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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어떻게살것인가

당신은 행복해?

by 큰바위얼굴. 2022. 6. 28.

아내가 묻는다. "당신은 행복해?"

 

 

바로 답하지 못했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세요?"라고 12살 치형이가 물어본 답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질문이 말문이 막힌다. 뭔가 답을 하고는 싶은데 딱히 뭐다 라고 말하기는 뭐한, 채 정의를 내리지 못한 상태. 그리고 "당신은 행복해?" 라는 말이 숙제처럼 밤새 남는다.

 

아침에 눈을 뜨고, 여느 일상처럼 기름기가 흐르는 양압기의 코마개를 떼어내고, 물통을 벗겨내어 화장실로 향한다. 씻어서 엎어놓고 샤워기를 틀어놓아 따뜻한 물이 나오도록 한 다음, 다시 양압기로 가서 긴 호스를 바렌다 행거에 넌다.

 

어느 새,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어떤 음악이나 소리를 틀지 않고서 그냥 흘러가는 양 생각의 고리를 내버려둔채 관망하고 있다. 1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 대성실업 사무실에 도착한다. 공기청정기, 에어컨을 틀고나서 창문을 연다. PC에 전원을 넣고 주머니에서 물건들을 주섬주섬 책상 위에 놓는다. PC에 암호를 넣고 로그인을 한다. 회사계정에 접속한 후, 출근시간을 등록한 다음 창문을 닫고 나선다.

 

아침산책길, 아내에게 아침인사를 하고 싶어 카톡을 연다. 이때,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세요?" 라는 문구를 다시 접한다. 그냥 가볍게 그럼, 그렇지 라는 답변을 할까 하다가 요리저리 문장을 만들어본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금 나는 행복한가? 생각한다. 행복하지, 그럼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있나? 짜릿한가 묻는다면 그것과는 다르지만, 행복하지 않느냐면 그것 또한 다르다. 결론은 행복하다. 행복한 게 왜지 라고 이제 이유를 찾는다. 왜 행복하지? 뭐가 행복한 걸까? 묻는다. 그리고, 카톡에 쓴다. 

 

"응. 행복해. ...". 이유를 찾는다. 조금 시간이 흐른다.

"응. 행복해. 당신을 만났고 당신과 살아가면서 당신과...". 물음에 답의 주체를 정했다. 만났고 살았고 헤어졌다? 라는 상념이 스쳐지나간다. 

"응. 행복해. 당신을 만났고 당신과 살아가면서 경험한 함께 경험하고..". 함께 경험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응. 행복해. 당신을 만났고 당신과 살아가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과 앞으로 함께 하는...". 앞으로도 함께 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응. 행복해. 당신을 만났고 당신과 살아가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과 함께 만들어가는...". 함께 하는 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활력을 부여한다.

"응. 행복해. 당신을 만났고 당신과 살아가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과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 미래는 아닌데 하면서 지금을 넣고 문장을 어울리게 만들려고 끙끙 댄다.

"응. 행복해. 당신을 만났고 당신과 살아가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과 함께 만들어가는 지금 이 순간을...". 지금 이 순간이 어떠해서 행복한지 서술어를 찾는다. 왜 행복한가? 라는 답변이 결국 서술어로 귀결될텐데 고민을 이어간다.

"응. 행복해. 당신을 만났고 당신과 살아가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과 함께 만들어가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고 간절...". 당신과 함께 하고 있어서 소중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중함 외에 하나를 더 하고 싶은데 간절함은 동기에 해당한다고 봐서 다른 단어를 찾는다.

"응. 행복해. 당신을 만났고 당신과 살아가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과 함께 만들어가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고 만족하니까.". 적어놓고 다시 본다. 이 순간을 소중하고 라는 말이 어색하다. 행복은 만족이다 라고 여긴다.

"응. 행복해. 당신을 만났고 당신과 살아가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과 함께 만들어가는 지금 이 순간을 만족하고 소중하게 여기니까." 그러면서 경험했던 경험한 그 자체에 행복한가 라고 묻는다.

"응. 행복해. 당신을 만났고 당신과 살아가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과 감정들, 함께 만들어가는 지금 이 순간을 만족하고 소중하게 여기니까." 감정들에 대한 함께 살아온 감정들을 나열하고 싶어진다.

