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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무엇을할것인가

(새) 소리가 사라졌다.

by 큰바위얼굴. 2021. 7. 6.

짹 짹~ 짹 짹 짹

기분 좋은 울림이다. 산책길에서 마주한 한 무리의 새들이 전깃줄과 비닐하우스 창살을 오가며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눈다. 아침이어서 그런지 소리가 더 반갑게 다가온다.

 

오늘 아침,

산책로 바닥에 누워 부들부들 떠는 새를 마주한다.

애써 외면하려 했으나 결국 뒤로 돌아 그의 떠는 모습을 영상에 담는다.

 

몇 달 전부터 산책로에서 마주하는 새들의 죽음,

애써 외면한 마음이 무겁다.

 

이제나저제나 괜찮아 괜찮을 거야 했던 마음이 싸늘이 식어간다.

아프다.

 

집단 사육하는 닭들의 죽음에는 계란 수입으로 계란값을 안정시키겠다고 노력하는 반면,

야생 새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아니, 잘 모르겠다.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오늘도 부동산,

내일도 부동산,

집값이 떨어졌네 올랐네 하며 다들 이윤창출에 목을 멘다.

 

대선에 나선 주자들도 집값을 잡겠다며 당찬 포부를 내비친다.

아니, 그냥 좀 내버려두세요 하는 말은 들리지 않는 듯 하다.

새들의 죽음(생명)에는 듣지 않으면서 왜 다들 그렇게 물건의 '가격'에는 민감하게 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얘야,

좋은 세상으로 가렴.

아멘 하고 성호를 긋는다.

 

https://youtu.be/nFJ6HYdw9Hg

 

(새) 소리가 사라진 거리,

낯설다.

 

내 죽음마저 저럴까?

누구의 죽음인들 다를까?

살아생전 그렇게나 떠들썩 하게 소리쳐 정겨움을 표출했다가도

어느순간 사라진 소리처럼 주변에서 존재감을 지운다.

 

도시의 거리에서 만난 3마리 새들의 죽음,

몇 달 몇 주 사이 그렇게 마주했었다.

아니길 바랐다.

썩어썩어 먼지가 되어 사라질 때까지 매일 같이 마주한 그들의 죽음을 외면했는데...

 

도시의 외곽, 시골길에서 죽어가는 1마리 새,

오늘 그렇게 마주했다.

 

https://youtu.be/SOUBl6REB3Q

 

얘야,

좋은 곳으로 가렴.

아멘 하고 성호를 긋는다.

 

내가 해 줄건 이것 밖에 없어 미안해. 

 

 

 

...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내 이웃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계란 값 올랐다고 왈가왈부하지 말고,

닭들의 죽음에

그리고 그 이면에 야생 새들의 죽음에 가슴 아파할 이 그 누가 있을까!

 

김성호.

 

 

 

 

  • 스스로 `自`2021.07.06 08:13

    ASF(아프리카 돼지 열병)는 철책까지 설치하며 막아내고 있다.
    AI(조류독감)은 산책로에서 마주할 만큼 우리네 가까이 다가왔다.

    "제발, 새들의 죽음으로 끝나게 하소서."
    이기적이다.

    "그들의 죽음이 그들 안에 머물게 하소서."
    인간애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죽음에 초연한 지금 내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눈물은 없을 지언정 무감히 영상을 찍는 내가 싫다.
    아픔을 아프다고 하지 않고 애써 외면하는 내 자신이 그렇게나 낯설다.
    미안해 하며 펑펑 울던 어느 날,
    할 수 없음에 하지 않음에 자책을 한다.

    그래도..
    코와 입을 막고서
    "제발, 그들이 이 환란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굽어 살피소서."
    의지한다.
    기도한다.

    하얀 입술,
    덜 덜 떨리는 다리,
    두 눈을 꼭 감는다.

    답글
  • 아싸싸2021.09.09 12:47 신고

    참새,비둘기,까마귀가 주위에 많이 있었는데 요즘은 볼수가 없네요.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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