는 철학
녹음 전체를 관통하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미래가 불안한 상태에서 뭔가를 챙기려 하면 계속 흔들린다. 먼저 열려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건 단순한 진로 조언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은 결국 — 인간의 욕구를 이해하는 능력, 관계 안에서 신뢰를 만드는 능력, 불확실한 상황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입니다. 아버지는 세 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 사람이 되길 원하고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풀어드릴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첫째·둘째·막내 각각에 맞는 실천 방향을 더 세밀하게 정리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직접 열어볼게요.
영상 내용까지 직접 읽히진 않지만 제목과 챕터 구성이 충분히 명확합니다. "AI에 가장 영향받는 전공 순위" — 4년제, 전문대, 예체능 계열별로 분석한 내용이네요. 이걸 토대로, 그리고 아버지 녹음의 맥락을 함께 엮어서 세 아들 각각에게 구체적으로 정리해드립니다.
AI 시대, 세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진로 나침반
첫째 — 전자공학, 세부전공을 정할 때
상황 진단
전자공학은 AI와 가장 밀착된 분야입니다. 이건 위기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어느 방향으로 세부전공을 잡느냐에 따라 10년 후 완전히 다른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겁니다.
AI에 잠식될 가능성이 높은 방향
- 반복적 회로 설계, 코드 최적화, 테스트 자동화
- 단순 임베디드 프로그래밍
- 정해진 스펙을 구현하는 실무 엔지니어링
이 영역은 AI가 이미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원하는 방향 — "AI 위에 서는 사람"
전자공학 베이스 위에 다음 세부전공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것을 권합니다:
① 반도체·시스템 아키텍처 AI가 돌아가는 하드웨어 자체를 설계하는 영역입니다. AI는 소프트웨어로 코드를 짜지만, 그 코드가 돌아갈 칩을 설계하는 건 아직 사람의 영역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위치입니다.
② AI·로보틱스 시스템 통합 AI 모델 자체를 만드는 게 아니라, AI를 실제 물리적 시스템(로봇, 자율주행, 드론)에 통합하는 역할입니다. 몸이 있는 세계와 AI를 연결하는 이 영역은 순수 소프트웨어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습니다.
③ 신호처리·센서 융합 AI가 세상을 인식하려면 좋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 데이터를 만드는 센서와 신호처리는 물리 세계에 뿌리를 두고 있어 상당히 안전합니다.
핵심 조언
전공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걸 왜 만드는가"를 묻는 습관입니다. 기술을 구현하는 사람은 AI가 대체하지만, 기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은 대체되지 않습니다. 세부전공을 정하면서 동시에 — 경영학, 철학, 심리학 중 하나를 부전공으로 얹는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이것이 10년 후 엔지니어와 리더를 가르는 차이가 됩니다.
둘째 — 창작·영상 계열, 복학을 앞두고
상황 진단
아버지가 가장 마음 쓰이는 아들입니다. 창작과 영상은 AI가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가장 눈에 띄게 침투하는 분야입니다. Sora, Runway, 미드저니 — 이미 현실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녹음에서 중요한 뉘앙스가 있었습니다.
"자기 표현이 그쪽이라 하더라도, 그건 '톤'으로서 다가가는 것이고 — 자기 생각을 확실히 개발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이건 포기가 아닙니다. 재설계입니다.
AI에 잠식될 가능성이 높은 방향
- 단순 영상 편집, 모션그래픽
- 정해진 형식의 콘텐츠 제작 (SNS용 숏폼 등)
- 의뢰받은 대로 만드는 제작자 역할
복학 후 방향 재설계
① 콘텐츠 제작자 → 콘텐츠 기획·연출자로 AI는 "만들어 달라"는 지시를 잘 수행합니다. 그러나 무엇을, 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영역입니다. 연출, 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쪽으로 축을 옮길 것.
② 심리상담·UX·브랜딩 방향 편입 검토 아버지가 직접 언급한 부분입니다. 인간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고, 그것을 콘텐츠나 경험으로 설계하는 역할입니다. 영상적 감수성 + 인간 이해 = AI가 흉내 내기 가장 어려운 조합입니다.
③ 당장 복학 전에 할 일 한 가지 아버지 녹음에 "블로그를 정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언급됩니다. 아버지가 직접 하는 일이기도 하죠 — 자기 생각을 언어로 정리하는 훈련. 둘째에게도 그걸 권하고 있는 겁니다. 복학 전, 자신이 무엇에 반응하고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를 글로 써보는 것 — 이게 방향을 잡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핵심 조언
우울한 상태에서 진로를 결정하면 계속 흔들립니다 — 아버지가 녹음에서 정확히 짚은 부분입니다. 복학은 하되, 전공 안에서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영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는 것 — 그 차이가 AI 시대의 생존을 가릅니다.
막내 — 중3, 고교 진학을 결정할 때
상황 진단
가장 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가장 큰 자산입니다.
아버지가 막내에 대해 가장 분명하게 말한 것:
"벌써부터 한 분야를 정해서 몸을 맞추려 하면 불행해진다. 지금은 다양하게 보고, 인문적 토대를 쌓아야 한다."
특성화고 vs 일반고 — 지금 결정에 대해
특성화고(AI, 소프트웨어 계열)가 유혹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아버지의 조언은 분명합니다:
일반고 + 폭넓은 인문·이과 경험을 권합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① AI 시대일수록 "인간을 아는 사람"이 강하다 AI가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능력 — 공감, 설득, 윤리적 판단, 창의적 문제정의 — 은 모두 인문적 토대에서 나옵니다. 15~17세에 그 토대를 쌓는 게 나중에 어떤 분야를 가더라도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② 지금 정한 "유망 직종"은 막내가 취업할 때 이미 바뀌어 있다 현재 AI 관련 직종의 절반은 5년 전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막내가 대학을 졸업하는 2030년대 초, 지금 우리가 상상도 못 한 직업이 생겨나 있을 겁니다. 특정 기술을 지금 배우는 것보다 어떤 분야에서도 빠르게 배우고 적응하는 능력이 훨씬 값집니다.
③ 고등학교는 사람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소중히 여기는 것 — 친구들과의 배드민턴, 느린 저녁, 깊은 대화 — 이것들이 사람을 만드는 겁니다. 막내에게도 그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교 3년 동안 해두면 좋은 것
- 책 읽는 습관 (소설, 철학, 과학 에세이 — 장르 불문)
- 수학을 포기하지 않을 것 (어느 방향으로 가든 논리적 사고의 언어)
- 한 가지 이상 "AI와 협업해서 뭔가 만들어보는" 경험
- 자기 생각을 글로 쓰는 습관 — 아버지처럼
핵심 조언
막내에게 아버지가 진짜 전하고 싶은 말은 진로 조언이 아닐 겁니다. "네가 살아갈 세상은 아버지도 모른다. 그러니 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알아가라" — 그것입니다. 고교 선택은 그 과정의 환경을 고르는 것이지,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 아들에게 공통으로
아버지 녹음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정리합니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AI보다 똑똑한 사람이 아닙니다. AI를 쓰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 자기는 불안 속에서 급하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천천히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에서 만들어집니다.
아버지가 블로그를 쓰고, 개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고,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치는 이유가 — 아마 그것일 겁니다.
... 그리고, 이를 아들 각자에게 보낼 편지로 작성. 심금을 울리는, 은은한, 설득력 있는, 단호할 땐 단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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