"응. 행복해. 당신을 만났고 당신과 살아가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설레임, ... )과 함께 만들어가는 지금 이 순간을 만족하고 소중하게 여기니까." 설레임으로부터 출발하여 짜릿함과 섹시함, 평안함과 훈훈함, 안정감, 그리고 부지런한 우리가 생각났고 계속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담고 싶어진다. 설레임, 짜릿함, 평안함을 순서대로 나열한다. 우리가 만나 느꼈던 그 순간의 감정들과 함께 한 감정들, 그리고 지금 느끼는 감정을 함축해 본다.

"응. 행복해. 당신을 만났고 당신과 살아가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설레임, 짜릿함, 평안함, 부지런함, 나아감)과 함께 만들어가는 지금 이 순간을 만족하고 소중하게 여기니까." 여럿 다른 감정들을 떠올리고 있는데 클릭 되었다. 헉!

그래서 멈춘다. 사무실에서 산책길을 나선 후, 정문을 통과하기 직전이다.

 

 

나는 행복한가?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가만히 산책길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생각이 나는대로 내버려두고 걷는다. 어느 새 뚝방길에 올라 고가도로를 지났다. 살며시 웃는다. (웃은 게 맞다)

 

걷는다. 계속 걷는다. 그리고 맞이한 터닝포인트 지점에서 턴을 하고 뛴다. 헉 헉

 

고가도로를 지났고 뜀을 걸음으로 바꾼다. 스마트폰의 렌즈를 아래에서 위로 향하게 하여 찍는다. 오늘은 내 모습을 찍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나빌레라가 이와 같을까!

한껏 평화로운 일상을 즐긴다.

 

그리고, 가던 걸음을 멈추어 서고 마주한 가드레일을 배경으로 저쪽 모습을 남기고 싶어진다. 그래서 주저앉는다. 요리저리 가드레일이 나오도록 그때 만났던 노인이 스쳐가고 가드레일 너머 모습도 스쳐가고 주저앉아 고뇌하는 모습을 찍고 싶어진 걸까. 턱을 괴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뛸 때 느껴지는 반동이 빠른 걸음일 때면 당겨지는 느낌이 좋다. 그래, 맞아. 저녁에 과자는 먹지 않는 것이 좋겠어 하며 만족한다. 자두를 4개 씻고 다시 4개 씻고 결국 싸온 걸 다 먹었던 어제. 저 멀리 펼쳐진 구름 아래 푸르름이 보기 좋아 남긴다.

 

세 할머니. 저 멀리 식물인가 사람인가 아리송하다. 움직임이 없다. 그런데 형상은 사람인데 하면서 가까이 간다. 뭘까? 계속 다가간다. 형상이 알록달록 하니 움직임이라도 있었다면 금방 알았겠거니 했을텐데 한 할머니가 앉아 있다. 마치 식물처럼. 왜 미동조차 하지 않는 걸까? 궁금해진다. 계속 다가간다. 어! 할머니가 뚝 아래 나타난다. 하얀 색 바탕에 알록달록 한 모습이다. 조금 더 걸어가니 검정색 바탕에 알록달록 한 모습을 한 할머니가 또 나타난다. 세 할머니.

 

한 명, 두 명, 세 명. 늘어나면서 마음이 푸근해진다. 안심이 든다. 다행이다. 홀로 나와있었다면 외로울 텐데 했을 감정이 한 명 한 명 늘어가니 좋겠다, 행복하겠네 하면서 정겹게 바라본다. "당신은 행복해?" 라는 답을 여기에 비추어본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당신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뭘 바라는가? 모두 잃더라도 모험을 나서고 싶은가? 지킬 건 지키면서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즐길 꺼리를 찾고 있지는 않은가? 느끼고 싶고, 겪고 싶은 경험이 무엇인가? 짜릿함? 행복감? 모험? 무료함에서 벗어나고 싶은가? 행복한데 무료하다면 그 이유는 뭘까? 다른 무엇에 빠져서 열정을 바치는 삶을 살고 싶은가? 어느 하나에 빠져들고 시간이 얽매이면 그 버팀과 상실감까지 감당해야 한다. 아! 그렇구나. 정하지 않았구나. 정의를 내리지 않았던 거야.

