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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영탁이
군대에 있다. '특전용사' 등 새해 계획을 진행 중일꺼다.
막내 치형이
막내 치형이가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이동 중이었는지, "아빠, 듀오링고 레벨이 올랐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판을 다 깨지도 않았는데요."라며 소식을 전했다. 나도 잘 모르겠다며 응대했다. 그때 나는 전주 관사에서 매트리스 위에 누워 쉬고 있었다. 치형이가 "아빠 쉬는 중이에요?"라고 물었는데, 그건 내가 일찍 눕는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니 흐뭇하기도 했다.
보통 치형이에게서 오는 전화는 "아빠, 데이터 좀 보내주세요"나 "데이터 한 번 더 보낼 수 있다는데요" 같은 부탁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요청은 주로 일과 중에 와서 놓칠 때가 많았다. 다시 메시지가 오거나 전화가 올 때면 바로 처리하곤 했다. 사실 막내가 어떤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아서 가끔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때론 태평하다가도 때론 사고를 치고, 때론 울기도 하며 속내를 좀체 풀어내는 걸 어려워 하는데, 이런 소식일망정 반갑다.
"어, 아들하고 친한가보네요." 미장원 원장의 말이 떠오른다. 머리 손질할 동안 라스트워의 미션 좀 깨 달라는 말에.
첫째 영록이
그냥 편하게 대하고 어울리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 되는 듯싶다.
첫째가 막내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김밥을 예쁘게 싸 놓았는데, 첫째가 "뭐가 빠졌네, 맛이 어떻네"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런 분위기였다. 좀 지난 때, 막내는 공부하고 식탁에 다가서며 "그럼 먹지 말던가" 라고 이쪽 분위기에 어울리려고 한 말에 첫째는 성질을 부렸다. 그걸 정색하며 받아들이더라. 그런 모습은 마치 강자가 약자를 몰아세우는 분위기 같아서 보기 불편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오히려 첫째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공허한 상태를 털어놓았다.
그날은 부산에서 돌아오는 엄마를 오송역 근처에서 기다리며 첫째와 대화를 나눈 날이기도 했다. 조금은 낯선 우주, 양자, 삶, 그리고 구글이 최근 발표한 양자컴퓨터의 한계와 개선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대화 중에 "망한 거 아니냐"는 스치듯 정정한 말에 상처가 되었단다. 현실과 괴리감이 크고 공허하단다. 그 수많은 대화 중에 한 문장을 놓고 말하니 답답해진다. 어쩌면 경북대 전자공학과에 다니는 것도 분명 누군가에겐 대단한 일일 수 있지 않은가?
나는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배워가고 있다고 믿는다. 때로는 자신의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겠지만, 그 선택이 결국 자신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이 힘든 것이 아니라, 일상은 그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바탕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다. 모든 경험이 "나는 살았다"라는 한 문장으로 귀결될 수 있듯이 말이다.
마음은 쓴 만큼 돌아오는 법이다. 그게 수양이고, 자아를 세우는 과정이다. 홀로 서는 과정이 때론 힘들 수 있지만, 자극이 상당한 환경에서도 자신을 다듬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책이나 영상을 통해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실제 경험과 가상의 경험 사이의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든 자기에게 이로운 길을 찾는 것이다. 선택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고난과 고통 또한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그 또한 삶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이면 좋겠다.
게임하듯이 삶을 즐기되, 때로는 고난 속에서도 성장하는 자신을 기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빠가.
♧ 원문(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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