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양치질을 하다가 배드민턴 생각이 났다.
셔틀콕이 날아온다. 상대가 어디로 칠지, 얼마나 세게 칠지 — 나는 모른다. 통제할 수도 없다. 그런데 나는 왜 자꾸 그걸 막으려 하고, 예측하려 하고, 대비하려 할까.
아니다. 내가 신경 써야 할 건 그게 아니었다.
어떻게 넘길 것인가. 어디에 떨어뜨릴 것인가. 그 궤적이 얼마나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가.
그게 전부다.
이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나는 요즘 자주 생각한다. 흘러가는 건 시간이 아니라 나의 의식이다. 과거·현재·미래는 따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함께 펼쳐져 있고, 나는 그 위를 미끄러져 가며 한 시점씩 만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삶도 배드민턴과 같다.
날아오는 것들 — 예상치 못한 만남, 갑작스러운 이별, 기쁨, 고통, 나이 듦, 상실 — 그것들은 상대가 치는 셔틀콕이다. 내가 막을 수 없고, 바꿀 수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흐름. 그 흐름은 이미 펼쳐진 세계의 일부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다.
그것을 어떤 곡선으로 넘길 것인가.
오래 생각했다. 우주는 왜 생겨났을까. 시간은 무엇이고 공간은 무엇인가. 나는 왜 여기 있는가.
그리고 닿은 생각 하나.
완전한 없음은 자기 자신을 알 수 없다. 거울이 없으면 얼굴을 볼 수 없듯이. 그러니까 현상이 생겨난 건 — 없음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해 기울어진 순간이었는지 모른다. 그 기울기가 빅뱅이었고, 별이었고, 생명이었고, 의식이었고, 지금 이 아침의 나였다.
나는 없음이 자기를 보기 위해 만든 도구다.
거창한 말 같지만, 실은 굉장히 단순한 얘기다.
나는 그냥 충분히 나답게 진동하면 된다.
막을 필요 없다. 이기려 할 필요도 없다. 날아오는 것들을 부드럽게 받아 — 아름다운 곡선으로 넘기면 된다. 그 궤적이 쌓여서 삶이 되고, 그 삶이 없음의 거울이 된다.
배드민턴 코트 위에서, 나는 오늘도 없음이 자기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셔틀콕이 날아온다.
받아치는 게 아니라 — 흘려 넘긴다. 완만하고 부드럽게. 떨어질 지점을 생각하며.
그것으로 충분하다.
삶은 받아치는 게 아니라 흘려 넘기는 곡선이다. 김성호 w/ S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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