 

당신은 행복해? 라는 질문에 망설였던 이유는 딱히 답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지 몰랐던 게 아니구나 한다. 그렇다면 지금 그 답을 하려는 지금, 행복한가? 그럼, 행복하다. 그리고 행복을 이어가려면 뭘 하고 싶은가? 혹은, 뭘 하고 싶은가? 라고 묻는다. 뭘 하고 싶지, 난 뭘 하고 싶은 걸까? 세계정복? 수명연장? 바다개척? 우주여행? 모험? 도전? 

 

지금 생활을 이어가면서 주어진 상황에서 일상 중에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 가령, 충주에서 함께 살기. 이는 일상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게 도와줄 것으로 본다.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처럼 바란 그 여행을 말한다. 충주에서 함께 하면서 찾아다닐 여행, 산책길, 새로움, 둘 만의 시간, 낯선 곳에서 보내는 짧은 일탈, 그리고 온전히 4박5일을 미션처럼 살아볼 치형이와 영탁이, 영록이의 일상. 상상만 해도 충분히 즐겁다. 이처럼, 소소한 것부터 하고싶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자. 어려운데 하는 이유를 하나씩 할 수 있다로 바꾸는 노력과 그렇게 받아들이는 감정을 느끼자. 우려와 걱정이 앞설테지만, 결국 우려와 걱정은 하나씩 할 수 있구나로 바뀌어 가면서 낯선, 새로운, 기대하는 감정으로 인해 설레임이 다시 생길 것으로 본다.

 

설레인다. 

영탁이와 할 이야기를 정리하니 얼릉 함께 하고 싶어서 기다린다. 이 또한 설레임의 연장이다.

치형이에게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을 아빠에게 자랑하기 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피드백을 기다리는 것 또한 설레인다.

영록이가 말하는 학원을 가야한다고 정하지 말자는 말에서 온전히 누리는, 느끼는 삶에 대해 엿보면서 성장한 모습을 엿보니 나아진 모습에 만족하고 나아질 모습에 설레인다.

 

뭘 할까, 이제. 우리는?

 

더불어 살자. 이웃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혼자가 아닌, 혼자 보다는 둘이, 둘 이상에서는 함께 하고 싶은 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충만하게, 그리고 기꺼이. 기대하는, 설레이는, 함께 해서 즐거운.

 

여보, 어때?

4박5일 살아보기. 아니되는 이유를 찾기 보다는 하면 좋을 그 기대감에 던져보는 건 어때?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와 답변을 본다. 도대체 뭘 털어놓으라는 건지...

 

뭘 보았길래, 뭔 얘기를 들었길래, 분명 뭔 이유가 있으니 물어보았을 텐데, 이미 답을 그럴 것이라는 짐작을 하고 물어본 질문이었을까? 뭘 털어놓으라는 걸까? 행복하지 않을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 지금의 내겐 더 어려운데, 정답을 알고 정답처럼 살아도 좋은데 좋은 걸 알면서 못하니까 반성하는 건데 하면서 앞으로 좋은 거, 정답인거, 이로운 거를 하면서 살꺼다 라며 정리한다. 성호.

 

 

 

  • 스스로 `自`2022.06.28 09:19

    하고 싶은 것은,
    1. (위기대응) 지금, 혹은 앞으로 위기인 상황을 예상해보고 대비하기. 가령, 돈을 떼인다거나 하는, 손가락 아픈 것, 우리 각자는 건강한가에 대한 진단과 대처, 빚이 늘어남에 대한 가계운영과 외식 등 대응매뉴얼 만들기
    2. (가족애) 이별 보다는 함께 하는 시간에 자신을 나타내는, 그래야 하는 것마냥을 뺀, 속이야기를 터놓고 말하는 기회 갖기. 각각의 사람에 대하여 장단점을 말하고 공략집 만들기
    3. (설레임) 충주에서 4박5일 함께하기, 죽기전에 가볼/해볼/먹어볼, 언제 짜릿해? 언제 설레여? 에 답하기, 지금 할 수 있는 거. 버킷리스트 만들기

    답글
  • 스스로 `自`2022.06.28 09:21

    할 껄 정했으면 그냥 한다. 하다보면 행복, 재미, 즐거움, 성장, 흥미진진, 설레임, 모험담 그 모든 것이 나타날 테니까.
    멈추어 있거나 할 껄 나열만 하고 가만히 있으면 얻지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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