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이다. 이번 생일엔 특별한 선물을 받기로 했다. 가족들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나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줘.”
이 요청을 하게 된 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서다.
우린 서로를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있을까?
혹시 너무 익숙해서 가볍게 대하거나,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지는 않을까?
평소엔 잘 듣지 못했던 솔직한 마음을 이번 기회에 들어보고 싶었다.
가족들이 떠올린 ‘나의 이미지’와 그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의 시작이다.
시작은 >>>
https://www.magisto.com/int/video/OkQfN1gZBD9pTxFhCzE?l=vsm&o=a&c=c

장모는 내게 참 특별한 분이다.
언제나 내 마음을 꿰뚫어보듯 챙겨주시고, 나보다 나를 더 먼저 생각하신다.
늘 외롭지 않으시길, 웃음 가득한 나날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 마음, 어떻게 하면 잘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전화가 왔다.
“사위, 나 큰일 났어!”
깜짝 놀라 긴장한 나에게 장모님이 이어서 하신 말씀.
“엘리베이터 공사 중이라 꼼짝도 못 해! … 그러니까 20만 원 주께~”
순간 당황했지만, 특유의 유머와 애정 어린 배려가 느껴져 피식 웃음이 났다.
역시나 장모님답다.
이런 장모님이 더 행복하시길 바라는 마음, 그걸 또 어떻게 전할까?
이른 아침, 서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여보, 생일인데 뭐 받고 싶은 거 있어?”
순간 심장이 살짝 두근거렸다.
아, 이건 기회다! 오래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답장을 보냈다.
“아식스 운동화!”
잠시 후 도착한 서희의 답장.
“음… 그건 쫌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알아봐 준다고 하니 고맙기 그지없다.
요즘 서희는 고민이 많다.
아들 걱정, 엄마 생각, 그리고 나까지 챙기느라 정작 자기 자신은 뒷전이다.
이러다 이번 생은 남 챙기느라 다 보내는 거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말인데…
“여보, 운동화 말고 당신이 당신에게 조금만 더 관대해주는 건 어때?”
…라고 말했다간 또 타박 들을 테니, 오늘은 그냥 고맙다고 해야겠다.



영록이는 참 묘한 녀석이다.
속은 깊고, 아는 것도 많으면서… 행동은 가끔 엉뚱하게 나온다.
“난 이 정도 했으니 나머지는 너희가 해~” 하는 식으로 동생들을 대할 때면,
참 야속하다가도 피식 웃음이 난다.
그러면서도 제일 작은 키로 동생들을 올려다볼 때는,
‘야, 나중에 네가 내려다보이면 어쩌려고 그러냐?’ 싶다가도…
겉으론 무뚝뚝해도 속 깊은 정을 주는 녀석이라, 믿음직스럽다.
할 때는 또 끝까지 해내는 사나이니까.
그래서 말인데,
“영록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뛰듯이 해보는 건 어때?”
너무 무겁게 짊어지기보다는,
네가 가진 힘을 좀 더 자유롭게 써보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내가 가족에게,
내가 받고 싶은 건...

우리 둘째, 영탁이는 지금 군대에 있다.
생각해보면, 영탁이만큼 ‘속이 깊고 넓은 애’가 또 있을까 싶다.
그 깊고 넓은 마음은 마치 하해(河海)와 같다.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먼저 챙겨주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여우처럼 자기 자신도 야무지게 잘 챙긴다.
완벽해 보이지만… 단, 한 가지.
하기 싫은 건 절대 안 한다.
그 단호한 태도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싶다가도,
은근 부럽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여자를 참 좋아한다.
이건 나를 꼭 닮았다. … 유전자는 못 속이나 보다.


뒤늦게 읽고나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나는 게임, 책, 사진, 작문, 그리고 닮고싶은 아빠로 떠오른단다. 최고의 찬사!
우리 집 막내, 치형이는 참…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녀석이다.
당돌하고 좌충우돌!
형 둘의 특징을 섞고 또 섞어, 결정판을 만들어 놓으면 바로 치형이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런 치형이가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커서 아내 덕 보며 살래요!”
헛웃음과 감탄이 동시에 나왔다.
아니, 이렇게 솔직하고 당돌할 수가?
그 천진난만한 얼굴로 야무지게 미래 계획을 세우는 걸 보니,
뭐… 나름 현명한 선택 같기도 하고.
그런데 문제는 하기 싫은 건 지우거나 삭제해버리는 ‘탁월한’ 능력까지 갖췄다는 거다.
물론 아직 어설퍼서 맨날 걸리지만…
뭔가 그럴듯하게 둘러대는 모습이 귀엽고 명랑해서 차마 뭐라 할 수가 없다.
치형아, 너 그렇게 자라서 나중에 네 아들과 마주할 날이 올 거다.
그때가 되면, 그 똑 닮은 아들 녀석 앞에서 네가 무슨 표정을 지을지…
아빠는 벌써부터 너무 기대된다! ㅋㅋ
우선 딜을 건다. 역시 내 아들!



파크랜드로부터

장모님으로부터, 두번째

용이로부터

김기현 교수로부터,

원교와 민석이로부터,

장모님으로부터 세번째, 상심하지 말라며 위로
동생 윤호로부터,

동생 정아와 병오로부터,

해나와 예티로부터, 키스 세례를 받았다.


장모님으로부터, 네번째. 세종 집에 도착했냐는 안부 인사
저녁 식사는 첫째 영록이가 샀다. 뚱이네 포차에서.

식사 이후, 오락실을 갔다. 비비탄을 쏘고, 철권을 하고, 케리비안 해적선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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