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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누군 대통령 마누라구

by 아리빛 하나 2026. 5. 29.

새벽 두 시.

목이 말랐다. 그것뿐이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눕는 데 3분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옆에 서희가 있었다.

잠든 얼굴이란 게 참 이상하다. 깨어 있을 때 그 사람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더 그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어둠 속에서 손을 뻗었다. 눈이 아니라 손으로 보는 시간.

귓볼이 먼저였다. 조금 울퉁하다. 젊었을 때도 이랬나, 한 번도 유심히 만져본 적이 없었다는 걸 새삼 알았다. 귀 하나를 이십 년 넘게 곁에 두고도 몰랐던 것들이 손끝에 잡혔다. 머리카락은 길었다. 베개 위에 흘러내린 채로, 손가락 사이를 천천히 지나갔다. 서희는 움직이지 않았다. 숨소리만 규칙적으로.

그러다 손이 팔로 갔다. 흉이 졌다. 단단하고 약간 거친 그 피부를 쓸어내리다 나는 잠깐 멈췄다. 아, 배드민턴이 그래서 이렇게 치이는구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해였다. 서희가 체육회 나가고 돌아올 때마다 "오늘도 졌어" 하고 웃던 것, 그 팔이 이렇게 생겼다. 지는 게 창피하지 않은 사람. 계속 나가는 사람. 그 흉 하나가 갑자기 작은 훈장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자다가도 어김없이, 서희의 손이 내 쪽으로 뻗어왔다. 자면서도 잡는다. 소중이 다루듯 꼭 쥔다. 처음엔 그게 간지러워서 슬쩍 빼곤 했는데, 이제는 그냥 두게 됐다. 그 손이 없으면 오히려 잠이 덜 오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끌어안고, 이마에 코를 묻고, 숨을 맞추고. 특별한 날도 아니었다. 그냥 목이 말랐던 새벽이었다.

그러다 욕심이 났다. 뒤로 돌아 누운 서희의 엉덩이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손이 딱 맞았다.

자면서도 친다. 정확하게.


나는 피식 웃으며 천장을 봤다. 5분이 지나 있었다.

뉴스에서 누군가의 아내가 나오고, 어딘가 아내들이 품위 있고 화려하게 살고, 세상엔 더 좋은 남편을 둔 여자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걸 나는 안다. 새벽 두 시에 목말라 일어나 아내 귓볼이나 만지고 엉덩이 쓰다듬다 손 맞는 게 전부인 남자. 그게 나다.

누구는 대통령 마누라구. 

   *참고: 대통령이 아내와 남대문 시장에서 모자 고르고, 소품 고르는 중 https://youtu.be/UefuqVf-j6c?si=-IRGFD93IJ8qI0z1

서희야,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이 새벽에, 네 흉진 팔이 나는 왜 이렇게 예쁘냐.  김성호 w/ Sonnet.

침대에 누워 찍은 사진, 드레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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