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사랑한다. 날 기억해줘.
고맙다. 행복했다. 잘 부탁한다.
난 니가 내 아들이어서 든든하고 좋았다. 성호야.
아빠.
아빠는 아빠다. 나도 아빠가 되었다. 아빠. 그렇게나 바라보고 따랐던 아빠. 졸래졸래 따라다닌 날들. 그리고 어느 새 컸다. 아이들 셋 외에 두 마리의 강아지를 품에 들였다. 난 아빠다.
아빠.
흠뻑 젖었던 몸이 시원한 바람에 말라간다. 살살 간지럼 태우는 듯한 바람에 샤워도 했는데 저만치서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920을 써서 미안이라도 하다는 듯이. 가라앉는 배 마냥 기분이 처지는 걸 미안해 한다. 내 안에 서희다.
남긴 소주잔에 든 알코올을 소독이라도 하는 양 검정 비닐 안에 뿌린다. 날아다니는 날파리를 좇는다. 아쉽지않다는 듯이 얼릉 접는다. 한 병 더 있는데 오히려 남긴 소주를 버린다. 무겁다. 지친다. 요구받는다. 끊임없다. 지탱한다. 버틴다. 아닌척 한다. 그런 척한다. 마치 숙명인 양. 아빠처럼.
아빠.
아련해요. 보고싶어요. 그립고 떠오른 잔상이 날 들뜨게 해요. 이어달리는 주자처럼. 받은 고대로 하죠. 사랑하고 사랑하라. 울타리가 되어라. 안식을 주고 평화를 지켜라. 뭐가 더 있을까. 바라고바라나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바라건데 이는 지극한 사랑을 배우기 위함이요 간곡한 은혜를 느끼고자 함이니 비로소 되었다 하신 말씀을 따르는 중이오니.
아빠.
더할나위 없이 좋았어라. 열심히 가족을 위한 당신을 닮았어라. 감내하고 티내지 아니한 모습조차 화투장에 가려버렸어라. 생각컨데 아빠는 아빠의 인생을 살았다. 짧지만 많은 걸 남겼고 넘겼다. 통하지 못함을 애써 달랜다. 할무이, 아빠랑 저랑 똑같지요. 안 그래요? 성호 올림.
'일기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7.5. 그때의 감성을 돌이켜보며 (0) | 2022.07.14 |
---|---|
변화, 3번째 이야기 (2022.1.28~2022.7.13) (0) | 2022.07.13 |
웃음 (0) | 2022.06.21 |
산책길 -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 (심경의 고백 노래 포함) (0) | 2022.06.14 |
어기야디야 (노래) (0) | 2022.06.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