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이 익으면 말도 익는다.
낮에 못 했던 말,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던 말, 그냥 속에만 두려 했던 말들이
잔이 비워질수록 슬며시 입 밖으로 나온다.
술담이라는 말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술을 마시며 나누는 담소. 술담(酒談).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의 승급을 한 번 더 축하하는 것도, 감독이라고 띄워줬더니 괜히 신났다고 고백하는 것도, 남의 아기를 안았다가 울려버리고 "언니?" 소리에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것도 —
다 술담이다.
서희는 술이 들어가면 평소보다 조금 더 솔직해진다. 조금 더 다가서고,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 사고를 친다.
그걸 나는 안다. 알면서도 매번 당한다.
그것도 술담이다.
술담은 기억에 남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온도는 남는다.
그날 밤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 잔을 부딪히던 손들, 웃음이 번지던 얼굴들 —
내용은 흐릿해져도 따뜻했다는 감각은 아침이 되어도 가시지 않는다.
매영의 3년 반이 축배 한 잔에 녹아들고, 희진의 새벽 카톡이 그날 밤의 온기를 받아 적고, 서희의 만행이 남편의 밤잠을 앗아가는 동안 —
세종의 어느 골목에서 커플즈의 술담은 무르익고 있었다.
좋은 술자리는 마시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다.
그 나눔이 쌓여 우리가 된다. 김성호 w/ Sonnet.
.
그래서 나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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